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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민신문은 두 번째 농촌 프로젝트, '농촌과 여성의 삶'을 통해 잊혀진 토종 농산물을 되찾고 현대화, 단순화된 먹거리와 농촌의 삶을 다뤄보려고 한다. 두 번째 만난 농부는 경기 화성시 남양읍 신남리 전이분 씨갑씨 할머니(85세, 남양읍)다. 할머니는 토종 쪽파, 사과참외, 완두콩, 졸(부추) 씨갑씨다. 씨를 보존하는 사람을 '씨갑씨'라고 불렀다.[기자말]
전이분 토종 씨갑씨 할머니(남양읍)가 쪽파 밭에 앉아 있다. 
 전이분 토종 씨갑씨 할머니(남양읍)가 쪽파 밭에 앉아 있다. 
ⓒ 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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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분 할머니의 꼬부라진 허리는 할머니의 희로애락을 알까. 할머니는 허리가 꼬부라져 보행보조기를 의지해야 하지만, 밝은 표정과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이십 대 청년 못지않다. 방금 고추모종 때문에 밭에 있던 할머니는 곱게 옷매무새를 고쳤다. 이왕이면 예쁘게 남기고 싶다며. 

"남양읍에서 신남리로 시집을 왔어. 23살에 결혼해서 2년 후 큰아들을 낳았어. 옛날로 치면 늦은 셈이야. 지금은 자식을 하나둘 낳지만, 옛날엔 다 일고여덟씩 됐지. 나는 다섯을 낳았으니까 얼마 안 낳은 거야."

2일 전이분 할머니를 위해 화성씨앗도서관(대표 금경연)이 준비한 밥 모심은 할머니 표 토종 쪽파김치와 잘 어울리는 삼겹살, 방아나물, 명아주무침, 오이장아찌무침으로 차려진 건강한 들 밥 한상이다. 할머니 표 토종 쪽파는 달고 아삭해서 맛있기로 유명하다. 할머니는 봄에 먹는 쪽파김치가 가장 귀하다고 말한다. 밥 모심 후 화성씨앗도서관은 꽃차를 좋아하시는 할머니를 위해 '할머니 꽃밭'도 만들어 드렸다.  
"쪽쪽 찢어서 심는다고 쪽파야. 이름에는 다 이유가 있어. 김장에 쪽파가 들어가야 맛있다고 '김장파'라고도 부르지. 김장에 쓰고 남은 쪽파는 그대로 두었다가 봄이 되면 김치로 담가 먹어. 봄에 먹는 쪽파는 보약이야. 겨울 난건 다 보약이지."

마을에 웬만한 농부들은 할머니에게 토종 씨를 받으러 온다. 토종 쪽파, 대파, 사과참외, 개골참외, 외콩(강낭콩), 완두콩, 들깨, 참깨, 졸(부추) 등 할머니는 이 동네 씨앗 부자다. 

"껍질째 먹는 사과참외는 노랗고 아삭한 맛이 좋아. 또 개골참외는 골마다 푸른빛을 띠어. 전엔 많이 열리던 게 점점 드문드문 열려. 그래도 계속 맛보고 싶은 마음에 또 심었지. 예전엔 다 같이 농사를 지으면서 씨를 바꿔 심으면서 육종이 강화됐는데, 혼자 농사지으니 퇴화되더라고." 

다행히 할머니의 사과참외 씨앗이 화성시 농부들에게 퍼져서 화성시로컬푸드매장에서 맛볼 수 있게 됐다. 지난해 할머니의 사과참외는 독보적 인기를 끌었다. 할머니는 시장에서 토종 완두콩을 팔았었는데 알 만한 사람만 사갔다고 말한다.

"완두콩은 먹어본 사람만 사 갔어. 내가 기른 완두콩은 아주 작고 볼품없어서 새댁들은 옆에 있는 아주 굵고 먹음직스러운 것을 사가더라고. 토종 완두콩은 전분이 많아서 달고 파근해. 수프를 끓여도 걸쭉하면서 단맛이 강하고, 콩국을 해도 맛있어. 완두콩으로 콩국 꼭 만들어 먹어봐."
 
젊은 시절 전이분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
 젊은 시절 전이분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
ⓒ 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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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53세에 혼자 된 후 오남매를 기르기 위해 안 한 것이 없다고 한다. 수원 역전시장, 남문시장에 나가서 5~6년 장사를 하고, 전구 공장, 일산 신도시 건설현장 사모래 나르기까지 해봤다고. 

"정성스레 키운 채소 보따리를 짊어지고 버스를 타면 보따리를 발로 차면서 '이게 사람 타는 차지, 짐 싣는 차요?'라고 소리치는 버스기사도 있었어. 남의집살이도 했어. 4개월 된 아이를 기르다가 그 집 김치 해주고 다림질 해주다가 나중에는 그 집 전체살림을 다 했지." 
 
화성씨앗도서관이 할머니의 집 앞에 꽃밭을 만들고 있다. 
 화성씨앗도서관이 할머니의 집 앞에 꽃밭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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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신남리 일대가 '개떡배미'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단다. 개떡배미란 개떡을 주고도 살 수 있는 땅이라고. 이제는 땅값이 올라서 개떡을 주고 땅을 살 수 없고, 할머니의 집 앞에는 공장이 들어서고 건넛방에는 이주노동자들이 세 들어 살고 있다. 

"너무 많이 변했지. 농촌이 모습이 달라졌어. 세월을 이겨내 적응한 쪽파처럼 병충해에 강한 토종 씨앗은 환경을 위해서 꼭 필요한데 농부들이 씨를 심을 땅도 점점 없어지고 있어."

화성씨앗도서관은 할머니를 위한 두 번째 선물로 종량제봉투 증정 및 할머니 집 입구에 꽃밭을 만들기로 했다. 노화에 좋은 메리골드를 심고, 옷감을 곱게 물들일 수 있는 쪽을 심었다. 할머니의 토종 씨앗이 널리널리 퍼지길 바라는 마음 가득 담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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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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