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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미 디카시
▲ 발상의 전환 양윤미 디카시
ⓒ 양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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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은 따스하고 바람은 선선해서 산책하기 딱 좋은 날이었다. 벚꽃이 만발했다는 소식에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산책로로 나갔다. 사진을 찍는 젊은 커플들, 등산복 차림의 중년 부부들, 주인을 따라 나온 강아지들, 유모차에서 잠든 아기와 뛰어노는 아이들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길가에는 간식을 파는 트럭들이 줄지어 있었다. 땅콩빵, 뻥튀기, 탕후루, 회오리 감자 등.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던 아이들은 배가 고프다며 엄마 아빠의 손을 잡아당겼다. 정말로 배가 고픈 건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봄을 즐기러 나왔으면 입도 호강을 해야 하는 법.

땅콩빵 한 봉지를 야무지게 다 먹어치운 아이들은 민들레 홀씨를 후후 불고, 지나가는 강아지에게 말을 걸다가 가파른 내리막길로 내달린다. 혹시나 사람들과 부딪히거나 다칠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건 우리 몫이었다. 얼른 뛰어가 아이들을 붙잡고 진땀을 닦는다. 내리막길에서 빠르게 뛰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는 아빠 말에 둘째가 펑펑 운다. 양쪽 입장이 다 이해가 되는 나는 누구의 편도 들 수가 없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감해진 남편에게 더 공감이 간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어른인가 보다.

일단 우는 둘째를 안아 달랬다. 조금 진정이 되자, 본인은 다섯 살이라서 눈물을 금방 그칠 수 있다며 뿌듯해했다. 귀여운 애교에 웃음이 나왔다. 기분이 풀린 둘째가 아빠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앞으로는 조심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봄날의 산책이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좋았다가 나빴다가 즐겁다가 슬펐다가 이리저리 오락가락하지만, 어쨌든 결론은 함께였다.

봄날의 벚꽃길을 걷는 것처럼 기분 좋은 일이 있을까. 그래서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문구가 생긴 걸지도 모른다. 봄날의 벚꽃길을 걷듯, 설레는 마음이 이어지길 축복하는 말인 셈이다. 우리 앞에 탄탄대로로 쭉 뻗은 꽃길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실제로 삶에는 꽃길뿐만 아니라 가시밭길도 있고, 돌밭도 있다. 가끔은 앞이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터널 속을 걸어야 할 때도 있다. 그렇게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여러 번 걷다 보면, 곁에서 함께 걷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수없는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함께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 오르막에서 오만하지 않고, 내리막에서 화풀이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오르막의 멋진 경치를 같이 즐기고, 내리막에서는 넘어지지 않게 잡아준다. 꽃 한 송이 없는 황무지 한가운데를 걸어간다 할지라도, 그런 사람과 함께라면 꽃길이 될 수도 있다.

해가 지나면 봄이 오듯, 때가 되면 꽃은 핀다. 꽃이 언제 피려나 기다리는 설렘으로, 한 송이 꽃같이 고운 사람과 함께 걷자. 진짜 꽃길은 향기로운 사람과 함께여야 완성된다. 꽃이 피지 않는 계절에도 꽃길을 걸어보자. 지척에 널려있는 예쁜 꽃들과 함께.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양윤미의 브런치 (https://brunch.co.kr/@claire1209)에도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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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문화예술 교육 활동가/ 『오늘이라는 계절』 저자 - 5년차 엄마사람/ 10년차 영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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