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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하중도 바로 옆을 흐르는 금호강의 모습. 버드나무군락이 하천의 끝선을 장식한 아름다운 하천의 모습이다.
 금호강 하중도 바로 옆을 흐르는 금호강의 모습. 버드나무군락이 하천의 끝선을 장식한 아름다운 하천의 모습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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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전 주에 이어 금호강 생태조사에 나섰다. 이번 조사의 첫 일정은 1차 조사(대구 금호강 수질악화 주범... 철거할 때 왔다) 때 들어가보지 못한 금호강 하중도를 방문하는 것으로 잡았다. 대구 명소로도 알려져 있는 하중도로 들어가기 위해선 강의 좌안 쪽에 난 신천대로를 타야 한다. 신천대로를 빠져나오면 이내 금호강 둔치와 만나고, 그 둔치에 새로운 도로가 닦여 있다. 그런데 도로 폭이 너무 넓다. 

하중도로 들어가는 시작부터 눈에 거슬린다. 하천 안에 길을 내는데 이렇게 넓게 내어야만 했을까? 밤이 되면 이곳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야생동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이는 가까이서 하중도를 조망하는 순간, 너무 순진한 생각임을 알게 된다. 간혹 그 일대를 지나가면서 개발된 하중도를 보곤 했지만, 가까이서 보니 그 느낌이 사뭇 달랐다. 

인공화된 섬 하중도로 들어서다

노곡동으로 들어가는 다리인 노곡교 위에서 내려다보는 하중도는 아름다움을 느끼기엔 너무 넓었다. 거대한 정원이 펼쳐져 있고, 그곳에선 누렇게 익어가는 청보리 들판을 만날 수 있다. 청보리밭의 누런 물결이 하중도의 거의 끝자락까지 이어져 있어 보는 이를 압도한다. 
 
노굑교에서 바라본 하중도. 인공 정원이 눈앞에 펼쳐지고 그 너머에 드넓은 청보리밭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노굑교에서 바라본 하중도. 인공 정원이 눈앞에 펼쳐지고 그 너머에 드넓은 청보리밭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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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청보리가 자라고 있으나, 곧 수확을 할 것이고 이후엔 다른 꽃을 심게 된다. 계절마다 다른 계절초를 심어 사시사철 꽃밭 같은 정원을 만드는 것이 대구시의 계획이다. 이른바 지방정원을 만들었다가 국가정원으로 승격시킨다는 것이 대구시가 '금호강 그랜드 가든 프로젝트'에서 밝힌 계획이었다.

수십만 평에 달하는 이 하중도에 청보리에 이어 또 어떤 작물을 심을까? 그래서 또 얼마나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려 할 것인지 지금부터 걱정된다.

노곡교에서 하중도로 내려서니, 청보리밭이 더욱 가까이 와닿았다. 청보리밭 앞은 그야말로 정원이다. 관리인으로 보이는 이들은 그 정원에 연신 물을 뿌려대고 있었다. 금호강 강물을 끌어다가 정원에 뿌리고 있는 것이다. 철저히 관리된 자연이 이식된 것이다. 뒤편의 꽃밭에는 물 뿌리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다. 
 
금호강 강물을 끌어와 정원에 물을 주고 있다. 하중도는 철저히 관리되어 조성된 인공섬이란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금호강 강물을 끌어와 정원에 물을 주고 있다. 하중도는 철저히 관리되어 조성된 인공섬이란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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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중도가 끝나면 펼쳐지는 금호강 상류의 모습이다. 아름다운 습지의 모습을 한 금호강이 펼쳐진다. 인공섬 하중도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하중도가 끝나면 펼쳐지는 금호강 상류의 모습이다. 아름다운 습지의 모습을 한 금호강이 펼쳐진다. 인공섬 하중도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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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꽃밭 너머엔 하중도와는 너무 대조적인 금호강이 펼져져 있다. 버드나무 군락이 드문드문 자라난 자연스럽고도 아름다운 습지의 모습을 한 금호강이 펼쳐져 있었다. 

청보리밭과 물억새군락

다시 청보리밭으로 향했다. 철저히 관리된 밭이지만 누렇게 익어가는 청보리가 주는 매력은 있었다. 절기는 분명히 꽃을 피우는 봄인데, 벌써 가을 수확철의 풍경을 보여주니 말이다. 누렇게 익은 청보리밭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걷다가 보리밭의 끝에 섰다. 뒤돌아보니 온통 황금빛이다. 드넓은 황금빛 들판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황금빛 물결이 펼쳐진 금호강 하중도 청보리밭의 모습. 이 보리를 걷어내고 무슨 꽃을 심게 될까?
 황금빛 물결이 펼쳐진 금호강 하중도 청보리밭의 모습. 이 보리를 걷어내고 무슨 꽃을 심게 될까?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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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청보리밭은 끝이 났고, 이어서 나타난 것이 물억새 군락이다. 청보리밭에 비하면 너무 소박했다. 인간이 손을 대지 않고 자연에 맡겼다면 원래 이곳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야 할 식물이다. 이 하중도를 그냥 두었다면 저 물억새가 대규모 군락을 이루어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문득 '청보리밭과 물억새 군락지의 규모를 서로 바꾸었다면 좀 더 자연스러운 자연의 모습에 가까운 하중도가 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물억새 군락지 안에 난 넓은 길을 걷는데 갑자기 고라니 한 마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놀람보다는 반가움이 앞섰다. 이 인공의 자연에도 녀석들이 자리를 잡았구나 싶어 대견스러운 한편, 얼마나 쉴 곳이 없으면 이곳까지 왔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아무튼 야생동물들이 종종 이곳 하중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걸 확인했다. 
 
청보리밭이 끝나면 이렇게 물억새군락지다 나타난다. 그런데 그 규모가 너무 작다. 청보리밭과 맞바꾸었으면 어떨까?
 청보리밭이 끝나면 이렇게 물억새군락지다 나타난다. 그런데 그 규모가 너무 작다. 청보리밭과 맞바꾸었으면 어떨까?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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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하중도는 생태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접근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야생동식물들의 중요한 서식처 기능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이 생태적으로 개발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인공적인 섬이 되었고 야생이 설 자리 또한 없어졌다. 

백번 양보해서, 위에 언급한 것처럼 꽃 정원을 조성하더라도 야생에 어느 정도의 공간을 내어줄 수는 없을까? 설상가상 이곳에 경관 조명까지 설치하겠다는 것이 대구시 계획인데, 안타깝기만 하다. 이 중요한 생태적 공간을 어디까지 개발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늘에서 본 하중도. 철저히 인공섬으로 개발되고 있다. 자연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자연과이 조화로운 개발은 안 되는 것일까?
 하늘에서 본 하중도. 철저히 인공섬으로 개발되고 있다. 자연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자연과이 조화로운 개발은 안 되는 것일까?
ⓒ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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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에 이어 이번 조사에도 동행한 대구환경운동연합 권정택 운영위원은 "반생태적 토목공사일 수밖에 없는 이런 전근대적인 하천 개발 계획은 21세기 이제는 중단되어야 하지 않나"라며 "방문자들의 SNS용 사진 한 장의 역할을 할 뿐인 이런 인공정원 사업은 이제는 지양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구시의 생태적 각성이 정말 필요한 대목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생태적 금호강 하중도 개발을 위한 제언

기자에게 이 현장 소식을 전해 들은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대구교사모임'의 전 대표이자 현 전교조 대구지부장인 임성무 교사는 다음과 같이 대구시에 요구할 것을 제안했다.

"하중도는 수달이 잠자는 집이니 그나마 분명히 야생의 공간을 살려두기로 했다. 서울 밤섬처럼 되돌리거나 안 되면 일단 최소한 달성습지처럼 인간의 공간과 자연의 공간을 구별하고, 일몰 전에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시간이되, 해지고 뜨기 전에는 야생의 시간으로 두게 해야 한다."
 
인공섬 하중도와는 달리 금호강은 생태적으로 건강한 모습으로 펼쳐져 있다.
 인공섬 하중도와는 달리 금호강은 생태적으로 건강한 모습으로 펼쳐져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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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장 소식을 전하면서 하중도의 바람직한 개발 계획을 묻는 질문에 김종원 식물사회학 박사(전 계명대 교수)는 다음과 같은 깊은 탄식과 함께 역제안을 보내왔다.

"현재의 인공 초화원 같은 공원화는 향후 각종 민원을 발생시킬 것이다. 예기치 못한 협오 벌레(날파리 등)의 (대)발생, 고인 물터에서 악취, 초화원 유지보수를 위한 대량의 유기물 유입으로 하천수 부영화 기여 등등. 하도 내 이런 수준의 공원화에 관한 해외 사례나 롤모델을 제시해 보라!

미래 비전이 없는 하도내 공원화는 우둔한 시정이다. 대구의 역사의식, 이에 걸맞은 금호강과 어우러지는 '자연생태습지공원'으로 전면적 기획을 재설계하라. 즉 하중도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금호강의 야생과 사람이 시공간적으로 어우러지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하천 하중도 이용 방안을 재설계하라."


대구시장이 이런 절절한 제안을 듣고 전폭적으로 수용했으면 한다.
 
하중도 끝자락에 남은 자투리 땅. 이곳마저 개발하려고 땅을 밀어두었다. 이곳엔 과연 무슨 인공 시설물이 들어오게 될까?
 하중도 끝자락에 남은 자투리 땅. 이곳마저 개발하려고 땅을 밀어두었다. 이곳엔 과연 무슨 인공 시설물이 들어오게 될까?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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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하중도의 끝자락까지 가본다. 하중도의 끝자락까지 개발의 바람은 이어진다. 그곳엔 화려한 새로운 진입 교량까지 설치해 두었다. 하중도의 남북으로 양쪽 맨 끝에 진입할 수 있는 두 개의 길을 내어둔 것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자연을 대할 때 인간은 조금의 불편함은 가져야 한다. 그것이 자연을 침범한 인간이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비닐하우스가 점령한 하중도에서 그것을 걷어내는 것까지는 좋았다. 이곳을 생태적 개발을 하겠다는 애초의 대구시의 계획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 김종원 박사의 일갈처럼 철학이 부재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화두는 지켜야 하지 않았나, 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철저하게 인공의 공간으로 만들어버린 이곳에서 탐방객들은 과연 무엇을 느끼고 돌아갈까?
 
물억새군락. 하중도를 그냥 자연이 알아서 성장하도록 두었다면 하중도를 뒤덥게 될 물억새군락이다. 이 물억새군락이 드넓게 펼쳐진 자연스러운 모습의 하중도를 보고 싶다.
 물억새군락. 하중도를 그냥 자연이 알아서 성장하도록 두었다면 하중도를 뒤덥게 될 물억새군락이다. 이 물억새군락이 드넓게 펼쳐진 자연스러운 모습의 하중도를 보고 싶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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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방향을 틀어야 한다. 이곳에 수중보까지 건설해서 유람선을 띄우고, 새로운 산택길을 내고 경관조명까지 설치해 야간 탐방객까지 맞을 너무도 반생태적으로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대구시에 이런 제안이 통할까 싶지만 그래도 외쳐본다.

제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철학 자체를 바꾸길 진실로 바라본다. 자연과의 공존이란 원칙에 입각한 새로운 생태적 계획이 절실히 필요한 대목이다. 마침 지방선거가 눈앞에 와 있다. 부디 다음 대구시장은 '생태적 마인드'를 갖추고 인공화된 섬 하중도 개발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길 희망해본다.
 
국가하천 금호강 저 위로 하중도를 넘어들어오는 새로운 교량이 서 있다. 저 교량을 통해서도 탐방객들이 하중도로 걸어들어올 수 있도록 해두었다.
 국가하천 금호강 저 위로 하중도를 넘어들어오는 새로운 교량이 서 있다. 저 교량을 통해서도 탐방객들이 하중도로 걸어들어올 수 있도록 해두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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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은 하중도를 뒤로 하고 금호강 달서천 합류부를 거쳐 금호강을 따라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빚어놓은 천혜의 자연습지 달성습지로 향했다. 그 소식은 다음 기사에서 이어진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14년 동안 물하천 전문 활동가로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낙동강과 금호강을 비롯한 우리 강의 평화로운 공존을 희망합니다. 이 글은 대구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태그:#금호강, #생태조사, #금호꽃섬, #대구시, #김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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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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