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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립 5.18 민주묘역에 나비들이 집단 폐사해 있다.
 17일 국립 5.18 민주묘역에 나비들이 집단 폐사해 있다.
ⓒ 김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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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함평군이 국립 5.18 민주묘역에서 직접 키운 흰나비 518마리를 상공으로 날리는 행사를 열었다. 해당 행사는 이병용 함평군수 권한대행, 김형모 함평군의회 의장, 군청 실·과·소장, 함평군 읍·면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이병용 함평군수 권한대행은 "순결과 평화를 상징하는 흰나비 518마리와 함께 고귀한 광주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고 밝혔다. 함평군은 지난해 5월에도 같은 장소에서 나비 518마리를 날리는 행사를 진행했었다. 이에 대해 함평군은 "5월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는 '함평 나비 518마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립 5.18 민주묘역 하늘로 날아올랐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함평군이 나비 518마리를 방생한 다음날부터 5.18 묘역에서 해당 나비들이 집단 폐사한 채 발견됐다. 참배객들은 일부 묘소를 피해 돌아가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17일 5.18 묘역에 방문한 시민 김민결씨는 "5.18 묘역에서 나비들이 집단 폐사해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냥 날아가다 죽었다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뭉텅이로 죽어 있었다"며 "그 어느 곳보다 생명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는 5.18 묘역에서 종이보다 얇은 나비의 날갯짓은 하늘로 날아가지도 못하고 차게 식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지 사진 한 장 찍기 위해 나비들을 밀폐 용기에 담아뒀다가 방생하는 행위가 추모와 애도의 공간인 5.18 묘역에 걸맞은 행위인지 의문이다. 인간의 힘에 의해 무력하게 죽을 수 있는 나비를 밀폐된 용기에 담아올 당시부터 예견된 일이었을 것"이라며 "그림을 만들기 위한 도구로 나비를 활용한 이번 행사, 내년에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17일, 국립 5.18 민주묘역에 나비들이 집단 폐사해 있다.
 17일, 국립 5.18 민주묘역에 나비들이 집단 폐사해 있다.
ⓒ 김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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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에 대해 함평군청 관계자는 "아마 나비들이 죽은 게 아니고 온도가 낮아 내려앉는 현상이 있었을 것"이라고 해명한 후 "저희들은 살아있는 나비를 가져가서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 진행 당시 5.18 묘역 시설 관리자분들도 함께했고 문제될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후 나비들이 죽은 채로 발견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특별히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전남 함평군은 매년 '함평나비축제'를 개최한다. 지난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최우수축제로 선발된 바 있는 함평나비축제는 알에서부터 애벌레를 거쳐 나비가 되기까지의 성장과정을 알아보거나 세계 각국의 나비와 곤충 표본 450종 9000여 마리를 구경하거나, 생태환경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축제로 꼽힌다.

태그:#5.18 묘역, #함평나비축제, #5.18 묘역 나비날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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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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