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전 선수 교체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58분에 홈 팀 골잡이 모세스 대신 허용준이 피치 위로 뛰어들어갔다. 수요일 저녁 스틸야드를 찾아온 1537명 축구팬들은 일명 '허날두'의 골 세리머니를 두 번이나 흥겹게 감상했다. 지난 토요일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K리그 1 홈 게임 2-0 승리 기운이 그대로 이어진 셈이다.

김기동 감독이 이끌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가 25일 오후 7시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2022 FA(축구협회)컵 16강 성남 FC와의 홈 게임에서 후반전 교체로 들어간 허용준의 멀티 골 활약에 힘입어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8강에 올라 대전한국철도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진땀을 흘린 대구 FC를 만나게 됐다.

후반전 추가 시간 2분 39초, 허용준 역전 결승골

지난 토요일 FC 서울과의 어웨이 게임에서 구본철의 골을 끝까지 지켜낸 덕분에 시즌 두 번째 승리 기록을 남기며 모든 선수가 그라운드에 쓰러졌던 성남 FC가 이번 FA컵에서도 먼저 골을 터뜨렸으니 팀 분위기가 다시 살아난 것은 분명했다. 

정규리그 꼴찌에서 벗어나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는 성남 FC의 김남일 감독은 여러 명의 후보 선수를 과감하게 내보냈다. 특히 김영광의 그늘에 가려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최필수 골키퍼는 그동안 자기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듯 아찔한 실점 위기를 여러 차례 막아냈다. 

최근 포항 스틸러스의 경쾌한 공격을 이끌고 있는 정재희가 전반전에 상대 골키퍼와 1:1로 맞서는 좋은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성남 FC의 골문을 비우고 각도를 줄이며 앞으로 나온 최필수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후반전에 정말로 성남 FC의 골이 먼저 나왔다. 57분, 이지훈이 오른쪽 측면에서 감아올린 크로스를 향해 반대쪽에서 몸을 날린 강재우가 헤더 골을 넣은 것이다. 크로스 궤적이 비교적 완만한 편이었지만 윤평국 골키퍼를 포함한 포항 스틸러스 수비수들이 방심한 것이 분명했다. 

이에 홈 팀 포항 스틸러스의 김기동 감독은 실점 직후에 골잡이 모세스 대신 허용준을 들여보내는 변화를 꾀했다. 감독의 안목이 분명히 옳았다는 것을 입증하듯 허용준의 활약은 실로 놀라웠다. 바꿔 들어가고 9분 뒤에 유연한 축구 기술을 뽐내며 멋진 동점골을 뽑아낸 것이다.

67분, 왼쪽 풀백 심상민이 고개를 들고 허용준이 돌아 뛰는 공간으로 공을 넘겨준 것부터 특별했다. 바로 앞에는 지난 시즌까지 포항 유니폼을 입고 수비수로 활약했던 권완규가 버티고 있었지만 허용준은 트래핑부터 매우 부드러웠고 돌아서서 권완규를 따돌리는 페인팅 드리블 실력이 압권이었다. 바로 앞 수비수의 중심을 한쪽으로 무너뜨린 허용준은 좁은 공간으로 오른발 인사이드 슛을 밀어넣는 것까지 완벽하게 끝냈다. 근래에 보기 드문 전문 골잡이의 드리블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명장면이었다.

허용준은 내친 김에 역전 결승골까지 터뜨릴 기회를 또 하나 잡아냈다. 87분, 오른쪽 얼리 크로스 타이밍을 확인하고 빠르게 빠져나가며 왼발로 감각적인 슛까지 날린 것이다. 하지만 성남 FC 골문을 지키고 있는 최필수 골키퍼가 슈퍼 세이브 솜씨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1-1 점수판 그대로 연장전 분위기가 무르익는 줄 알았고 후반전 추가 시간이 5분이 이어졌다. 그리고는 2분 39초에 믿기 힘든 역전 결승골이 터져나왔다. 신광훈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가 시원하게 넘어왔고 그 낙하 지점을 확인한 허용준이 기습적으로 돌아들어가며 헤더 골을 넣은 것이다. 자로 잰 듯한 크로스로 이 짜릿한 역전골을 어시스트한 신광훈도 81분에 그랜트 대신 들어간 교체 선수였으니 김기동 감독의 교체 지시는 완벽한 '신의 한 수'라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같은 시각 광양 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 부산교통공사의 게임에서 가장 큰 이변이 나왔다. K3 리그 부산교통공사가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 전남 드래곤즈(K리그 2)와 연장전까지 2-2로 비긴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5-4로 짜릿한 승리를 거둔 것이다.

8강에 오른 팀 중 1부리그 팀이 여섯(포항 스틸러스, 대구 FC, 전북 현대, 수원 블루윙즈, 울산 현대, FC 서울)이고 나머지 두 자리에 2부리그(부천 FC 1995)와 3부리그(부산교통공사) 팀이 올랐으니 FA컵에서나 볼 수 있는 놀라운 축구가 계속 이어지게 됐다.

이제 다시 K리그 1 주말 일정으로 돌아가는 포항 스틸러스(4위)는 오는 일요일(29일) 오후 7시 DGB 대구은행파크로 찾아가 대구 FC(6위)를 만나게 되며, 성남 FC(12위)도 같은 날 인천축구전용구장으로 찾아가 인천 유나이티드 FC(5위)를 만나야 한다.

2022 FA컵 16강 결과(25일 오후 7시, 포항 스틸야드)

포항 스틸러스 2-1 성남 FC [득점 : 허용준(67분,도움-심상민), 허용준(90+2분39초,도움-신광훈) / 강재우(57분,도움-이지훈)]

◇ 다른 게임 결과(왼쪽이 홈 팀)
대전한국철도 3-3[PSO 4-5] 대구 FC 
전북 현대 1-0 울산시민축구단
수원 블루윙즈 2-0 강원 FC
FC 서울 3-1 제주 유나이티드
전남 드래곤즈 2-2[PSO 4-5] 부산교통공사
경남 FC 0-2 울산 현대 
부천 FC 1995 2-1 광주 FC 

◇ 2022 FA컵 8강 대진표
☆ 포항 스틸러스 - 대구 FC
☆ 전북 현대 - 수원 블루윙즈
☆ FC 서울 - 부산교통공사
☆ 울산 현대 - 부천 FC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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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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