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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현재 상황을 엄밀하고 합리적으로 파악한 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여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설명하고, 나아가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예측합니다.
 전문가는 현재 상황을 엄밀하고 합리적으로 파악한 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여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설명하고, 나아가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예측합니다.
ⓒ 권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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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전문가의 시대, 아니 전문가의 수난시대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인지와 역량을 넘어서는 어떤 상황이 되었을 때 전문가를 찾습니다. 그때 전문가들은 사람들의 신뢰와 존경의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그렇게 발견한 전문가에게 별다른 전문성이 없다고 느껴지거나 다른 결함이 있거나 심지어 사회에 해악을 미칠 때 사람들은 그를 외면하거나 멀리 차 버리기도 합니다.
 
옛날에는 사제, 제사장, 예언자, 무속인들이 전문가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은 전문가가 예언자입니다. 전문가는 현재 상황을 엄밀하고 합리적으로 파악한 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여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설명하고, 나아가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예측합니다. 대중이 믿든 안 믿든, 얼마나 믿든 어쨌든 전문가는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관심분야를 벗어나면 특정 현상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불가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먼 옛날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이 오지랖이 넓은 대과학자가 탄생하기도 했고, 지금도 가끔은 <지대넓얕>의 작가와 같이 광범위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깊이로는 '진짜' 전문가를 당해낼 수가 없지요. 우리는 넓고 얕게 두루 아는 사람들을 전문가라고 부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좁고 깊게 아는 사람들을 전문가라고 부르죠.
 
전문성이라는 함정
 
이번 기사의 주제는 '슬기로운 전문가 활용법'입니다. 전문가란 무엇인가, 전문가를 활용할 때 주의사항, 그리고 전문가들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같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전문가' 하면 누가,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개' 하면 강형욱, '육아' 하면 오은영, '요식업' 하면 백종원... 이런 식으로 특정 분야나 상황을 맞닥뜨리면 순간 떠오르는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럴 때 떠오르는 다른 몇 가지 이야깃거리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지나치게 오지랖을 넓히다가 '한 방에 훅 간' 전문가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방금 독자 여러분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어떤 전문가들이 있을 것입니다. 굳이 실명이나 실제 사건을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들이 전문가였던 것은 아마 맞겠지만, 자신의 전문영역을 넘어서는 순간 비전문가가 되었고, 불필요한 실수들을 반복하면서 전문가의 자리에서마저 밀려나게 된 것입니다.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는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씨가 했던 발언입니다. 그는 현 정부의 방역정책이 전문적이지 않은 '정치방역'이며, 자신은 전문적인 '과학방역'을 할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그가 말한 정부가 청와대를 말하는 것인지, 보건복지부를 말하는 것인지, 질병관리청을 말하는 것인지, 그 전체를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현 정부의 방역정책이 질병관리청에 의해 주도되고 있고, 우리나라의 방역전문가들이 질병관리청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폐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의사이기도 한 본인을 전문가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기초의학과 교수와 IT기업 CEO 출신인 현역 정치인을 방역에 대한 전문가라고 볼 수 있는지, 또는 그의 주변에는 '진짜' 방역전문가들이 따로 모여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 가지 더. 대통령 당선자가 불러 모으고 있는 내각의 후보자들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인수위원회 측에서는 그들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이전 정부들에서도 국무위원 후보들에 대해 그렇게 말해 왔습니다. 그들 대부분이 50대 이상으로서 특정 분야에서 평생 일해 왔으니 자신의 분야에서는 전문가가 맞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 전문성이 장관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데 적합한 것인가 하는 점이겠죠. 그런데, 장관은 그 분야의 전문가여야 할까요? 예전의 그 '전문가'들은 장관이 되었을 때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했을까요? 그것도 궁금합니다.
 
전문가가 되는 길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이제는 제법 유명해진 법칙이 있습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이제는 제법 유명해진 법칙이 있습니다.
ⓒ 권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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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러면 본론으로 들어가서,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마도 가장 전형적인 방식은 그 분야의 정규 교육훈련 코스를 성실하게 따라가는 방법일 것입니다. 분야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국내외 대학이나 전문대학, 직업학교의 해당 분야를 전공하고, 그 과정을 마친 뒤 초임으로 현장에 입문한 다음에 일정기간 성실하게 일하면서 성장해 가면 무리 없이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전문가 집단으로 생각하는 대학교수들은 학부와 석사, 박사과정을 마치고 나면 초보 전문가가 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문화된 고등교육 과정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만의 여정에 따라 독특한 전문성을 만들어 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미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선배 전문가의 지도를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전문가들의 그 '전문성'이라는 것에 대해 따져봐야겠습니다. 얼마나 훈련을 받아야 전문성이 생기고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요? 특정 분야의 직업인이 되었을 때 우리는 그를 전문가로 인정할 수 있을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대학교수를 기준으로 보겠습니다. 대학교수가 되려면 학부와 석사, 박사과정을 거쳐 학위를 받고, 보통 2개 이상의 과정에서 선발 전공에 맞는 학위를 가지고 있어야 전임교원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중간에 현장에서 일정 기간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는 경우도 많지만, 그것이 최소 기준인 것입니다. 그러면 그렇게 박사학위까지 받고 교수채용 절차를 거쳐 전임교원이 되면 그 전공의 전문가가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아직 아닙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이제는 제법 유명해진 법칙이 있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자신의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소개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하루에 3시간씩, 1년에 1,000시간, 그렇게 10년 동안 특정 분야의 경험을 축적하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법칙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가설로서 우리는 이 법칙을 상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맞는 말 같습니다. 학부와 석사, 박사과정을 모두 합치면 10년 정도가 되고, 의과대학 6년, 인턴과 레지던트 5년을 포함하면 10여년이 되며, 1996년에 피겨 스케이팅을 시작한 김연아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2007년까지도 10년 정도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10년이면 충분할까요? 10년의 학부, 석사, 박사과정을 거쳐 전임교원이 된 교수는 자기 전공의 전문가가 되었을까요? 10여년의 의과대학 과정을 통과하여 전문의가 된 의사는 전문가일까요? 행정고시를 통과하여 5급 사무관이 된 공무원이 10년차 정도가 되면, 대학을 졸업하고 시민사회단체에 들어가 10년 동안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면, 대학에서 특정 분야를 전공하고 그 분야의 기업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면, 전문가가 될까요? 그럴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닐 것입니다.
 
10년이라는 기간은 전문가로서 충분한 기간이 아니라 이제 전문가로서 경력을 시작해도 된다는 최소한의 인정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뒤로 하루 8시간, 일주일에 40시간, 일년 2,000시간, 10년 20,000시간 정도 전문가로서 반성적 실천을 한 뒤에야 비로소 우리는 그를 전문가로 인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두드러지는 군계일학, 백미 같은 존재를 우리는 '고수'라고 부르고, 그러고도 10년 동안 더 경력을 쌓으면서 자신과 같은 제자들을 길러내어 일가(一家)를 이루게 된다면 '대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복잡한 현실, 다양한 전문가
 
그럼 이제 전문가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까요? 특정한 사회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세 가지 유형의 전문가를 찾게 되는 듯합니다. 첫째는 이론 전문가로서 대학교수를 포함한 학자(연구자)입니다. 그들은 사회문제의 인과관계를 설명하고 예측하는 논리를 제공합니다. 둘째는 현장 전문가로서 공공과 민간, 비영리 부문에서 일하는 실천가(행동가)입니다. 그들은 현장에서 산전수전, 시행착오를 겪으며 직접 문제를 해결해 왔고, 풍부한 경험을 자랑합니다. 그들은 '노하우'를 아는 사람들입니다. 셋째는 정책과 행정의 전문가로서 관료와 정치인을 포함합니다. 그들은 법률을 만들거나 정책을 결정하고 그 규칙에 따라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이 세 가지 유형의 전문가들이 각자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대학교수는 논리적이지만 현장을 잘 모른다는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실천가는 경험이 풍부하지만 막무가내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관료들은 규칙과 경로를 잘 알지만 창의성이 부족해 보입니다. 전문가라고 부를만한 경지에 올랐다면, 유형과 상관없이 그들은 모두 똑똑하고 유능하지만 뭔가 하나씩은 빠져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종종 '이 모든 것을 겸비한 전문가가 여기에 있다'며 추천되기도 합니다. 현장 실천가로 시작해서 관료나 정치인이 되었다가 나중에 교수가 되는 식의 사례입니다. 현장도 알고, 행정도 알고, 이론도 아니까 통합형 전문가일 듯합니다. 그러나 그가 현장을 떠나 행정과 이론을 터득하는 사이에 현장은 이미 변해있고, 교수가 되었을 때 그가 알던 현장은 지금의 현장과 다릅니다. 그러니 완벽한 전문가가 있을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또 한 가지 유형화의 기준이 있습니다. '관점'입니다. 여기에는 정치 이념, 가치관, 문화적 신념체계, 세계관, 인간관 등이 포함되며, 이것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단순하게 보면 이념형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전문가들은 개혁적이고, 어떤 전문가들은 보수적이며, 어떤 전문가들은 중립적 또는 통합적입니다. 중립을 지킨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있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실제로 그런 전문가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통합적 또는 융합적인 전문가가 되려고 하거나 그렇게 평가 받는 사람은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역학관계를 변증법, 즉 정-반-합의 구조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에 대해 한쪽 진영이 무언가를 주장하면, 다른 쪽 진영이 그것을 반대하며 논쟁합니다. 그러면 그것을 통합하거나 중재하거나 조정하거나 융합하는 제3자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전략으로 완전봉쇄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있고, 자연면역을 지향하며 완전개방을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으며, 중재안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전략과 순차적 면역을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는 것입니다.
 
자. 이론 전문가와 현장 전문가, 행정 전문가라는 유형, 그리고 진보와 보수, 통합이라는 유형, 이 두 가지를 교차하면 9가지 세부 유형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 9가지 전문가 집단을 통합하는 10번째 전문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10명의 전문가. 너무 많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장기적이고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꼭 필요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많다면 보수에서 3명, 진보에서 3명을 선택하고, 위원장 1명을 포함하여 7명으로 구성하면 될 것입니다.
 
전문가 활용법

 
우리가 속한 조직이나 집단, 가족,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도 한 사람의 전문가에게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우리가 속한 조직이나 집단, 가족,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도 한 사람의 전문가에게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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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어떤 세력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할 때 이론-현장-행정 중 한쪽 또는 진보-보수-통합 중 한쪽만을 선택해서 조합한다면, 그것은 적절하지 않은 선택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통령이 비서진과 내각을 구성할 때는 특정 관점을 선택하여 전문가들을 모으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그때에도 이론과 현장, 행정의 균형은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기는 해도 자신의 진영이 잘못된 결정을 할 가능성은 늘 존재하므로 다른 진영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해 자신을 견제할 수 있는 복합적인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필수적이고 지혜로운 전략일 것입니다.
 
이런 방식의 전문가 활용법을 '삼각측량법'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세 가지 유형의 전문가들이 서로를 견제하고 보완하는 방식으로 우리 사회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쪽만을 선택하는 것도, 양쪽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국가나 지역사회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속한 조직이나 집단, 가족,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도 한 사람의 전문가에게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우리는 어떤 문제를 해결해 본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그것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설명해 주는 사람의 말에도 귀 기울여 보고, 그것이 제대로 진행된 것인지 규칙을 지킨 것인지 지적해 주는 사람의 목소리도 들어봐야 합니다.
 
주식투자를 예로 들어 볼까요? 개인 투자자는 슈퍼개미의 성공담만 들어서는 안 되며, 증권사 펀드매니저의 얘기와 재정관리를 전공하는 교수의 의견을 같이 들어봐야 합니다. 주가가 많이 빠졌으니 지금 저가매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와 바닥을 찍고 상승세가 분명해 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역설하는 전문가의 이야기를 함께 듣고 판단해야 합니다. 기후위기도, 자원위기도, 경제위기도, 부동산 문제도, 재테크도, 빈곤문제도, 청소년 비행도, 연금개혁도 모두 그러합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도, 모든 것을 알고 있고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굴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그들은 이미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정규 교육과정과 수련과정, 전문가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배웠을 것입니다. 전문가는 늘 자신의 오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집단지성도 상당히 자주 오류를 일으킨다는 점을 자각하고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전문가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른 전문가 집단과 자주 교류하면서 자신의 오류를 점검하고 융합의 길을 찾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삼각측량법을 보완할만한 비슷한 대안들도 있습니다. 교수들이 학술대회에서 기획주제 논문을 발표할 때는 1-2명의 토론자를 붙이고 발표자와 토론자 사이를 중재하거나 통합하는 '좌장'이 있습니다. 또한 교수들이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면 통상 3명의 교수가 동료검토 차원에서 논문을 심사해서 의견서를 보내면 편집위원장이 이를 통합합니다.
 
'악마의 대변인'이라는 제도도 있습니다. 가톨릭 교회에서 성인을 추대할 때 그를 검증하기 위한 제도로 시작하여 법조계, 정치학, 경영학, 행정학 등에서 두루 쓰이는 방법입니다. 이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회의를 진행할 때,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만을 내는 사람을 한명 지정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연재 기사인 행복 시리즈에서 언급한 '예언실현적 접근'에 대해 다시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전문가는 현대의 예언자입니다. 그들은 현재의 상황과 과거의 사건들을 연결하여 설명하고, 미래를 예측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언하듯이 말합니다. 그들이 '가능성'이나 '확률'을 들먹이면서 한발 빼는 듯한 자세를 취하더라도 예언은 예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그 예언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래는 예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같이 만들어가야 하는 가상현실인데도 말이죠. 2021년 주가폭락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동학개미들이 주가를 반등시킨 일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K-방역이 성공모델로 평가받는 이유는 정부가 제안한 방향성이 정확한 예측모델이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다수의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따라와 준 덕분일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태그:#은밀한 맥락을 찾아서, #전문가 활용법, #삼각측량법, #악마의 대변인, #1만 시간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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