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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창순대에 밑반찬은 평범한 깍뚜기와 오뎅무침. 그리고 간장에 양파를 절인 3가지 음식이 전부이다.
 막창순대에 밑반찬은 평범한 깍뚜기와 오뎅무침. 그리고 간장에 양파를 절인 3가지 음식이 전부이다.
ⓒ 김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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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큰한 국물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날씨가 음산하거나 춥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따뜻하면서도 얼큰하고 매콤함까지 지닌 순댓국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애주가들에겐 순댓국과 더불어 소주까지 곁들이면 안주 겸 식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는 격이 된다. 

한국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먹을 수 있는 반면, 캐나다에서는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것부터 생각하게 된다. 말 그대로 외식은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서 먹어야 하는 환경이다. 어쩌면 특별한 날 먹는 '특별식'과도 같다.

식당에서는 음식 가격 외에도 세금과 팁이 별도로 계산돼 부담감이 느껴진다. 예전에는 팁도 대략 10% 정도면 가능했던 것과는 달리 요즘은 적어도 15% 이상은 지불해야 나갈 때 부끄럽지 않은 뒷모습을 남길 수 있다. 사소한 것 어느 하나 가격 상승에 적용받지 않는 것이 없다. 

모처럼의 휴일, 이날은 외식하는 날로 하루 일정을 잡아 놓았다. 몇 주 전부터 먹고 싶은 음식을 생각해 두었다. 다름 아닌 막창 순댓국이다. 그까짓 순댓국 하나 먹는 걸 휴일 일정에 포함시켜 놓았느냐고 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을 수 있겠다. 순댓국마저도 이국땅에서는 극진한 대접을 받는 음식이 되어버렸다.

한국에 살 때는 자주 가던 유명 순댓국집이 있었다. 지금도 그 유명세는 여전히 명맥을 지켜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 원이면 부담 없이 순댓국에 소주 한잔 가벼운 마음으로 기분 좋게 먹고 나올 수 있었다. 물론 한국도 지금쯤 순댓국 한 그릇이 만 원 이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 캐나다만큼 부담 가는 가격은 아닐 것이다. 

일반적인 순댓국은 평소에 많이 먹었지만 막창으로 만든 순댓국은 캐나다 와서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다. 얼큰함에 소주까지 합세하면 2인 기준으로 대략 6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예전에 비해 가격뿐만 아니라 양도 현저하게 줄어든 느낌이다. 주문한 음식이 도착하는 순간 눈으로 확연하게 이를 느낄 수 있다. 

이민 오기 전인 1997년에도 6개월간 캐나다에 체류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캐나다에 삼겹살이라는 것이 없었다. 삼겹살이 먹고 싶어 정육점에 가서 삼겹살 비슷한 부위를 찾아내 삼겹살을 만들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처럼 한국에서 즐겨 먹던 음식을 취향대로 먹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시간이 흘러 이곳 캐나다에서 한국음식은 진화를 거듭해 나갔다. 예전에는 닭발이나 닭똥집(모래집), 족발 또한 가공과정에서 먹지 못하는 부산물로 분류되어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졌다고 한다. 지금은 가공류로 분류돼 캐나다인들이 자주 찾는 대형마트에서도 판매가 되고 있다. 비단 식료품만은 아니다. 다양한 생필품까지 한국과 캐나다라는 거리와 정서의 한계를 벗고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김치가 애피타이저 샐러드로 변신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김치가 밥과 함께 먹는 반찬이라는 것을 많은 캐나다인이 인식하고 있다. 한국인뿐 아니라 막창순대의 맛을 한 번 본 캐나다인들도 다시 한인 식당을 찾곤 한다. 한국의 전통 음식에는 한국의 정서와 그리움이 깃들어 있다. 한국이 아닌 이국땅, 비록 가격은 비싸지만 즐겨 갈 한인 식당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다행이다. 잠시 그리움을 내려놓고 맛에서 고국을 찾을 수 있던 휴일이었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도 발행합니다.


태그:#순대국, #막창순대, #맛집, #캐나다, #한국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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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Daum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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