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11 10:45최종 업데이트 22.04.1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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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2021년 '탄소중립 도시숲 사업'과 2022년 '미세먼지 저감 도시숲 조성사업'
2021년과 2022년 '공공 건축물 그린 리모델링 사업' 
2021년과 2022년 '온실가스 관리 인프라 구축사업'

이 세 사업들은 2022년 정부 회계상 분류가 기후대응기금으로 바뀐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사업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성과관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기후대응기금을 운용하는 다른 사업들도 마찬가지이다. 기금의 소관부처는 기재부이지만 사업시행부처가 아니라는 이유로, 13개 사업시행부처들은 소관부처가 아니라는 이유로 성과관리 비대상 사업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22년 1월 기재부는 "기후대응기금의 관리·운용과 탄소중립 관련 재정정책의 검토·조정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1개 과를 신설하면서 5명을 증원하였다. 

기후대응기금의 안타까운 첫 출발

탄소중립기본법은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기후대응기금을 설치하고 기획재정부장관이 운용·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법 시행령은 기금운용심의회 위원장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맡게 하고 있다.

기후대응기금은 2022년 1월 1일 신설되었으며, 1월 25일 기금운용심의회는 1차 회의에서 총 2.4조 원 규모의 기후대응기금을 온실가스 감축사업, 신유망‧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및 녹색금융 지원 등에 지원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윤미향 의원실에 따르면, 기금을 사용하는 141개 사업들 중에서 76개가 이미 환경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정부부처에서 진행한 사업들이었다. 이 문제는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이미 지적되었으나 올 1월에 그대로 내용이 확정됐다.

기금운용심의회 위원들은 이미 진행한 사업을 기후대응기금 지원 사업으로 결정하는 데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이다. 아무튼 기금의 운용·관리주체가 탄소중립의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아닌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앞으로 지자체는 정부부처의 공모사업을 통해서만 이 기금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공모사업의 문제점  

정부부처가 공모사업을 통해 지자체에 국고보조금을 지원하는 문제점은 많이 지적되어 왔다. 지자체는 국고보조금을 통해 부족한 예산을 확보하는 동시에 공모사업 선정을 통한 정치적 홍보 효과 등의 이유로 공모사업에 집중하게 된다. 더군다나 공모사업을 통한 예산 지원이 증가함에 따라 지자체들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한편 중앙부처는 지자체의 행정 역량에 대한 우려로, 더 중요하게는 자신의 정책의도를 관철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공모사업을 통한 국고보조금 지원 방식을 놓기 쉽지 않다. 또 확보한 예산금액의 크기로 중앙부처 내에서 유능함을 평가받는다. 이러한 이유로 중앙부처들 간 그리고 중앙부처 내 여러 부서들이 종종 유사한 사업들을 실행하게 된다. 
 

정부부처가 공모사업을 통해 지자체에 국고보조금을 지원하는 문제점은 많이 지적되어 왔다. 사진은 세종시의 한 버스 정류장에 세워진 정부세종청사 각 부처의 방향이 표시된 세움 간판. 2022.3.14 ⓒ 연합뉴스

 

왜 지자체에는 공모사업을 통한 행정 역량이 쌓이지 않는가? 중앙부처의 공무원들은 자신의 책임 하에 공모사업의 아이디어와 기획 그리고 예산 확보와 추진까지 경험하는 반면 지자체의 공무원들은 선정된 사업을 관리하는 역할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그 관리 경험도 순환보직으로 인해 축적되기 쉽지 않다. 그 결과 중앙정부가 지자체를 이끌어야 지역의 혁신 기반을 뿌리내리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은 재강화되며, 이는 다시 지역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중앙정부 주도의 공모사업을 추진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독일의 석탄지역 구조강화법

독일의 탈석탄 사례는 많이 소개된 반면 현재 진행 과정은 잘 소개되지 않았다. 석탄지역 구조강화법를 기반으로 2020년 8월 14일 무연탄 및 갈탄 탄광지역 지원을 위한 석탄지역투자법이 발효되었다. 석탄지역투자법에 의한 재정 지원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갈탄 광산 지역의 주정부를 포함한 지자체 등의 투자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2038년까지 총 140억 유로가 지원될 예정이다. 2020년 8월 27일 연방-주 협정에 따라 주정부 책임 하에 개별 프로젝트들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이 시작되었다. 석탄지역투자법을 근거로 효과적인 재정지원을 위해 연방-주 조정기관이 설립돼 연방정부와 주정부들 간 조정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연방-주 조정위원회의 승인이 있어야 재정지원이 가능하다.

둘째, 연방정부의 프로그램들과 도로 및 철도 건설 등 연방정부 책임 하에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에 대해 2038년까지 최대 260억 유로가 지원될 예정이다. 

지자체에 통 크게 지원하자

독일 사례에서 연방정부는 자신이 기획한 지자체를 위한 프로젝트들을 직접 수행하는 동시에 지역의 필요를 반영하여 기획한 지자체에 의한 프로젝트들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 특성을 해당 지역주민들이 잘 알기 때문에,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사업 아이디어와 기획 그리고 예산까지 확보하도록 지원한다. 동시에 연방과 주 간의 서로 다른 관점을 조정기관을 통해 조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가 차별화된 지역 특성을 아무리 강조할지라도 표준화된 선정기준으로는 지역 특성이 반영되기 쉽지 않다. 하물며 지역주민들의 적극적 참여는 더욱 쉽지 않다. 이에 지자체의 자율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국고보조금 지급을 가리기 위한 공모사업이 아니라 독일과 같이 국고보조금 지급을 전제로 지자체가 자신의 필요를 반영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판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만약 그러한 사업들의 1/3만 성공적이어도 지금의 공모방식보다 낫지 않을까?    

지방이 소멸할 처지에 있다는 말은 이제 흔하다. 누구에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인가? 그 위기는 과거에 시작되었는데 왜 지금 책임을 묻느냐고 항변할 수 있겠다. 여전히 몇몇 지자체들은 예외이지만, 유권자들은 지방행정 실패에 대해 지방정부를 교체하는 방법으로 그 책임을 물었다. 물론 유권자들의 정치적 선택에는 위험이 따르지만, 적어도 그것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작동해 온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와 재정분권에 중요한 선거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탄소중립과 관련하여 기후대응기금과 그린 뉴딜 그리고 지역균형 뉴딜 등에서 재정분권이 높아져서 지자체 고유의 사업들을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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