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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인은 남으로 창을 내겠다고 했다. 다른 시적 해석을 떠나 싯구만 두고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는' 풍경. 전원 그 자체다.

창문은 원래 빛과 공기가 들어오게 하기 위한 환기구가 주 용도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창문 역할도 다양해졌다. 개구부 수준을 넘어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통로가 됐다. 흔히 말해 '뷰'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그 자체로 수단이 됐다.

그래서 일까. 최근 건립된 고층 아파트 창문은 옛날 손바닥만 하던 수준을 넘어 어른 키에 버금갈 정도다. 고층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어느 시인이 말한 전원과는 전혀 딴판이다. 발치 아래로 보이는 빽빽한 건물은 이채로움을 더해주며 밤이면 조명 빛으로 포장된 풍경도 일품이다. 이는 집값에도 영향을 준다. 이에 맞춰 도시 풍경도 높은 곳에서 내려보거나 모든 것이 가려진 야간이 되면 더 볼거리가 많아지도록 변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한 주택가 골목에 전선이 어지럽게 늘어서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
 한 주택가 골목에 전선이 어지럽게 늘어서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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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시선을 조금만 낮추면 눈에 보이는 것은 건물 벽과 거미줄처럼 엉킨 전선이 전부다. 단독주택이나 구도심 어디에서라도 창문을 열면 보이는 풍경도 잿빛 도화지에 검은색 펜으로 마음대로 그려놓은 전선이 즐비하다.

어디서 나와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전선이 집집마다 서너개씩 걸려 있다. 어떤 것은 중간에 끊겨서 바람이 불면 갈지자를 그리며 어지럽게 흔들린다. 혹시라도 전기가 통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서지만 확인할 방법도, 확인해 주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긴 시간 방치된 전선을 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입주민 동의를 받아 들어간 기흥구 한 4층 건물 빌라. 발코니 형식으로 된 공간에 설치된 창문을 열자 왕복 2차선 도로를 넘어 비슷한 높이 건물 여러채가 보였다. 건물 간 이격거리는 50미터가 조금될까. 4층에서 내려다 본 길거리로 사람들이 오간다.

겨울 눈 올 때나 조용한 저녁 풍경은 나름 볼 것이 있다고 주인은 말했다. 하지만 50미터 조금 되는 건물간 사이는 말 그대로 전선 거미줄로 가득 차 있었다. 창문마저 거미줄에 걸려 있는 듯 복잡한 풍경은 볼썽사나웠다.

창문에서 손을 내밀면 닿을 듯한 거리에는 전봇대와 성인 팔뚝 두께의 전선까지 지나고 있어 안전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전봇대 전선이 가로지르는 용인시 기흥구 한 주택가 골목 전경.
 전봇대 전선이 가로지르는 용인시 기흥구 한 주택가 골목 전경.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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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 입주민인 윤모(61)씨는 "창문을 자주 사용하거나 밖을 내다보는 경우도 많이 없다. 특별할 것 없는 창문일 뿐이다. 간혹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거나 눈비가 올 때 쳐다본다"라며 "창문을 열어도 주변에 확 트인 풍경이 없으니 사람들이 거의 창문을 통해 밖을 보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창문을 닫고 외출해 도심지에서 볼 수 있는 풍경도 그리 다르지 않다. 한때 용인시도 전선 지중화 사업을 거론했지만 손꼽을만한 성과는 아직 없다. 인도 중간 중간 턱턱 가로 막고 서 있는 굵은 전봇대를 올려다보면 여지없다. 전깃줄과 각종 전선이 꼬여 동물이 똬리를 틀고 있는 듯 보인다.

도시미관을 위해 제 아무리 건물색체를 바꾸고 간판정비를 해도 한계를 보이는 이유다. 제한된 공간에 건물이 밀접하다보니 전선이 복잡해지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무엇보다 통신 등 전자장비 활성화로 설치된 이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폐전선은 흉물스러울 뿐 아니라 시민 안전까지 위태롭게 한다.

처인구 김량장동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희씨는 "건물 옥상에 가보면 통신사에 설치한 전깃줄이 몇 개가 된다. 끊어진 것도 많은데 관리가 안 된다"라며 "창문 주변에 축 늘어져 있는 것 중 사용 안하는 전선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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