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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대구환경운동연합으로 다급한 전화가 울렸다. 제보 전화였다. 제보자는 다급히 말을 이어갔다. 제보자의 제보 요지는 이렇다.

"대구 수성구청에서 쓸데없는 공사를 하고 있다. 금호강을 따라 제방길과 자전거길이 잘 정비되어 있는데, 산책로라는 이름으로 금호강 하천 안에다 포장도로를 내는 공사를 하고 있다. 모처럼 자전거를 타고 가다 봤는데, 전형적인 예산낭비의 선심성 공사인 것 같다. 이런 쓸데없는 사업 제발 좀 막아달라."
 
공사안내 입간판이 서 있는 너머로 금호강 안쪽의 습지가 파해쳐지고 있다. 일명 금호강 사색있는 산책로 공사다.
 공사안내 입간판이 서 있는 너머로 금호강 안쪽의 습지가 파해쳐지고 있다. 일명 금호강 사색있는 산책로 공사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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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 제보에 화답하기 위해서 지난 18일 바로 현장을 찾았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공사 안내 입간판이 서 있다. 공사명의 '금호강 사색있는 산책로' (1단계) 조성사업이고, 공사 위치는 수성구 고모동 팔현마을에서 경산에서 내려오는 남천 합류부까지다. 공사 목적을 살펴봤다.
 
"본 과업은 금호강 좌안 보행로 단절구간에 자연과 어우러지는 산책로를 조성하여 통행 안전을 확보하고 주민에게 여유와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새로운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철저히 인간 위주의 관점이다. 금호강이란 자연에 대한 배려는 전혀 들어있지 않다.이곳은 대구환경운동연합이 금호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 중 하나로 선정한 곳이다. 또한 2017년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선정한 '대구 에코 트레져(대구 생태 보물)'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는데,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작명한 '반야월습지'가 있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공사 구간은 금호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지역

공사 구간 바로 지척의 가천잠수교에서 바라보는 금호강의 모습은 살아있는 하천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빠른 여울과 습지 식물, 그리고 맑은 강물이 흘러가는 우리 하천의 전형적인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명명 반야월습지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가운데 보이는 것이 가천잠수교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명명 반야월습지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가운데 보이는 것이 가천잠수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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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구간에 산책로 공사를 한다는 것이 아닌가? 수성구청 건설과로 바로 전화를 걸어 물었다. 수성구청 건설과 담당자의 설명이다.

"이 공사는 김대권 구청장의 공약 사항으로 2021년 9월에 착공했다. 공사 구간은 고모동 팔현마을에서부터 남천 합수부까지 총 4.3㎞ 중에서 1단계로 이번에 2.3㎞ 구간 공사를 먼저하는 것이다. 공사대금은 9억 원 정도이고 포장길을 낸다. 이번에 1단계 공사를 할 구간은 범안대교서부터 남천 합류부까지다. 물론 착공 전에 환경영향평가는 거쳤고, 대구지방환경청으로부터 산책로를 최소화하라는 협의의견을 받고 폭 2미터의 포장도로를 조성하려 하고 있다. 현재 진행 공정은 약 30% 정도다."  

다시 물었다. 

"기존에 제방길이 있고, 자전거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는데 굳이 이런 공사를 할 필요가 있느냐?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 공사가 시작됐는지 정말 궁금하다."
 
하늘에서 본 반야월습지의 모습. 좌안쪽(위에서 아래로 봤을 때)에 제방도로가  저전거도로 겸용으로 잘 정비되어 있다.
 하늘에서 본 반야월습지의 모습. 좌안쪽(위에서 아래로 봤을 때)에 제방도로가 저전거도로 겸용으로 잘 정비되어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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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의 답은 이러했다. 

"애초에 이 사업은 김대권 구청장의 공약 사항이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맞다. 그리고 민원도 있었다. 제방도로가 차와 자전거, 사람이 함께 교행을 하다 보니 위험하다면서 길을 내달라는 민원도 있었다."

납득되지 않는 공사 이유
 
굴착기를 동원해서 한창 길을 내고 있다.
 굴착기를 동원해서 한창 길을 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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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자도 이곳을 자주 다녀봤지만 차량 통행은 많지 않다. 이곳은 아는 사람들만 오가기 때문에 차량은 거의 없고, 자전거도 주말에는 좀 있지만 평일에는 한산한 편이다. 행인이 있어서 자전거도 조심히 달리기 때문에 특별히 사고 날 위험성도 크지 않다. 
  
함께 동행한 권정택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은 현장을 둘러보고는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자주 다닌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곳에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굳이 저 길을 하천 안에다 낼 필요가 있을까? 이미 제방길도 있고 자전거도로도 있는데 전형적인 중복 사업으로 보였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이곳에서 수달을 만난 적도 있다. 2018년 어느 아침 금호강 생태조사를 위해서 강 안으로 들어갔을 때 야행성인 수달이 뜻밖에도 기자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생태 보물에, 멸종위기종 수달의 서식처에 행해지는 토건 공사
 
2018년도 바로 이곳에서 만난 수달. 기자를 신기한 듯 빤히 쳐다보던 그 눈망울을 잊을 수 없다.
 2018년도 바로 이곳에서 만난 수달. 기자를 신기한 듯 빤히 쳐다보던 그 눈망울을 잊을 수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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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이 일대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달의 서식처다. 그런데도 어떻게 이곳에 토건공사가 진행될 수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이런 지역에 예산낭비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분명한 문제제기가 필요해 보인다. 공사가 이미 착공돼서 30% 정도 진행이 됐지만, 아직 도로포장이 된 것이 아니어서 지금이라도 중단하는 게 타당하다. 

수성구청이 건설하려는 그 산책로가 이미 맞은편 동촌 쪽에 나 있다. 그 길이 들어선다면 지금의 금호강과는 완전히 다른 이질적인 모습을 하고야 말 것이다.  
 
공사 현장 맞은편 동촌쪽 금호강변에 나있는 산책로. 이런 이질적인 도로가 생태 보물인 반야월습지 쪽으로 들어오고 있다
 공사 현장 맞은편 동촌쪽 금호강변에 나있는 산책로. 이런 이질적인 도로가 생태 보물인 반야월습지 쪽으로 들어오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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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14년간 낙동강을 모니터링하면서 4대강사업의 진실을 알리는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금호강 생태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금호강도 철저히 조사할 예정입니다.


태그:#금호강, #수성구청, #산책로, #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 생태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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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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