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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정우형씨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 12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정우형씨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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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서 해고당한 뒤 복직 투쟁을 해 오던 50대 노동자 정우형씨가 숨졌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서 노조 활동을 이유로 탄압받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는 고인이 세 번째다. 2013년에 고 최종범씨가, 2014년에는 고 염호석씨가 노조 활동에 따른 압박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 정우형씨는 2015년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에서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해고되었다. 2015년 5월 고인은 해고를 용이하게 한 취업규칙 개악에 항의하며 음독을 시도했으나 다행히 빨리 발견되어 병원으로 후송된 후 목숨을 건졌다. 이후 한 달 만에 퇴원하자마자 삼성그룹 본관과 천안센터에서 1인 시위를 했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창설된 2013년, 삼성은 종합상황실을 꾸려 조합원이 있는 협력업체를 폐업하고 조합원의 재취업을 방해하고 노조 활동을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는 등 '그린화 작업'이라는 이름의 조직적인 노조 와해를 시도했다. 2021년 2월 대법원은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징역 1년 4개월, 최평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와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에게는 각 징역 1년과 1년 4개월을 선고했다.

고인도 노조 와해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2019년 7월 2일 있었던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혐의 공판 기록에 따르면 '그린화 작업'의 예시로 고인의 이름이 등장한다. 당시 종합상황실에 근무하던 서아무개씨는 검찰에서 "자살을 시도한 고위험군 인력인 정씨를 퇴사시키도록 상황실에서 개입했다"고 증언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해고자복직 투쟁위원회(아래 삼성해복투)와 고인의 유가족은 고인의 빈소를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 차렸다. 지난 14일 오후 빈소를 찾아 고인의 동료인 삼성해복투 소속 해고노동자 박병준씨를 만났다. 아래는 박씨와의 일문일답이다.

"노동자 못 지키는 노조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지난 2015년 7월 음독 기도 후 퇴원하자마자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에서 시위를 벌이던 고 정우형씨의 모습.
 지난 2015년 7월 음독 기도 후 퇴원하자마자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에서 시위를 벌이던 고 정우형씨의 모습.
ⓒ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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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은 물론이고 본인도 삼성의 노조 와해 피해자다. 노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나는 원래 IT(컴퓨터 및 주변기기) 기사로 들어가 여름이면 에어컨 기사 일까지 맡았다. 밤에는 내근으로 IT를 맡고 밤에는 에어컨 콜을 받다 보니 살이 엄청 빠지고 삶이 피폐해졌다. 주말도 휴일도 없이 건당제 임금으로만 연 5천만 원 벌었다.

정말 밤낮없이 일한 거다. 그렇게 일하다 보니 내가 사람이 아닌 기계처럼 느껴졌다. 고객 응대 과정에서의 수치심도 많이 느꼈다. '매우 만족'을 받지 못하면 반성문을 써야 하고 아침 7시에 출근해 정신교육도 받아야 했다. 인권이 없었다. 그래서 노조를 시작했다. 돈 때문에 한 것이 아니다."

- 해고는 어떻게 이루어졌나?
"내근과 외근 모두 나가면서 몸무게가 50kg도 채 안 나가게 됐다. 그래서 한 달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몸이 너무 힘들어 그만두려고 하니 회사에서 소속을 창원에서 마산으로 이동시키며 IT 기사만 맡기겠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조건을 믿고 마산으로 이직하니 이직한 당해에만 에어컨 기사를 안 맡기더니 다음 해부터는 다시 맡기더라. 이후 위장폐업으로 사실상 해고노동자가 되었다. 그게 2014년이다."

- 고인이 해고 후 8년 동안 피폐한 삶을 살았다는 식의 보도가 있었다.
"그건 언론의 소설이다. 해고노동자들은 나름 열심히 삶을 살고자 노력해왔다. 고인 역시 가만히 있다가 죽은 게 아니다. (해고노동자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보면 된다."

- 고인이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부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고립과 좌절이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든 게 아닌가 한다. 삼성도 물론 가해자지만 노조(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역시 가해자다. 상처는 노조로부터 더 받았을 것이다. 아직 실감이 안 난다. 노조에서 해고노동자에게 조금의 관심만 있었어도 고인이 이런 길을 택하진 않았을 것이다."

- 노조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게 무슨 얘기인가?
"지난 1월에 2심 재판에서 법원이 우리의 노동자 지위를 인정했다. 그런데 지회는 우리를 해고자로 인정해주고 있지 않다. 오죽하면 내가 금속노조 앞에서 시위해 금속노조 부위원장이랑 만나기도 했다. 금속노조는 아예 상황을 파악도 못 하고 있었다."

박씨가 말한 재판은 지난 1월 26일 박씨 등 2013년 당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이었던 4명이 삼성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항소심을 뜻한다. 서울고등법원은 항소심에서 이들과 삼성전자서비스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 항의 이후 어떻게 되었나?
"이후 금속노조에서 지회에 어떻게 된 일인가 따졌나 보다. 나중에 지회 간부가 나 때문에 본인 앞길이 막혔다며 역정을 냈다. 해고자를 걸림돌로 생각하는 노조가 세상에 어디 있나. 나중에 금속노조랑 지회랑 서로 책임 전가하느라 바빴다.

금속노조가 상급단체라면 지회에 지시를 해야 할 것 아닌가. 해고자의 인권은 어디 갔으며 해고자를 책임질 금속노조는 어디 있는가. 노동자를 못 지키는 노조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 지난 2018년 11월에 삼성전자서비스와 지회가 직접고용을 협상했다. 직고용 협상 전후로 지회의 태도에 차이가 있나?
"직고용 이전에도 지회는 삼성해복투로부터 나오라고 회유했다. 삼성해복투에 계속 있으면 도움을 줄 수 없다며 해고노동자들을 상대로 갈라치기를 시도했다. 그래도 연대가 지금처럼 아예 없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직고용이 이루어지니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임단협에 부담이 된다며 해고자와 함께하길 꺼려했다. 노조의 관료화라 본다. 투쟁 의지는 사라지고 영리단체가 되었다. 직고용에 이르기까지도 최종범·염호석 열사 두 분의 희생 덕분 아닌가."

"해고노동자에 대한 연대가 사회 전반적으로 파괴된 게 현실"
 
고 정우형씨가 삼성해복투 동료들에게 남긴 유서(왼쪽)와 생을 마감하기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보냈다가 반송된 편지. 편지에는 이 부회장과 고인의 주소가 적혀 있다.
 고 정우형씨가 삼성해복투 동료들에게 남긴 유서(왼쪽)와 생을 마감하기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보냈다가 반송된 편지. 편지에는 이 부회장과 고인의 주소가 적혀 있다.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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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삼성전자 본관 앞 시위에서 고인을 마지막으로 만났다며 그날 밥이라도 한 끼 샀어야 했는데 오히려 고인이 밥값을 낸 게 후회가 된다던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도 노조를 비판하며 해고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주지 않는 세태를 한탄했다.

"저기 앉은 조문객들이 고인과 같이 근무하던 천안지점의 동료, 후배들이다. 지금 금속노조랑 지회에서는 단 한 사람도 조문을 오지 않았다. 믿고 의지해야 하는 (금속) 노조도 지회도 외면하고 방관하고 있다. 그들도 삼성과 함께 공동정범이다.

또 누가 공동정범인가. 재벌이랍시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너무 관대한 국민도, 이 부회장을 가석방시킨 문재인 전 대통령도 사실상 공동정범 아닌가. 해고노동자에 대한 연대가 사회 전반적으로 파괴된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삼성해복투와 유족이 서울까지 올라와 빈소를 차린 이유는 고인의 유지대로 아직도 핍박받는 해고노동자들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고인의 유가족은 기자에게 고인이 '해복투 동지들에게' 남긴 유서와 고인이 삶을 달리하기 전 이재용 부회장에게 보냈다가 반송된 편지를 보여줬다.

두 장 분량의 유서 중 한 장에는 빨간 글씨로 "투쟁 결사 투쟁"이라는 구호가, 다른 한 장에는 "나 죽거든 화장하여 동지들에게 한 줌씩 나누어주어 삼성에 뿌릴 수 있게 부탁합니다" 등의 내용이 쓰여 있었다. 이 부회장에게 보냈다 반송된 편지에는 "나는 노조파괴공작의 피해자"라는 제목으로 이 부회장의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박병준씨는 기자에게 "사람 목숨이 가장 중요하다. 함께 기뻐할 동료가 없는데 (재판에서) 이겨본들 무슨 소용인가도 싶다"면서도 "그래도 대법원에서 승소해 명예 복직이라도 해서 딸에게 떳떳하고 싶다. 그럼 노조도 궤변을 늘어놓지 못하지 않겠나. 힘닿는 데까지 투쟁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조 비판에 대해 금속노조는 어떤 입장일까? 금속노조 관계자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5000여 조합원이 그분들을 해고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해고자 중에는 지회에 계속 남아 조합비를 내며 투쟁하던 분들도 있다. 지금 삼성해복투에 남아있는 분들은 조합을 떠난 분들이다. 그분들이 스스로 해고자라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금속노조가 품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이분들이 사라졌다가 삼성전자서비스가 직고용하면서 나타났다. 그 전에 삼성해복투라는 조직이 있었던 게 아니다. 지회에는 계속 지회에 남아 투쟁하다 복직한 분들도 있는데 지회에 남아있던 분과 그렇지 않은 분을 결과적으로 동등하게 대우할 수는 없다. 노동조합 질서가 흔들리기 때문에. 그렇기에 금속노조가 그분들(삼성해복투)을 배척하거나 품지 않았다거나 하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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