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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에서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모두발언을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에서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모두발언을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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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과 4월 12일, 두 번의 의총이 있었다.

1.

2월 27일은 일요일이었다. 보통 주말에는 의원총회(아래 의총)가 열리지 않는다. 지역구를 챙겨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각자 지역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 더불어민주당은 긴급히 의총을 소집했다. 심지어 저녁 8시였다. 사흘 전인 2월 24일 송영길 전 대표가 전격 발표한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추인해 당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선거용'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개혁 내용 중엔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도 있었다. 대선을 단 열흘 앞둔 시점이었다.

그날 밤 9시 30분, 한 시간 반 정도 걸려 의총이 끝났다. 이례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동' 명의의 결의문이 나왔다. 결의문의 마지막 문장은 이랬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동은 절박한 정치개혁 과제를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반드시 실천할 것을, 국민 앞에서 엄숙하게 결의하고 약속드립니다."

당론으로 채택된 것이다. 대선 전망이 어두웠던 탓일까. 의총장을 나온 의원들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2.

대선은 민주당의 패배로 끝났다. 대선 뒤 한달이 조금 더 지난 4월 12일, 민주당은 또 한 번 의총을 소집했다. ①정치개혁 ②언론개혁 ③검찰개혁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의총장에 들어가던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정권 넘겨주기 전에 열리는, 사실상 마지막 정책의총 아니겠나"라고 했다.

오후 6시, 네 시간 동안 이어진 의총이 끝났다. 그런데 이번엔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 얼굴이 밝았다. 서로 악수를 하고 "고생했다"며 자축하는 의원들도 보였다. 맨 마지막에 나온 박홍근 원내대표 역시 웃고 있었다. 김남국·김용민 의원은 의총 결과 공식 브리핑도 나오기 전에 개인 페이스북에 '검찰개혁·언론개혁 법안이 당론으로 채택됐다'는 소식을 승전보처럼 전했다. 이를 시작으로 다른 민주당 의원들 페이스북에도 비슷한 글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겨우 한달 반 전에, 같은 장소에서, 자신들이 당론으로 결정했던 정치개혁은 무산시켜놓고도.

웃었던 그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박홍근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박홍근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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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에서 졌는데도 민생과 상관 없는 '검수완박'을 의석수로 강행한다는 건 순리에 맞지 않다. 당론까지 만들어서 공약한 정치개혁은 명분도 없이 뒤집어버렸다. 진영 정치의 끝판왕이다." (민주당 중진 의원)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4월 내 처리하겠다는 검찰개혁 방침을 당론으로 정했다. 전격적이다. '검수완박'은 대선 때 민주당이 내세운 공약도 아니었다. 대선이 끝난 뒤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급부상한 이슈다. 오직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 법제화를 위해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이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 역시,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러니 각종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한 방패막이 아니냐고 비판 받는다. 박지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12일 "정권교체를 코앞에 두고 추진하는 바람에 이재명 고문과 문재인 정부 관계자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반성하고 성찰해도 모자랄 시점인데, 대선 때 쟁점이 되지도 않았던 검찰개혁을 꺼내든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심판을 받고도 오만해 보이면 어떻게 하나"라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중진 의원은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검수완박'을 하는 게 도움이 안 된다는 건 누구나 다 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덤정치, 진영정치가 워낙에 판을 치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존에 있던 강성 검찰개혁 지지 세력에, 이재명 전 후보가 아깝게 대선에서 진 후 더해진 세력까지 합쳐져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5년 내내 당이 열성 지지자 눈치만 보다 조국, 추미애도 비판하지 못한 것 아니냐"라며 "검수완박을 보면, (민주당은) 대선에서 패하고도 변화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지방선거에 광역의원으로 출마하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강성에만 끌려 다녀선 민심과 동떨어진다"라며 "선거를 앞두고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달 반 만에 뒤집힌 '당론'
  
2월 27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오른쪽)와 윤호중 원내대표,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모습.
 2월 27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오른쪽)와 윤호중 원내대표,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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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월 27일 일요일에 의총까지 열어가며 '민주당 의원 일동'이 당론으로 추인했던 정치개혁은 당론 채택이 불발됐다.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 도입 법안을 처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당론이었던 것이, 당론이 아닌 게 됐다.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할 수 있다면, "국민 앞에서 엄숙하게 결의하고 약속 드린다"면서 '당론'이라고 결의문까지 올렸던 2월 27일 일요일 의총은 기만일 뿐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약속을 번복한 데 대한 설명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이 합의해주지 않는다"라고만 하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은 '172석'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민주당이 말이다.

이로써 다가오는 6.1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 도입은 물 건너 갔다.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는 기존에 거대양당이 기초의원 선거를 2인 선거구로 쪼개 의석을 독점해왔던 것을 근절하자는 취지의 정치개혁 방안이었기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선 기득권을 조금이나마 내려놓는 법안이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자기 밥그릇은 끝까지 챙기면서 검수완박 같이 하고 싶은 것만 하겠다고 하니 공감을 얻기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민주당이 언론개혁을 당론으로 채택한 것 역시 민주당의 '당론'이 얼마나 가벼운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언론개혁의 주된 내용으로 밝힌 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골자는 공영방송 사장 선임 시 정치권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이던 2016년 7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당론'으로 결정한 바 있다. 그때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 했던 이가 공교롭게도 박홍근 현 원내대표다.

하지만 민주당은 2017년 5월 정권을 잡은 이후 5년 동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을 건들지 않았다. 정권에 유리해지니 방송법을 그대로 두고 있다는 '내로남불' 비판에도 요지부동이었다.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일명 '박홍근안'에 대해서 그동안 아무 말도 없다가 이제 곧 야당이 되니까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자는 건 사실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웃지 못한 그들
  
더불어민주당 권지웅 비상대책위원이 3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지웅 비상대책위원이 3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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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13일, 당장 민주당 내에서 공개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지도부에 속한 청년 정치인들이 앞장섰다.

권지웅 민주당 비대위원 : "검수완박 법안은 대선 패배 이후 시기를 못박은 유일한 입법 개혁 결정이다. 민주당의 우선순위가 검찰 개혁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국정 농단과 촛불의 힘으로 지기 어려운 선거를 졌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지금, 그 패배에 대한 첫 번째 반성으로 의총이라는 집단 토의를 통해 검찰 개혁을 내세웠다. 시대의 우선순위는 달라졌다. 다시 검찰 개혁을 1순위로 내세우는 민주당의 모습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이 저는 무섭다. 시민들의 지지를 호소할 자신이 솔직하게는 없다."

박지현 민주당 비대위원장 : "원내에서 검찰개혁을 보다 신중하게 추진하고, 국회에 계류 중인 민생법안과 지방의회 2인 선거구제 폐지 법안을 같이 처리하겠다는 원칙을 세울 것을 요청드린다. 지방의회 2인 선거구제 폐지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특히 소수정당과 청년의 정치 진출을 확대할 수 있는, 정치개혁의 출발점이다."

김태진 민주당 비대위원 : "어제 저를 포함한 원외 비대위원들은 의원총회에 처음 참석했다. 그리고 총회에서 개인적으로 무기력함을 느꼈다. 지난 한 달을 돌이켜보며 민주당은 정말 변화를 원하는 것일까 고민하게 되었다."
 

다시 떠올려보면 12일 저녁 의총장을 떠날 때 화기애애했던 민주당 의원들과 달리 이 젊은 지도부들만 웃음기가 없었다. 그들 얼굴만 벙찐 모습이었다. 무언가 잘못됐다 싶은, 당황한 모습이었다.

[관련 기사]
4시간 의총 끝 민주당의 선택은 '4월 내 검수완박' http://omn.kr/1ybrb
민주당 '국민통합 정치개혁안' 당론채택, "대선결과 상관없이 추진" http://omn.kr/1xjm2
'언론법' 막히자 부랴부랴 '공영방송 지배개선' 꺼낸 여당 http://omn.kr/1v25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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