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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쓰기 수업을 시작한 지 넉 달이 되었을 때, 배지영 작가가 <오마이뉴스> 기사에 도전해보라고 했다.

전에 말한 것처럼 당시 나는 어릴 때 외국에서 살았다고 해야 납득이 될 정도로 맞춤법이 틀렸다. 회원들이 격주마다 단톡방에 글을 올리면 배지영 작가가 프린트해서 첨삭을 해왔는데 유독 내 글만 작가님과 오랜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매달 아파트 대출 이자 50만 원과 상가 임대료 150만 원을 버거워하면서 이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꾸역꾸역하는 나에게 미소가 찾아온다면 어떨까. 과연 그 친구들과 다른 그림이 그려질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미소가 큰 트렁크 가방을 끌고 계란 한 판을 들고 찾아와 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영화<소공녀>와 폐업 준비에 관해 쓴 글에 작가님이 말했다.

"'미소가 계란 한 판을 들고 나를 찾아와 주었으면 좋겠다.' 이 문장 너무 좋네요."

작가님한테 들은 첫 번째 칭찬이었고 이제는 칭찬과 격려의 차이를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오마이뉴스> 최은경 편집자한테 선생님 글을 보여줬는데 이 정도면 기사로 손색이 없다고 했어요."

이 말은 내 귀에 캔디도 아니고 하루종일 무한 재생되었다.

내 글이 진짜 기사가 될 수 있을까? 집에 가자마자 <오마이뉴스>에 회원 가입하고, 글을 보냈다(이 모든 과정이 결코 순조로웠다고 생각하지 마시길. 이 순간에도 나는 독수리타법이었다).

다음날 <오마이뉴스> 편집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분에게 전화를 받았다. 기사로 올리기 전에 글에 있는 개인 정보를 공개해도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나를 "기자님"이라고 불렀다!

"기자님"과 내 글이 채택되었다는 사실에 나는 몹시 흥분했고, 내 글이 공신력 있는 매체에 인정받아서 뿌듯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시시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지만, 가슴 뭉클하게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 후 삼 년 동안 나는 <오마이뉴스>에 49개의 기사를 발행했다. 송고한 기사는 80여 편이지만 기사로 채택이 된 것이 49개. 채택된 기사는 잉걸, 버금, 으뜸, 오름으로 나누고 기사료는 각각 2000원, 1만5000원, 3만 원, 6만 원이다. 오름은 딱 세 번 받아봤는데 오름이 된 날은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밥을 사주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째졌다.

공들여 쓴 글을 보내고 <오마이뉴스>에 1시간 간격으로 들어가서 확인했지만 '생나무'(채택되지 않은 기사)가 뜨면 그냥 나무가 되고 싶었다. 우울한 기분이 며칠 가는 바람에 글도 안 써져서 두세 달 기사를 보내지 않은 적도 있었다. 기사 채택 기준은 글의 완성도, 시의성, 당일 송고 받은 기사량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았다(사실 잘 모른다).

<오마이뉴스>가 "시민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기사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지면을 내주어서 감사하다. 시민들의 도약 발판이 되어주고 응원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요즘 나는 창작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하하) 기사를 자주 보내지 않지만, <오마이뉴스>에 대한 고마움은 변함없다.
 
책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책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 김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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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영 작가의 책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을 읽고, 나는 배 작가와 함께한 글쓰기 수업을 복기(복습)하는 기분이었다. 당시에 몰랐던 말이 3년 6개월의 시간이 흘러서 와닿았다.

"끝에 가서 허무해지는 '남 디스'를 멀리하자."

억울한 마음에 누군가를 비난하는 글을 쓰고 나면 다음에 글을 쓰는 게 힘들었다. 남보다 내 마음을 들여다봐야 하는 일이 글 쓰는 일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애써 쓴 단어와 문장을 움푹 파이게 떠내지 않으려고 했다. 글쓰기 선생이 한꺼번에 군더더기를 찾아내 버리면 사람들은 자기 검열에 사로잡혔다."

책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의 한 구절이다. 누구나 갓난쟁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것처럼 배지영 작가는 모두 자기만의 글을 쓸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그녀 덕분에 에세이팀 회원들끼리도 단점보다 글에서 좋은 점을 발견해서 말해주며 계속 함께 하고 있다.

삼 년이 넘는 습작 기간 동안 나는 다채로운 좌절을 경험했다. 며칠을 괴로워하다가 글 한 편을 완성하고 좋아하는, 극단의 감정 사이에서 꼬박꼬박 일희일비했다. 이건 생각보다 고된 일이어서 혼자는 힘들었다. 오래 해야 하지만 오래 하기 힘들었다. 글 쓰는 일은 마음만으로 부족하고, 씨앗처럼 물을 주고 가꾸어야 하는 일이었다. 작법서보다 '지속하는 힘'이 필요한 이유다.

책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은 실제로 누군가가 쓰고 싶은 마음을 키워나가도록 도와준 작가가 쓴 글이다. 한번 생기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쓰고 싶다는 불씨를 가진 분들에게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을 추천한다. 작가가 하는 "정성스러운 잔소리"는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다정하게 일으켜줄 거라 믿기 때문이다.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 독자에서 에세이스트로

배지영 (지은이), 사계절(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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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봐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학원밥 18년에 폐업한 뒤로 매일 나물을 무치고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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