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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그룹 '워킹맘의 부캐'는 일과 육아에서 한 발 떨어져 나를 돌보는 엄마들의 부캐(부캐릭터) 이야기를 다룹니다.[기자말]
피아노를 시작하고 온통 피아노와 관련된 여러가지들이 눈에 띄었다. 그 중에 한 가지는 바로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피아노 연주가 나오는 장면들이었다. 예전 같으면 피아노가 나온다고 특별히 더 눈여겨 보지는 않았을 텐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피아노가 나온다는 이유로 왠지 더 관심이 갔다.

피아노 연주가 나오는 장면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프로도 베긴스 역으로 친숙한 일라이저 우드(Elijah Wood) 주연의 영화 <그랜드 피아노>의 한 장면.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프로도 베긴스 역으로 친숙한 일라이저 우드(Elijah Wood) 주연의 영화 <그랜드 피아노>의 한 장면.
ⓒ (주)미디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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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단은 유튜브에서 피아노 관련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하면서였다. 그랜드 피아노 음색을 들어보려고 '그랜드 피아노'라고 검색어를 입력했더니 검색 결과 중 '그랜드 피아노'라는 영화가 소개된 영상이 떴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프로도 베긴스 역으로 친숙한 일라이저 우드(Elijah Wood) 주연의 영화였다.

홀린 듯이 눌렀는데, 일라이저 우드의 연주 장면과 스릴 넘치는 플롯 소개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상을 감상했다. 이 영화가 궁금해서 조금 더 찾아보다 보니 2013년 개봉했으며, 일라이저 우드가 이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 3주간 집중적으로 피아노 연습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론 모든 곡을 다 친 것은 아니고 전체 샷을 찍어야 하는 부분만 집중적으로 연습을 했다고 한다. 손 클로즈업 장면 등은 대역을 썼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3주 만에 '천재적인 피아니스트' 역할을 연기할 만큼 피아노를 배울 수 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피아노 치는 장면을 접하게 됐을 때 늘 드는 의문 중에 하나는 '저 배우가 직접 친 것일까?' 이다. 주로 대역을 쓰는 경우에는 손 샷 따로, 얼굴이나 뒷모습(?) 샷 따로... 이런 식으로 손과 얼굴을 한꺼번에 잡지 않는다. 그런 장면을 볼 때면 "에이, 직접 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대체로 몰입감이 떨어지는 경험을 종종 했다. 

그런데 요 근래에 피아노에 관심이 생기면서 접하게 된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연주하는 배우의 전신 샷이 촬영 된 경우가 제법 많았다. 주걸륜은 본인이 감독, 각본, 주연까지 맡은 2007년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그 유명한 피아노 배틀 씬을 포함한 영화 내의 모든 피아노 치는 씬을 대역 없이 소화 했다고 한다.

가수이자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친 뮤지션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주걸륜에 대해서도 이 영화에 대해서도 잘 몰랐기에 영화를 보면서 감탄을 하고 뒷 이야기를 찾아보면서 또 한번 감탄을 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의 한 장면.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천재 피아니스트 배우 박정민이 피아노는 연주하고 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의 한 장면.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천재 피아니스트 배우 박정민이 피아노는 연주하고 있다.
ⓒ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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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개봉한 국내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배우 박정민은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천재 피아니스트 역할을 맡았는데, 이 배역을 대역 없이 소화하기 위해 6개월간 매일 5시간씩 피아노 연습을 했다고 한다.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연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을 텐데 거기에다가 피아노까지 치면서 연기해야 했으니 얼마나 각고의 노력이 들어갔을까?

2020년에 개봉해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 다섯 명의 주인공은 대학병원 전문의이자 밴드 동아리 활동을 함께 한 친구 사이로 나온다. 각각 베이스와 기타, 드럼, 피아노를 연주하는 설정으로 나온다. 아, 보컬도 있다. 드라마의 구성 자체에 매회 밴드 연습을 하는 장면이 들어가 있어서 직접 연주 및 직접 노래까지 하는 미친 실력을 보여준다(이들은 시즌1이 끝난 후 진짜로 콘서트까지 열었다). 

이 드라마를 정말 재미 있게 보았는데, 방영 당시에는 배우들이 직접 연주를 했다는 것이 그저 '대단하네, 멋지다'라고만 생각했다. 피아노 관련한 다른 영화들을 찾아보다가 불현듯 이 드라마에서 건반을 맡았던 양석형 역의 김대명 배우가 피아노를 연습하는 비하인드 영상이 떠올랐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한 장면. 친구들과의 밴드에서 건반을 맡았던 양석형 역의 김대명 배우.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한 장면. 친구들과의 밴드에서 건반을 맡았던 양석형 역의 김대명 배우.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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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 생활> 팀에서 시즌1이 끝나고 시즌2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을 위해 '슬기로운 하드털이'라는 이름으로 드라마 메이킹 비하인드 영상들을 유튜브에 올려주었다. 그 중에 김대명 배우가 피아노 연습을 해 나가는 영상도 있었다.

피아노 생초보였던 김대명 배우가 밴드의 키보디스트가 될 때까지 6개월 간 연습한 그 영상들을 다시 돌려보다 보니 그동안의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처음 배울 때의 긴장과 설렘, 한참 집중해서 치고 난 뒤의 개운함, 틀렸을 때의 좌절, 실수 없이 잘 쳤을 때의 만족감과 희열까지!

초보 피아니스트로 시작해서 6개월 만에 여러 곡을 마스터 해서 녹음도 하고 촬영까지 한 김대명 배우를 보면서 나는 저런 압박감이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동시에 저런 무대가 있으면 조금 더 연습에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양가적인 감정이 올라왔다.

조금 더 나은 부캐 라이프를 위하여

사실 요즘의 나는 피아노를 배운 지 6개월이 넘어가고 있어, 조금은 피아노 권태기가 오려고 하는 중이다. 그래서 직접 피아노를 치는 시간보다는 피아노 관련 영상을 자꾸 찾아 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피아노 관련 영화를 찾아보다 보니 피아노 앞에 다시 앉고 싶은 생각이 조금쯤 올라온다. 6개월간 매일 5시간씩은 연습하지 못하더라도 매일 15분 정도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치게 되는 곡의 난이도들이 높아지면서 나는 곡 하나를 완전히 마스터해서 치려고 하기 보다는 진도를 나가는 데 더 급급해져 버린 것 같다. 2, 3번의 레슨에 걸쳐서야 겨우 뗄 수 있는 악보를 읽다 보면 물 흐르듯 완벽한 연주는커녕 더듬더듬이라도 끝까지 멈추지 않고 완주만 해도 다행이다.

곡이 길어지니 같은 시간 내에 연습할 수 있는 연습량이 현저히 적어져서 같은 시간 대비 아웃풋에 대한 만족도 또한 매우 적다. 전 시간에 배운 것을 겨우 잊지 않을 정도로 몇 번 복기 해보고 다음 레슨에 들어가게 되는 일이 다반사이다.

피아노 연주(혹은 악기 연주)가 업이 아닌 사람들이 피아노 연주가 업인 배역을 연기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들을 보면서, 저만큼 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치는 곡들을 어느 정도는 마스터 하는 경지에 올려두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곡 하나 하나를 마스터 해서 완전히 끝냈다는 개운함 없이 다음 곡으로 넘어가다 보니 예전만큼 피아노가 재미가 없어진 것은 아닐까?

피아노의 연습량을 늘리고 동기 부여를 하는 데는 역시 마감 효과(혹은 목표 효과)가 최고다. 그런 의미에서 연말 즈음에 우리 가족만의 작은 연주회를 열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렇게 나는 또다시 피아노에 '진심'이 되어 간다.

피아노를 치는 나의 부캐가 본캐가 될 리는 절대 없겠지만, (그리고 피아노 치는 것이 업이 아니라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조금 더 나은 부캐 라이프를 위하여 오늘도 나는 피아노 앞에 앉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저의 개인 SNS 에도 게재 될 예정입니다.


시민기자 그룹 '워킹맘의 부캐'는 일과 육아에서 한 발 떨어져 나를 돌보는 엄마들의 부캐(부캐릭터) 이야기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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