메뉴 건너뛰기

close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의 한 장면.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의 한 장면.
ⓒ 넷플릭스

관련사진보기


최근 몇 년 사이 고독사 관련 언론보도가 부쩍 늘었다. 지난 3월 23일에는 "식은 밥 한 덩이만... 2주 동안 아무도 찾지 않은 집에 70대 고독사"라는 기사가 처음 보도된 후 유사한 제목의 70대 고독사 기사가 줄을 이었다(처음 보도한 언론사의 해당 기사는 현재 온라인에서 서비스되지 않고 있다).

기사는 집주인이 악취로 신고했다며 집 안에서는 방치된 쓰레기 더미와 각종 고지서, 음식물이 남아 있는 냄비 등을 묘사하며 출입문을 살짝 열고 내부를 찍은 사진과 말라붙은 밥이 남은 밥솥 사진을 보여주었다. 관련 내용은 방송으로도 보도되면서 이웃 주민과 고독사 현장을 정리하는 특수업체와의 인터뷰를 포함해 보건복지부의 고독사 대응이 미비하다는 지적으로 마무리한다.

고독사 관련 언론보도는 여지없이 시신이 있던 자리와 그 공간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극히 개인적인 메모와 유품들이 전시된다. 앞서 언급한 기사에도 '말라붙은 밥이 남은 밥솥' 사진과 현관문 안쪽 바닥에 지저분하게 놓인 청구서와 마스크 사진이 강조되었다.

처음 고독사 관련 보도를 접할 때만 해도 너무나 충격이었고, 이런 열악한 곳에서 살다 홀로 임종을 맞은 분의 죽음이 안타까웠다. 그러면서 고립된 삶이 얼마나 외로웠을지, 다가오는 죽음을 홀로 마주한 고인은 또 얼마나 불안과 공포로 버거웠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충격이 반복되면서 충격의 자리에는 질문이 대신하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고독사하고 내 집 안이 이렇게 공개된다면 어떨까? 아마도 내가 고독사한다면 개인적인 여러 이유로 사회적으로 단절되고 고립 상태에서 삶의 의지도 없이 홀로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의 집은 지저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내 집을 언론에서 사진으로 공개한다면 끔찍하다.

사람들은 그 사진을 보면서 고독사 현장이 어떠한지 알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싫다. 아마도 고독사한 분들도 비슷한 심정이 아닐까? 인지상정으로 사람들은 좋은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고독사 현장은 사건 현장이 아니다. 고인의 인생의 날들과 삶의 마지막 여정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이다. 그렇다면 고인 관점에서 현장을 어떻게 보도하면 좋을지 이제는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 자살 보도에도 한국기자협회가 마련한 '자살보도 권고기준'이 있다. 하지만 고독사 보도에는 인권에 근거한 이러한 기준이 없다.

현장 사회복지사의 애도할 권리와 마음 상태도 살펴야

고독사가 발생하면 으레 질타의 대상은 동주민센터의 담당 사회복지사가 된다. 이번 기사에서도 고인은 구청의 1인 가구 모니터링 대상자로 1개월 간격으로 방문하는데 그사이 2주 동안 안 보여 집주인이 신고했다고 한다. 얼핏 보면 사실관계만 설명한 듯하지만, 행간에서는 1개월 간격의 방문이 문제라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고독사한 분을 담당하던 동주민센터 사회복지사는 고독사 발생 후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휴직하기도 한다. 지속해서 만나던 분이 고독사한 것도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를 충분히 애도할 사이도 없다. 기자들은 현장과 동주민센터, 구청으로 찾아와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그리고는 사회복지의 문제라며 고독사 현장의 문제점을 보도한다.

현재 고독사 문제는 지금의 사회복지 인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문제다. 이웃과 사회 공동체가 함께 고독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도 버거울 수밖에 없다. 또한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와 공적보호제도의 높은 신청주의도 문제다. 그런데도 여전히 고독사가 발생하면 담당 사회복지사가 모든 부담과 비난을 오롯이 견뎌내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번 70대 어르신의 고독사 언론보도를 보면서 담당했던 사회복지사가 걱정이다. 고독사한 고인을 애도할 사이도 없이 기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전화를 받으며 힘들어했을지, 그리고 구청 등의 요청에 대응하면서 또 얼마나 버거운 시간을 보냈을지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장례식장에 가면 유가족의 애도를 위해 주변 사람들은 유가족의 심정을 살핀다. 담당 사회복지사도 고독사한 분으로 인한 애도가 필요한 사람이다. 그 애도할 권리는 충분히 보장되어야만 한다.

이제 사회는 고독사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더는 사건 사고 현장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그냥 실태를 알리는 방식으로 고독사를 소모해서는 증가하는 고독사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고독사한 고인의 존엄함을 지켜주고 그들의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읽어 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현장 사회복지사의 애도할 권리와 마음 상태도 살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1코노미뉴스http://www.1conomynews.co.kr' 오피니언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태그:#고독사, #언론보도 권고기준, #고립사, #사회복지사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서울시 공영장례지원상담을 하고 있으면, 저소득시민 및 무연고자 장례지원하고 있는 "나눔과나눔"에서 활동 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