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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울산 북구 예술창작소 '감성갱도2020'의 활동 예술가에 선정되었다. 예술가로 선정된 이후 매달 월간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A동 메인 갤러리를 둘러보고 나올 때마다 내 눈에 띈 건 반대편 B동 건물이었다.

B동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공사가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 같다. 텅 빈 방마다 진행 중인 행사도 없었고, 앞으로 예정되어 있는 일정도 없었다. B동 2층을 레지던시 예술가의 입주 공간으로, 1층 첫 번째 룸을 직원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썰렁한 B동도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활용 가능하단 생각이 들었다.

"큐레이터님, 양윤미 작가입니다. 혹시 B동 1층에서 대관이 진행된 적이 있었나요?"
"네, 작가님. 대관을 한 적도 있고 모임을 한 적도 있지만 코로나를 비롯한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잠시 중단하고 비워둔 상태입니다."
"네네. 그럼 지금 백신 패스도 해제되고, 사적 모임도 완화된 상황인데... 혹시 예약된 일정이 없다면 제가 103호 룸에서 전시를 진행해봐도 될까요?"

 
양윤미 시인
▲ 마주보다 디카시 개인전시회 양윤미 시인
ⓒ 양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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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게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곧 출간될 시집 <오늘이라는 계절>의 출간 일정에 맞추어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전시 기간을 2주로 잡았다. 준비할 시간이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은 때였다. 아크릴 액자로 만들어둔 디카시 작품들을 꼼꼼히 훑어보고 소주제에 맞춰 작품을 선별했다. 전시명을 '마주보다'로 정한 것은, 많은 분들이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예술을 마주보면 좋겠다는 기획의도를 담은 표현이었다.

그렇게 2주간 디카시 개인전이 시작되었다. 3가지의 세부 주제 "꿈을 품다, 나를 품다, 너를 품다"로 나누어진 작품들의 해설을 돕기 위해 작가노트를 비치해 두었다. '감성갱도2020'이라는 갤러리가 외진 곳에 있어서 많은 분들이 와보진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 밖의 많은 분들이 관람하러 와주셨다. 큐레이터님께 들은 바에 의하면, 지나다니는 주민들도 종종 들어와서 읽어보고 가신다고 했다. 산뜻한 포스터와 활짝 열려있는 문이 눈길을 끌었던 걸까. 

시간은 쏜살같이 날아가 2주가 흘렀고, 나는 전시장 철거를 위해 B동 103호로 들어갔다. 지난 2주간 방문해주신 관람객들의 방명록을 넘겨보았다. 진심 어린 응원의 메세지와 감상평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꼼꼼히 정독했다. 그러다 어느 관람 소감 하나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나왔다.

"나도 한때는, 누군가에게 날아온 나비였음을, 알게 해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관람객들의 소감
▲ 전시회 방명록 관람객들의 소감
ⓒ 양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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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나비처럼 날아와 나비처럼 날아가고 만다는 사실,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에, 더욱더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싶다. 용기를 내어 갤러리에 문의를 드려보지 않았다면 성사되지 않았을 일이라 생각해보니 짜릿하다.

물론, 출간 과정과 전시회 준비 과정이 전부 다 좋기만 했다면 분명 거짓말일 것이다. 모든 행사와 업무들의 비하인드에 존재하는 수많은 업 앤 다운이 단단한 내공으로 축적되고 퇴적되었으니 괜찮다. 나의 하루를 정직하게 마주 보고 최선을 다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다.

거울을 마주 보고 서서 충분히 열심히 산 오늘의 나에게 박수를 보내자. 앞으로 더더욱 멋있어질 좋은 어른이 보일 것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허투루 보내지 않은 하루하루가 우리 인생의 실적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양윤미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claire1209)에도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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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문화예술 교육 활동가/ 『오늘이라는 계절』 저자 - 5년차 엄마사람/ 10년차 영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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