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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스님 12주기 추모제. 대구경북과 서울에서 12명이 모여서 스님을 추모했다.
 문수스님 12주기 추모제. 대구경북과 서울에서 12명이 모여서 스님을 추모했다.
ⓒ 권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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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오전 11시 군위 지보사 문수스님 부도와 비석 앞에 대구·의성·안동·서울에서 온 12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4대강사업 반대 싸움을 하던 이부터 스님의 소신공양에 감화를 입은 이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그렇다. 이날은 "4대강사업을 중지폐기하라!"는 사자후 같은 유언을 남기시고 소신공양을 감행해 입적한 문수스님의 12주기가 되는 날로, 이들은 스님을 추모하고 그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서 이 자리에 모였다. 

소박한 문수스님 12주기 추모제

이날의 자리는 지난 14년간 4대강사업 반대운동을 해오고 있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인 필자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다. 매년은 아니지만 그래도 1주기부터 2주기, 6주기, 8주기 등 시간이 날 때마다 지보사를 찾았고, 그렇지 못할 때는 대구에서 마음 깊이 스님을 추모해온 터라 올해는 4대강사업을 해왔던 대구경북의 인사들을 좀 불러모아서 함께 추모하고 싶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소박한 추모제를 알리는 방을 붙였다. 언론사인 <뉴스타파>가 스님을 추모하는 우리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기도 했다.

추모제를 진행하기에 앞서 스님의 부도 앞에 준비한 국화꽃과 영정사진을 놓고, 그 옆을 지금의 낙동강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놓았다. 제법 그럴듯한 차례상이 차려졌다.
 
문수스님 보도 앞에 영정사진을 놓고 낙동강 사진들로 소박한 차례상을 차렸다.
 문수스님 보도 앞에 영정사진을 놓고 낙동강 사진들로 소박한 차례상을 차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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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사진은 스님께서 몸을 불살라 폐기하길 바랐던 4대강사업이 강행됐고, 그 결과 낙동강이 독성 녹조가 창궐하는 죽음의 강으로 변했음을 스님께 그대로 알리기 위해 준비한 것들이다.

우리는 4대강사업 반대를 위해 김종술 기자가 제작해 배포한 '강물은 흘러야 한다'는 문구가 박힌 검은 티셔츠를 함께 차려입고 먼저 스님께 깊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삼 배를 올렸다. 그리고 각자의 방식대로 스님을 추모했다. 먼저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해오고 계신 창녕환경운동연합 배종혁 의장이 스님 죽음의 책임을 묻는 발언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스님은 이명박이 결국 죽게 한 것이지만 그에 침묵한 우리가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다. 4대강사업에 반대하거나 저항하지 않은 이들이 스님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나 마찬가지다."
 
스님을 향해 존경과 추모의 마음을 담아 삼 배를 올리고 있다.
 스님을 향해 존경과 추모의 마음을 담아 삼 배를 올리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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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께 삼 배를 올리고 있다.
 스님께 삼 배를 올리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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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 있던 안동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이자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의 공동의장이기도 한 김수동 의장은 다음과 같이 스님의 죽음을 둘러싼 한 도반 스님의 말씀을 전하면서 추모했다.

"당시 스님의 도반을 한분 만나 들었다. 당시 문수스님이 외부와 소통하기 위해 사용하던 수단은 신문이었다. 그런데 그 신문이 하필 중앙일보였다. 군위란 지역의 읍내에서 구할 수 있었던 신문이 조중동이었을 것이고 당시 지보사 보살님이 중앙일보를 사다주면 그 신문으로 세상과 소통을 하셨던 것인데 중앙일보가 당시 4대강사업을 찬양하던 매체가 아니었나.

그러니 매일 보던 뉴스에 절망하셨을 거다. 만약 군위에서 한겨레나 경향을 구할 수 있어서 그 신문으로 세상과 소통을 하셨더라면 소신공양을 결심하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왜냐면 한겨레와 경향은 4대강사업에 비판적이었고, 반대운동을 하는 이들의 소식이 자주 실리게 되니까 그래도 그 소식으로 사람이 희망이란 것을 가지게 되잖아. 그런데 하필 중앙일보였고 그 신문이 전하는 소식에 절망해서 소신공양 결심을 굳힌 것이란 이야기였다."


스님의 입적 소식은 당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특히 승려들 중 충격을 받은 이들이 적지 않았다. 당시 4대강을 열심히 취재한 '라디오인' 소속이었지만, 지금은 의성에서 양봉을 치고 있는 이석우 형은 이렇게 그 때 이야기를 들려줬다. 

"스님의 소신공양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항거였다. 그 전에도 없었고 그 이후로도 없을 것이다. 스님의 소신공양은 역사적 사건이다. 그런데 당시 조계종 총무원은 이를 축소하기에 바빴고, 4대강 반대운동을 이끌던 어른인 수경스님이 이런 행태에 너무나 실망한 나머지 잠적하기도 했다."
 
각자의 기억과 방식으로 스님을 추모하고 있는 참가자들
 각자의 기억과 방식으로 스님을 추모하고 있는 참가자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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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4대강 현장을 못 떠나는 이유

필자 또한 당시 스님의 소신공양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4대강 사업이 한창 벌어지던 2010년은 아무리 저항해도 꿈쩍 않던 이명박 정권에 절망하던 시기였다. 그런 시기에 날아든 스님의 소식은 여러 가지 복잡한 심경을 필자에게 안겼다. 필자 또한 4대강 사업 반대운동을 하던 활동가였는데 내가 죽어야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것도 스님이 당신의 몸을 바치며까지 이 사업을 반대한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동시에 큰 희망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수행중이던 스님이 이 정권의 최대 핵심 사업인 4대강사업을 반대하면서 분신을 했기 때문에 이제는 불교 차원에서 대대적인 반정부 투쟁이 일어나겠거니 했던 것이다. 불교 차원의 저항운동이 일어난다면 이 사업은 중단되고야 말 것이란 확신을 가졌다. 그래서 당시 필자는 슬픔과 충격 그리고 희망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으로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조계종 총무원의 행태로 이내 더 큰 절망으로 빠져들었고, 스님은 그렇게 잊혔다.
 
2010년 당시 스님이 소신공양을 결행한 위천 둑방길. 검게 그을린 흔적이 남아있다.
 2010년 당시 스님이 소신공양을 결행한 위천 둑방길. 검게 그을린 흔적이 남아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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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소신공양하신 위천 둑방 바로 그 자리에 스님께 헌화했다
 스님이 소신공양하신 위천 둑방 바로 그 자리에 스님께 헌화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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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스님을 다시 불러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님의 소신공양의 의미에 대해서도 제대로된 평가를 해드리고 싶었고, 무엇보다 스님의 거룩한 행위에 대해 젊은이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알길 바랐다. 

필자가 4대강 현장을 아직까지 떠나지 못하고 있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문수스님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다비식이 열리던 당시 속으로 울면서 스님께 다짐했던 것이 있다. 

"스님의 거룩한 행위와 스님의 큰 뜻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저희가 반드시 4개강사업을 막아내겠습니다. 그러니 모든 걱정 내려놓으시고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스님의 다비식이 열리던 그날 필자는 가슴 속으로 울면서 스님께 4대강사업 반드시 막아내겠다 다짐했다.
 스님의 다비식이 열리던 그날 필자는 가슴 속으로 울면서 스님께 4대강사업 반드시 막아내겠다 다짐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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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재자연화 반드시 이루어내겠다

그러나 4대강사업은 중단 없이 강행되었고 급기야 준공까지 되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비록 4대강사업이 준공된 지 올해로 만 10년째이지만 기필코 4대강을 원래대로 돌아가게 할 것이란 스님을 향한 다짐 때문에 4대강 현장을 못 떠나고 있다. 그만큼 문수스님의 행위는 큰 충격이었고 그로 인해 평생 스님을 마음의 스승으로 모셔왔다. 

그 큰 스승을 만나러 이날 동지들과 함께 현장을 찾은 것이고 그렇게 다시 한번 스님의 약속을 환기하면서 반드시 4대강 재자연화를 이루고 말 것이라 다짐했다. 

이날 모인 이들 또한 필자와 별반 다르지 않는 이유로 현장을 찾았을 것이다. 동지들과 함께 꼭 낙동강 재자연화(4대강사업의 핵심은 낙동강)를 이루어내고 말겠다는 결의의 시간을 가진 것과 다름없다. 
 
이날 추모제에 함께한 이들이 4대강 재자연화를 약속하며 기념 사진을 남겼다.
 이날 추모제에 함께한 이들이 4대강 재자연화를 약속하며 기념 사진을 남겼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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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모인 이들은 앞으로 매년 이곳을 찾기로 했다. 매년 스님께 그해의 상황을 설명해드리고 우리의 각오를 다시 한번 고하기 위해서 이곳을 찾기로 했다. 

12주기 추모제 소식과 추모의 글을 받는다는 소식을 각종 SNS에 전했더니 전국에서 다양한 추모의 글을 보내 주었다. 끝으로 그 추모의 글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칠까 한다.

4대강 반대 소신공양 문수스님 12주기를 추모하다
 
 
소신공양으로 뭇생명들의 안녕과 공존을 위해 보시하신 문수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생태와 환경에 대한 생각들을 다시 한번 되새겨봅니다. 소신공양은 못해도 투표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분의 선지식이 주변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 주신 스님 감사합니다. - 대구 김병덕 拜

낙동강의 수문이 열리는 그날까지 이 땅의 생명붙이들을 돌봐주소서. - 대구 이승렬

세월이 정말 빠릅니다. 문수스님 소신공양 뜻 아직 이루어내지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기필코 강물을 흐르게 하겠습니다. - 대구 임성무

스님 부디 극락왕생 하소서 4대강은 살아남은 자들이 살리겠습니다 – 4대강국민소송단 김영희

그곳에서 평안하시길. 우리 모두의 꿈,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애쓰겠습니다. - 대구 전은희

스님의 귀한 뜻, 저희가 이어나가겠습니다. - 안동 서옥림

스님의 뜻도 이루지 못하고 다시 4대강사업의 망령이 되살아날 거 같아 참담합니다 – 권미강

아, 문수스님, 스님의 소신공양의 큰 뜻을 아직 이루지 못해 스님께 부끄럽습니다. - 이율

스님 저희는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꼭 4대강 재자연화 만들겠습니다. 좋은 곳에서 편히 지켜봐주십시오. - 최재혁

기억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보 해체를! 거침없이 흐르는 금강을 만들어 가보려고 합니다! - 금강에서 박은영

한 몸을 불살라 자연에 용서를 구한 스님. 뭇 중생의 어리석음을 질책하시고 정법으로 인도하소서. - 영주 윤옥식

스님, 스님이 못다 하신 귀한 일들 저희가 함께 노력하겠으니 부디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안식 누리셔요. - 창녕 서영예

강에 가면 늘 스님 생각이 납니다. 지켜 주십시오. - 석유연

그날만 생각하면 가슴이 매입니다. 흐르는 4대강으로 환생하소서. - 문규현 신부
  
추모의 글을 낭송하면서 스님께 추모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추모의 글을 낭송하면서 스님께 추모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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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입니다. 지난 14년간 낙동강 현장을 기록하며 4대강사업의 폐해에 대해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태그:#문수스님, #소신공양, #4대강사업, #대구환경운동연합, #낙동강 재자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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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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