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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때 건립되면서 강화에서 가장 번성했던 조양방직은 산업의 몰락에 따라 폐쇄되는 운명을 맞았지만 카페, 미술관으로 거듭나면서 새로운 관광스폿으로 자리매김했다.
▲ 조양방직의 풍경 일제강점기때 건립되면서 강화에서 가장 번성했던 조양방직은 산업의 몰락에 따라 폐쇄되는 운명을 맞았지만 카페, 미술관으로 거듭나면서 새로운 관광스폿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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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에서 출발해 고려궁지까지 이어지는 일명 왕의 길에는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 고려, 조선, 근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적들이 두루 분포해 있다. 강화대로를 기준으로 남쪽은 예전 소창, 방직산업과 관련된 곳들이 제법 많다. 지금은 꽤나 한적한 섬인 강화도에서 1970년대까지 직물산업이 발달했다는 이야기가 필자의 흥미를 자극했다.

번성하던 강화 직물산업

예로부터 강화도는 화문석, 가마니 짜기 등 손재주가 필요한 수공업으로 명성을 날렸고, 이런 손재주는 정교함과 꼼꼼함이 요구되는 소창의 제조 과정에 부합했다. 당시 농사만으로 먹고살기 힘들었던 강화의 여성들은 부업 수단으로 소창을 짜서 팔았다. 소창은 주로 여성들이 제작했는데 여기서 남경여직(男耕女織)이라는 단어가 유래되었다고 한다.
 
기계식 직조기의 도입으로 강화의 소창산업은 전국최고 규모로 발전을 이루었다.
▲ 소창전시관에 전시된 직조기 기계식 직조기의 도입으로 강화의 소창산업은 전국최고 규모로 발전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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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창이 무엇인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목화 솜으로 실을 만들고 이 실을 평직으로 짠 옷감을 말하는 것이다. 아기 기저귀부터 관을 묶는 끈으로 사용했던 소창은 한국인의 일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리고 소창은 무속, 불교 의례에도 종종 사용되는데 이승과 저승을 잇는 다리의 의미를 담고 있기에 무당들은 굿판에서 소창을 잘라 다리를 만들어 굿을 행한다. 불교에서는 49재를 지낼 때 소창을 쓰기도 하니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하기도 힘들다.

1910년대부터 강화에서 발달하기 시작한 직물산업은 풍부한 노동력, 조직적인 판매 경로, 개량 직기의 도입으로 인한 공동작업장 운영으로 끝없는 발전을 이루게 된다.

1917년 강화에서 직물조합이 조직되었고, 직물 품평회를 통해 우수한 품질을 심사하기도 하면서 강화의 소창은 그 품질이 전국에서 제일이었다. 강화도의 직물산업은 해방 이후에도 호황을 누렸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강화 전역에 소창 공장이 80여 군데에 이르렀고, 이 공장에서 노동사목이 발생할 정도로 강화는 전국에서도 앞서가는 산업도시였다.

하지만 나일론과 일회용품의 발달로 소창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강화의 직물산업은 점점 쇠퇴하기 시작했다. 읍내에 자리한 많은 방직공장은 폐쇄되었고, 현재 가내수공업 형태로 7군데 정도만이 그 명맥을 유지해 나가는 실정이다.
 
옛 평화직물공장 자리에 지어진 소창전시관은 강화소창의 역사와 흐름을 한자리에서 살필 수 있다.
▲ 소창전시관 옛 평화직물공장 자리에 지어진 소창전시관은 강화소창의 역사와 흐름을 한자리에서 살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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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용흥궁 공원에 굴뚝만 보존된 심도직물과 담장만 남은 이화 견직 등 터조차 살피기 힘든 곳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남문 부근에 남은 직물공장들은 쓰임새를 제각기 바꿔 강화를 찾는 여행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소창 짜는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겠네

대명헌을 지나 왕의 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근대 한옥의 외형을 갖춘 소창 체험관을 마주하게 된다. 한동안 방치되어 있던 옛 평화 직물공장을 체험시설로 새롭게 만든 것이다. 제법 넓은 부지 위에 찾는 이들로 하여금 소창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하고,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강화 직물산업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할 수 있게 구성했다.

소창 체험관은 공장이란 느낌보다 큰 대갓집에 온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문간채를 지나 소창 체험관 앞마당으로 들어오면 지금은 다도관으로 쓰이고 있는 1938 한옥과 옛 공장을 리모델링한 소창 전시관이 우리를 맞아준다. 전시관 내부는 족답기에서 기계식 직기에 이르기까지 직물산업의 변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사실 강화에서 이런 소창 산업이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계식 직기의 적극적인 도입 덕분이다. 이를 계기로 강화의 직물산업은 점차 산업화되면서 직물 제조를 통제하고 감독하기 위한 공동작업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은 전시관의 사진자료와 영상물을 통해 그때의 영화를 조금 살필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소창 전시관을 나와 조그맣게 자리한 직조 시연관에서는 기계를 이용해 직접 소창을 짜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엿볼 수 있게 구성했다. 기계는 굉음을 내며 순식간에 한 필을 뽑아냈고 아이들은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눈을 떼지 못한다. 

소창 전시관에 가면 꼭 들러야 할 장소가 한 군데 더 있다. 기존의 한옥을 활용한 다도관이 바로 그곳이다. 미리 전화를 통해 예약하면 강화의 특산품인 순무로 끓여낸 '순무차'를 즐기면서 한옥의 매력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게다가 한옥 뒤로 펼쳐진 아름드리 조경은 기대치도 않았던 덤이다. 뒤편에 새로 건립된 소창 기념품 전시관에선 소창을 활용한 다양한 기념품들과 함께 소창 산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카페이자 미술관으로 변모한 조양방직
 
조양방직의 본관을 나오면 마당에 펼쳐진 다양한 소품들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 다양한 소품이 있는 조양방직 조양방직의 본관을 나오면 마당에 펼쳐진 다양한 소품들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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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가볼 곳은 강화도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빠지지 않을 장소다. 일제강점기 당시 강화 갑부였던 홍재용, 홍재목 형제가 민족자본으로 세운 최초의 방직공장이었고, 60년대까지 우리나라 최고 품질의 인조 직물을 생산해 삼도 직물과 함께 강화도의 번영을 이끌었던 조양방직이다. 

1990년대 공장은 문을 닫고 오래도록 방치돼 있었지만 고미술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앤티크숍을 운영했던 이용철 사장이 인수하면서 카페이자 미술관으로 변모해 이제는 강화를 방문하면 반드시 찾아야 하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강화의 다른 명소들과 달리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에 더 이상 차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찼고, 입구에서부터 이곳을 들어가기 위한 대기인원으로 상당히 붐볐다.
 
조양방직의 곳곳에서는 과거에 쓰였던 소품들이 기묘한 조화를 만들고 있다.
▲ 조양방직의 앤티크한 소품들 조양방직의 곳곳에서는 과거에 쓰였던 소품들이 기묘한 조화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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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부터 낡은 앤티크 소품들과 예전 이발소에서 볼 만한 그림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거대한 공간을 독특하게 꾸미고 있다. 우선 이곳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장료 대신 커피 한 잔을 주문해야 한다.

1930년대 건축된 공장의 건물이 전체적으로 남은 공간에 옛 공장의 형태는 부분 부분 살리면서 이발소 의자와 초등학교에서 봤던 조각상을 여기저기 배치해 놓으니 뉴트로의 오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방직기계가 있던 기다란 작업대는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장소로 바뀌었고, 발길이 닿는 곳마다 다른 테마가 펼쳐지니 사진기를 들었던 손이 멈춰지지 않는다. 평범한 커피 맛인데도 불구하고 색다른 장소에서 마시니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는 듯하다.

중간중간 빈티지 감성을 엿볼 수 있는 소품들이 많아 사진을 찍을 때마다 새로운 작품이 되어가는 듯하다. 낡고 오래된 것들이라 애물단지로 여겨졌던 장소와 물건들이 함께 모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카페 건물을 나와 조양방직의 터를 여기저기 살펴보니 한 오래된 건물 위에 황소동상이 우뚝 서 있어 인상 깊었다. 조양방직의 전성기를 보여주는 금고 건물이라고 한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재개발은 숙명처럼 흐를 수밖에 없다. 무조건 건물을 헐어 버리고 새것만 추구하는 것으로 흘러가는 추세지만 이런 낡은 것들도 새롭게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사례가 앞으로 늘어나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1권(경기별곡 1편)이 전국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 절찬리 판매 중입니다. 경기도 각 도시의 여행, 문화, 역사 이야기를 알차게 담았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권은 6월 중순 출판 예정입니다. 인문학 강연, 기고 문의 ugz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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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현재 각종 여행 유명팟케스트와 한국관광공사 등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 경기별곡 1편> <멀고도 가까운 경기도> 저자. kbs 경인 <시사인사이드> 경인방송 <책과 사람들> 출연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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