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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책이 나왔습니다'는 저자가 된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자 혹은 편집자도 시민기자로 가입만 하면 누구나 출간 후기를 쓸 수 있습니다.[편집자말]
세 번째이지만, 처음 같은 책이 나왔습니다. 모든 책이 다 자식 같고 마음과 정성을 담았지만, 처음 출판사에 투고를 해서 5년이라는 오랜 시간 끝에 나온 책이라 애정이 깊습니다.

직접 기획해서 전체 원고를 다 쓴 상태에서 출판사와 연이 닿은 책이라서 그런가봐요. 계약한 순서로 첫 책이기도 하고요. 한의사로서 좀 더 많은 이들에게 한의학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하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한의학을 공부하고 한의사를 업으로 삼으면서, 단지 직업으로서의 한의사가 아니라 한의학 자체에 대한 매력에 점점 푹 빠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많은 분들과 한의학에 대해 나누고 싶은 욕심도 커져 가고 있어요. 

지루하지 않게, 좀 더 재미있게 한의학을 소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던 중 박물관에서 동양화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는 서양화에 비해 단조롭고 심심해 보이는 동양화에 대해 전혀 관심이 가지 않았는데요.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들어서인지, 한의학과 동양 철학을 공부한 이후여서인지 새삼 다르게 보였습니다. 오히려 서양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이 와 닿았습니다.
 
얼굴과 몸을 살펴 건강을 안다 - 옛 그림으로 본 동의보감
 얼굴과 몸을 살펴 건강을 안다 - 옛 그림으로 본 동의보감
ⓒ 페이퍼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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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럭 하나까지 실제와 같게 그려 외형 뿐 아니라 내면까지 담아냈던 초상화에서는 그 인물의 건강 정보를 읽을 수 있습니다. 평상시에 "사람을 볼 때는 먼저 눈을 봐라", "눈빛이 살아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곤 하죠.

한의학에서 눈은 혼백이 드나들고 정신이 생기는 곳으로 중시합니다. 귀가 크고 귓불이 쳐져 있는 귀를 부처님 귀라 하면서 관상에서 으뜸으로 치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귓불에 있는 주름은 뇌와 심장 혈관의 건강을 대변하는 지표가 됩니다. 치매와의 연관성도 있죠. 한의학에서 일찍이 귀와 노화와의 상관 관계를 논한 이유도 이야기합니다.

이처럼 눈, 코, 입, 귀 그리고 손과 발, 머리카락을 비롯한 털에 이르기까지 초상화를 보면서 우리 몸의 각 부분이 알려주는 건강의 비밀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결혼할 때 연지 곤지를 찍고, 벼를 타작하고, 우물가에서 물을 마시는 풍속화에서는 조상들의 생활과 관련된 한의학이 연상되었어요. 

연지 곤지를 만들 때 사용한 홍화와 주사가 약재로 사용할 때는 어떤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어떤 위험이 있는지도 흥미롭습니다. 찹쌀과 멥쌀이 식품이 아닌 약으로 쓰일 때의 효능과 부작용도 놀랍고요. 어머니들이 자식의 안녕을 바라며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한 것도, 정화수가 동의보감의 33가지 물 중 맨 처음에 소개할 만큼 의미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산수화, 영모도, 화조도, 어해도 등 다양한 자연을 대상으로 한 그림에서는 한약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왕의 뒤에 항상 있던 일월오봉도에는 음양오행이 담겨 있습니다. 해와 달, 그리고 다섯 산봉우리를 그린 일월오봉도는 우리 지갑만 열어보아도 만 원짜리 지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한의학의 근간을 이루는 음양오행도 마냥 어려운 것만은 아니란 것을 옛그림을 통해서 재미있게 알 수 있어요. 

이는 한의학이란 학문 자체가 의학 뿐 아니라 우리 생활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문화와 철학을 바탕으로 하여, 더욱 그럴 것입니다. 초상화를 보다가 내 몸을 살펴보며 내 건강은 어떤지 한 번쯤 살펴보는 것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식물과 사물이 한약재로 쓰인다는 것을 연결시켜 보는 것도 좋습니다.

한의학에 관심있는 분들은 좀 더 쉽고 즐겁게 다가갈 수 있도록, 혹시 관심이 없는 분들에게도 우리 문화에 스며들어있는 한의학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바랍니다.

얼굴과 몸을 살펴 건강을 안다 - 옛 그림으로 본 동의보감

윤소정 (지은이), 페이퍼로드(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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