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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로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비전코리아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당선인이 손경식(왼쪽두번째) 한국경총회장,  김기문(왼쪽) 중소기업중앙회장 등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로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비전코리아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당선인이 손경식(왼쪽두번째) 한국경총회장, 김기문(왼쪽) 중소기업중앙회장 등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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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징글징글했고, 또 그 얘기인가 싶었다. 그렇지만 "저 사람들은 또 저 얘기하네"라는 말로 무시하거나 지나쳐 버리기엔 걱정이 많이 들었다. 앞으로 조금씩 현실에서 나타날 일이 될까 봐. 경영계에서는 이미 그렇게 되리라 예측하고 이야기를 꺼냈을지도 모르겠다.

그간 경영계는 재해 발생에 대한 처벌보다는 재해 예방을 위한 기업의 투자를 장려해야 한다며, 이렇게 처벌하면 경영활동이 위축된다며, 사실상 중대재해처벌법을 반대했지만 우리 사회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경제성장 하는 과거와 단절하기 위해서였고, 아랫목이 따뜻해지면 윗목도 따뜻해진다는 말은 희망을 말한 것뿐임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 이윤을 많이 남기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고, 시행 110일이 되는 5월 16일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변경하자며 윤석열 정부 6개 부처에 건의서를 제출했다. 시행령에 대한 의견을 받는 때도 아니고 법이 시행된 지 겨우 100일이 지났을 뿐인 시기였다. 그 사이 달라진 것은 정부를 구성하는 사람들뿐이었다.

죽음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려는 경총

경총이 제출한 건의서는 시행령을 개악하자는 내용이었고, 형식적으로는 시행령에 위임되어 있지 않은 본 법의 내용까지 제기하고 있었다. 결국 경총이 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는 '우린 중대재해처벌법이 싫어요. 없애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게 만들어주세요'였다.

다시 중대재해처벌법이 왜 필요한지, 어떤 의미인지를 말해야 하는 '법 제정 이전의 시기'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다.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일하다 다치거나 아프지 않고, 죽지 않는 일터와 사회를 만들자는 게 뭐 이리 어려운 일인가 싶다.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을 반대한다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경총 건의서에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경영계 기본입장이 세 가지로 정리되어 제출되었다. 첫째, 사고가 나면 경영책임자를 강하게 처벌한다고 한 법이 시행됐지만 뚜렷한 산재 감소 효과가 없고 경영활동은 위축되고 있다. 둘째, 중대재해처벌법은 심도있는 논의 과정 없이 성급히 제정되어서 문제점이 많다. 셋째, 법 개정은 시일이 소요되니 시행령 개정부터 하자.

경총이 말하는 것처럼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 시행 된 이후에도 산재 사건은 계속되고 있다. 산재가 계속되는 이유는 경영책임자들이 안전보건의무에 대한 책임을 우선으로 두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보건체계를 갖추어야 할 일부 기업에서 담당업무 인력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최소한의 기준만 맞췄고, 안전보건을 위한 작업인력 충원이나 2인 1조 이상의 안전업무 시행은 아직 없다.

위험의 외주화가 줄어드는 모습도 현재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로펌의 힘으로 법을 분석하고 책임회피 구조를 만들고, 사건을 감추고 지워내는 것에만 몰두하는 경영계의 태도가 법이 있지만 산재가 계속되는 원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1호 사업장인 삼표산업 대표가 허위 진술과 증거인멸에 앞장섰다는 것이 드러났고, 중대재해 이후에도 삼표산업 사업장에서는 안전조치가 안 되고 있다는 사실이 노동부 조사 결과 밝혀졌다. 그런데도 경총은 산재 사건이 계속되는 이유를 본 법이 효력이 없어서라고 하며, 사회적 죽음이 왜 발생하고 무엇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심도 있는 논의 과정 없이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다고 경총은 말한다. 지난 15년간 '기업살인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요구하고 국회에 법안이 제출되기도 했던 과정, 한 해마다 2천여 명의 노동자가 죽고 11만여 명의 노동자가 다치고 아팠던 사실 모두를 지워버리는 말이다.

기업의 살인으로 노동자와 시민들이 재해를 입고 있었다는 것을 그들은 정녕 몰랐단 말인가. 매일 7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10만 명의 국민이 법안을 발의하고 사회적 토론을 하고 국회에서 논의하던 그 하루하루가 우리에겐 목숨을 건 시간이었다. 그런데 심도 있는 논의과정이 없었다니.

결국 중대재해처벌법을 바꾸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 시행령이라도 바꾸자는 것이 경영계의 결론이다. 정부가 그렇게 해줄 것이라고 믿기에 새 정부 임기가 시작하자마자 시행령에 위임되지도 않은 조항까지 개악하자고 하는 것이다.

모두를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미
 
지난 1월 27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 강은미 정의당 의원 등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에 따른 입장을 발표하며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 제외 폐지 등 법안 전면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월 27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 강은미 정의당 의원 등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에 따른 입장을 발표하며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 제외 폐지 등 법안 전면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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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의미없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미 윤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바꿔야 한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지금은 국회 상황상 어려우니 시간을 좀 늦춰서 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경총이 요구하는 것은 경영책임자 책임과 처벌 제외, 형사처벌 최소화, 중대재해 적용범위 축소, 원청책임 축소, 재해예방을 위한 의무 축소, 지켜야 할 안전보건관계법령 축소, 재해발생 사실 공표제외 등이다. 사실 중대재해처벌법을 없애달라는 말을 이렇게 다르게 하는 것뿐이다.

산업재해 시민재해에 책임이 있는 기업·경영책임자에게 제대로 책임을 물어서 재해를 예방하자는 법 제정 취지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경영책임자·대기업·원청사를 위한 요구일 뿐이다.

모든 재해를 해결하지는 못하는 현재의 중대재해처벌법이지만 그 제정 취지만은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이 법은 처벌을 통한 재해 예방이 목표였다. 안전을 위한 투자가 강제되지 않는 경영책임자들에게 기업의 의무를 다하라는 사회적 요구였다.

일하는 사람들이 안전하지 않은 기업은 시민들의 건강도 보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회공동체 성원 모두의 생명을 위한 기업의 책임을 묻고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수치상의 경제성장이 아니다. 일하는 사람들을 희생시켜 기업을 먹여 살리는 것이 사회발전이라는 잘못된 생각은 이제 버려져야 한다.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악 시도를 중단해야 하고, 정부의 대답도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 노동자 시민의 안전과 건강, 생명을 생각한다면!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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