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5.05 18:37최종 업데이트 22.05.0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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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어린이날 100주년 ‘어린이차별철폐의 날’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노키즈존 나빠요, 차별금지법 좋아요’라고 적힌 글씨에 색칠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검증대상] "노키즈존 리스트 공유하면 영업 방해" 사업자 주장

5월 5일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노키즈존'을 비롯한 어린이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하는엄마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4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어린이차별철폐의 날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노키즈존' 철폐를 요구했다. 이들은 "아동·청소년은 성인과 동등한 인격체"라며 "노키즈존은 엄연한 아동 차별이고, 아동을 돌보는 양육자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노키즈존(No Kids Zone)'은 영유아나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업소를 가리키는 신조어로, 지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일부 업소에서는 '노키즈존'이란 안내 표시도 하지 않은 상태로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의 출입을 막고, 이같은 업소 리스트를 공유하는 행위에 대해 영업방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실제 노키즈존 표시 의무는 없는지, 업소 리스트를 공유하는 행위만으로 영업방해에 해당하는지 등 노키즈존을 둘러싼 쟁점을 따져봤다.

[검증내용] 노키즈존 표시 없어 리스트 공유... 전문가 "영업방해 주장은 자기모순"
 

누리꾼이 만들어 배포한 노키즈존/키즈존/키즈카페 지도 ⓒ 노키즈존/키즈존 제보받아요


노키즈존은 업장마다 연령, 시간 등 운영기준이 다르고 매장 입구나 온라인 안내글에 노키즈존 여부를 명확히 표기하지 않는 곳도 많다. 이때문에 노키즈존인지 모르고 업소를 찾았다가 헛걸음한 부모들은 차라리 노키즈존 여부를 정확하게 명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관련 보도: "노키즈존 명시 좀"…부모들의 간절한 요청 왜?).

하지만 식품위생법 등 현행법상 업소에 노키즈존 운영 여부를 고지해야 할 의무는 없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도 3일 <오마이뉴스> 서면 답변에서 "노키즈존이라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위법하다는 뜻이 아님) 말이기 때문에 운영 실태를 고지할 의무 등은 당연히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민구 서울시 식품정책과 주무관도 3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노키즈존 운영실태 고지 의무와 관련된)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자구책으로 노키즈존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 2017년에는 '노키즈존/키즈존 제보받아요'라는 SNS 계정에서 '노키즈존/키즈존/키즈카페' 지도를 만들어 공유하기도 했다. 이에 일부 노키즈존 사업자들은 이같은 행위가 '블랙리스트'와 같은 영업방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관련 보도: [카드뉴스] 애 데리고 카페에서 쫓겨났습니다… "노키즈존 리스트 공유가 영업 방해?").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노키즈존 리스트를 공유하는 행위만으로는 영업방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업무방해죄(형법 314조)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죄로,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김예원 변호사는 "노키즈존을 본인이 영업방침으로 게시한 것 자체가 이를 알리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리스트 공유를 영업방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모순적 주장"이라고 답했다.

김상원 국제아동인권센터 선임연구원도 3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노키즈존은 아동의 출입을 제한한다고 선언하는 건데 방문자 입장에서는 메뉴의 가격, 화장실이 있는지, 주차장이 있는지, 예약 가능한지 등과 같이 알아야 할 정보"라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노키즈 식당은 아동 차별"

한 발 더 나아가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7년 11월 "노키즈 식당은 아동 차별"이라면서 13세 이하 아동 이용을 제한한 한 식당에 차별행위 중단을 권고했다. 당시 인권위는 "특정 집단을 특정한 공간 또는 서비스 이용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경우 합당한 사유가 인정돼야 한다"면서 "A식당의 경우 파스타, 스테이크 등 이탈리아 음식을 판매하는 곳으로 아동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유해한 장소가 아니며, 이용자에게 시설 이용상 특별한 능력이나 주의가 요구되는 곳도 아니기 때문에 식당의 이용 가능성과 연령 기준 사이에 합리적 연관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상원 선임연구원은 "아동 보호 목적이 아니라 '너는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다', '아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갈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우리가 아동이 배우길 원하는 태도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면서 "아동에게 누군가의 잘못이 그 집단 전체의 잘못이라고 성급한 일반화를 가르치는 것, 나와 다르면 배척하는 게 낫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 2013년 일반논평에서 세계 곳곳의 공공장소에 대한 상업화가 심화되면서 아동에 대한 관용이 줄어들고, 공동체나 공원, 쇼핑몰 등에 대한 아동의 출입 제한 조치로 인해 아동은 '문젯거리', '문제아'라는 인식이 형성되는 것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검증결과] "노키즈존 리스트 공유하면 영업방해" 주장은 '거짓'

현재 일부 업소에서 어린이 출입을 제한하면서 '노키즈존' 여부는 고지하지 않아 어린 자녀를 둔 이용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키즈존 리스트를 공유하는 행위는 해당 업소의 영업방침 사실을 알릴 목적이기 때문에, '허위사실 유포'나 '위계나 위력에 의한 행위'로 볼 근거는 부족하다. 따라서 "노키즈존 리스트 공유하면 영업방해"라는 일부 사업자 주장은 '거짓'으로 판정한다.

"노키즈존 리스트 공유는 영업방해"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거짓
  • 출처
    언론 보도출처링크
  • 근거자료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오마이뉴스 서면 인터뷰(2022.5.3)자료링크 김상원 국제아동인권센터 선임연구원,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2.5.3)자료링크 김민구 서울시 식품정책과 주무관,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2.5.3)자료링크 국가인권위원회, ‘상업시설 이용 시 나이 제한’ 익명 결정문(2017.11.24)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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