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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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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정말 반복되는 것일까.

6.1지방선거다, 추가경정예산안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여야가 또 시끄럽다. 지난 24일 입법예고된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 때문이다. 해당 대통령령은 법무부 장관이 인사혁신처장에게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인사정보 수집·관리 사무를 위탁받고, 업무 수행을 위해 법무부 산하에 검사 또는 고위공무원단 1명, 검사 3명 등 20명 규모로 인사정보관리단을 설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부 사항을 정리한 법무부령 개정안도 함께 입법예고됐다.

그런데 두 개의 안 모두 바로 다음날인 5월 25일까지만 의견 수렴을 한다고 공지됐다. 보통 '40일'인 입법예고 기간과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이다. 물론 긴급히 처리해야 하는 법령의 입법예고 기간은 법제처장과 협의하여 예고를 생략하거나 그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법무부가 인사정보 수집·관리 사무를 관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문제의 행정입법안들이 과연 '긴급'한지 의문스럽다. 야당도 반발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마다 선택했던 일

어쩐지 익숙한 풍경이다. 법률 개정이 난망할 때, 역대 대통령들은 늘 '시행령 정치'를 택했다. 헌법재판소가 종합편성채널 설치 근거 등을 명시한 방송법 개정안의 절차상 하자를 지적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1월 국무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2015년 5월 11일 박근혜 대통령은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의 시행령을 공포하면서 조사 인력과 규모를 법률보다 대폭 축소해버리기도 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시행령 정치는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초기 여당인 민주당의 의석은 과반을 넘지 못했다. '범여권'으로 계산해도 180석에 못 미쳤다. 결국 문 대통령도 '시행령 정치'의 길을 걸었다. 정부는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고쳐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 수에 주휴시간을 포함했고, 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국가회계관리시스템) 사용을 의무화하는 '유치원3법'이 통과되기 전 유아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먼저 시행했다.  정부가 공포하는 대통령령 숫자 역시 매년 수십 건씩 꾸준히 늘었다.

시행령 정치를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대통령은 5년이란 임기 동안 대선 공약을 실천, 국민에게 약속한 나라를 실현할 의무가 있다. 국정운영의 성과를 도출하는 데에 시행령 정치는 때때로 효과적인 수단이다. 사회가 점점 빠르고 복잡하게 변해가지만 그 속도를 현행 법이 따라가지 못할 때, 새로운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행정입법을 손보는 것 역시 때때로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주요현안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주요현안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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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행령 정치는 태생적으로 '반쪽짜리 정치'다. 시행령 정치는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하거나 행정부 의견과 다른 방향으로 이뤄지는 상황을 전제한다. 거칠게 말하면, 대통령이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삼권분립의 한 축인 국회를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여기지 않는 상황에서 시행령 정치는 강하게 작동한다. '여소야대' 국회를 타개할 묘수가 없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대통령령 개정으로 그 '시행령 정치의 귀환'을 예고한 셈이다.

국회 나름대로 자구책은 마련해뒀다. 국회법 98조의 2다. 이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원회는 행정부가 대통령령 등을 제·개정 또는 폐지할 때 법률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해야 하고, 그 결과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을 경우 검토결과보고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하며 국회의장이 이 보고서를 본회의 보고하면 국회는 의결해 정부에 송부한다. 또 정부는 국회 보고서를 받으면 그 처리 여부를 검토하고 결과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시행령이 상위 법률을 위반했다고 국회가 공식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든 것이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 인사검증단 설치를 두고 "법무부를 과거 안기부 수준의 '상왕'부처로 만들고, '소통령 한동훈'에게 부처관할을 하게 하는 시도"라며 "향후 5년간 검찰독재를 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또 "정부가 계속 대통령령을 밀어붙인다면 국회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며 "2020년 법 개정 후 시행하게 되는 첫 사례가 이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연 있는 유승민, 그가 남긴 것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유승민 전 의원이 4월 1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유승민 전 의원이 4월 1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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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국회법 98조의 2에는 사연이 있다. '배신자 유승민' 사태다. 2015년 5월 29일 여야는 국회의 행정입법 수정·변경 요구권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합의처리했다. 하지만 6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는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간다"며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곧바로 '축출작전'이 개시됐고, 유승민 의원은 쫓겨나다시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재상정됐던 국회법 개정안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재의결되지 못했다. 다음해인 2016년 20대 총선에서 유승민계는 '학살'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대거 낙천됐고, 유 의원은 결국 탈당 후 무소속으로 대구 동구을에 출마, 당선됐다. 

반면, '친박 감별사'가 활약한 새누리당은 원내 1당의 지위를 민주당에 빼앗기는 아이러니를 맞았다. 국회 구성이 달라지면서 유승민의 국회법 98조의 2도 2018년, 2020년 개정돼 좀더 모양새를 갖췄다.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에 패배한 유승민 전 의원은 2022년 6.1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경선에 도전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김은혜 후보를 출마시킨 윤석열 대통령의 '자객공천'에 고배를 마셨다. 유 전 의원은 또다시 '대통령의 뒤끝'에 당한 셈이다. 

하지만 법무부에 인사검증을 맡기는 윤 대통령의 시행령 정치는 국회법 98조의 2에 의해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상황. 아이러니는 반복될 것인가. 

[관련기사]
[2015년 5월 29일] 바람 잘날 없는 당·청...'시행령 수정권' 정면충돌 http://omn.kr/dv84
[2015년 6월 25일] 박 대통령, 유승민에 직격탄 "정치권은 정부 책임만 묻는다" http://omn.kr/e9a7
[2015년 7월 8일] '배신의 정치'를 '헌법 1조 1항'으로 돌려주다 http://omn.kr/efni
[2016년 3월 23일] "당의 모습 민주주의 아니다... 시대착오적인 정치 보복" http://omn.kr/i480
[2022년 4월 22일] 경선 패배 유승민 "여기가 멈출 곳" 정계 은퇴 고민하나 http://omn.kr/1yi0u
[2022년 5월 24일]
한동훈은 소통령? 인사검증 맡기려 입법예고 이틀로 단축
http://omn.kr/1z2e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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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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