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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글쓰기 모임 '두번째독립50대'는 20대의 독립과는 다른 의미에서, 새롭게 나를 찾아가는 50대 전후의 고민을 씁니다.[편집자말]
선배가 지은 집에 놀러 갔다. 층높이가 높아서 시원해 보인다고 하니 말도 말라며 집을 지으면서 부부가 얼마나 싸웠는지 이야기가 시작됐다.
 
어쩌면 나무 고르는 취향도 부부가 이렇게 다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 나무 고르는 취향도 부부가 이렇게 다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 envato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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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잘 들어오도록 거실에 큰 창을 삼면으로 내겠다는 남편과 단열을 위해서는 창 크기를 줄여야 한다고 의견 대립을 하다 2개로 줄이기까지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층높이도 높이자 낮추자, 다락방을 만들자 말자 부부가 싸우면서 자꾸 설계가 바뀌는 바람에 건축비가 늘어났고, 결국 밖에 두를 벽돌 예산이 부족해졌다. "나는 빨간 벽돌집에 살고 싶었거든." 선배는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거실 창 밖으로 정원에 심은 다양한 나무가 보였다. 선배는 어쩌면 나무 고르는 취향도 부부가 이렇게 다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자작나무를 심었더니, 남편은 꽃과 열매가 없는 나무는 나무가 아니라며 싫어했다 한다. 그래서 아예 정원을 둘로 나눠서 각자 좋아하는 나무를 심었다며 웃었다. "말하자면 여기서 여기까지는 영희 정원, 저기서 저기까지는 철수 정원이야."

중년 부부에게 필요한 '관계의 새로운 규칙'
 
서로의 취향 차이를 지혜롭게 절충한 선배 부부의 모습에 빙그레 웃었다. 오래 산 부부는 닮는다지만, 20년을 넘게 함께 산 부부라도 서로 취향이나 생각이 똑같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취향이나 생각 차이로 서로 신경이 날카로워지거나 부부싸움이 시작되기도 한다. 특히 한 쪽이 무조건 받아주거나 참다가 한꺼번에 터져서 걷잡을 수 없는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안트예 가르디안(Antje Gardyan)은 책 <인생, 계획대로 되지 않아>에서 사람들은 대개 결혼을 항구처럼 편안하고 변하지 않는 관계로 착각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는데 새삼 뭘 바꾸지?" 하지만 모든 항구에도 새로운 풍랑과 폭우를 대비해 매번 항구의 이용규칙을 바꾸듯이, 중년에 이른 부부도 부부관계의 낡은 법칙을 새롭게 고쳐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중년 부부는 둘 사이의 크고 작은 긴장을 현명하게 풀 수 있는 '균형감'이 필요하다고 한다. 배우자나 자신이 자발적으로 변하리라는 낙관적 기대를 버리고, 현실에 맞게 새롭게 협상하고 관계의 규칙을 정하라는 것이다.
 
부부관계가 지켜야 할 가치는 적당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갈등을 다스릴 줄 알며 서로 자유, 자율권, 상호성, 자기 책임감, 의리, 관용, 섹스, 부드러움, 친밀함, 서로 존중하는 거리감, 신뢰, 신선함 등으로 계속 늘어간다. - 274쪽
 
비교적 취향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우리 부부도 식탁과 전등을 바꿀 때 한바탕 폭풍우를 겪으면서 새로운 규칙을 정할 수 있었다. 남편은 대리석 식탁을, 나는 원목 식탁을 원했다. 함께 바꾸기로 한 식탁 전등 역시 남편은 단순한 디자인을 나는 화려한 디자인을 원했다. 이견이 좁혀지질 않았다.
 
"자기 취향으로 결정하고 싶으면서 왜 나랑 같이 다녔지?" 남편은 자기의 의견을 무시한다고 했다. "더 좋은 것 고르려고 의논하는 건데 왜 화를 내지?" 신중한 내 마음을 몰라주는 남편이 서운했다. 대화로 조율하려고 할수록 서로 지난 일까지 끌어들여 점점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수비가 최대로 물러설 수 있는 거리. 우리 부부의 새로운 규칙으로 삼아야겠다 싶었다.
 수비가 최대로 물러설 수 있는 거리. 우리 부부의 새로운 규칙으로 삼아야겠다 싶었다.
ⓒ envato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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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마침 축구 경기를 보다가 골대 바로 앞에 있는 직사각형 지역 '골 에어리어'에 대한 해설을 들었다. 흔히 골키퍼 구역으로 알려진 '골 에어리어'는 수비가 최대로 물러설 수 있는 거리다. 우리 부부의 새로운 규칙으로 삼아야겠다 싶었다.
 
의견 충돌이 생겼을 때, 상대방의 골 에어리어 그러니까 심리적 마지노선을 침범하지 말자. 지켜야 할 선을 생각하고 감정이 앞서지 않도록 자제하자. 나는 공을 멈췄다. "어떤 조합이어도 예쁠 것 같으니 하나씩 고르기로 해." 결국, 식탁은 내가, 전등은 남편이 골랐다. 서로 한 골씩 사이좋게 나눠 먹은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모든 취향을 공유하는 게 부부는 아니다
 
젊었을 때는 중년의 부부가 수면 습관이 달라서 방을 따로 쓴다거나, 음식 취향이 달라서 냉장고를 따로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중년 부부 중 한 쪽이 주말농장이 취미인데도 한 쪽은 한 번도 가지 않았다든가, 제주도에 함께 부부 여행을 가서 한 명은 온종일 골프를 치고 한 명은 올레길을 걸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의아했다.
 
내가 중년이 되어보니 이제 알겠다. 부부라고 취향과 생각이 같을 필요도 모든 시간을 함께할 필요가 없다. 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도 "최적의 배우자는 모든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이 아니다. 의견 충돌과 차이를 조율할 줄 아는 사람이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앞서 정원을 반을 나누어 자기 취향대로 꾸미는 나의 선배 이야기처럼 먼저 서로의 차이를 당연하게 인정하는 것. 그 차이를 지혜롭게 조율해가며 부부만의 규칙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것이 중요할 테다. 고령화 시대에 어쩌면 지금까지 산 날보다 더 많은 날을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 걸어가기 위한 지혜가 아닐까?

시민기자 글쓰기 모임 '두번째독립50대'는 20대의 독립과는 다른 의미에서, 새롭게 나를 찾아가는 50대 전후의 고민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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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으로 세상의 나뭇가지를 물어와 글쓰기로 중년의 빈 둥지를 채워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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