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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마산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창원마산 인권자주평화다짐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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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비극을 똑똑히 기억하는 것, 이는 과거만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어떤 사람들은 '자랑스럽지도 못한 일을 들우처 뭐하느냐.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덮어두자'고 하지만,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없으면 미래도 제대로 설계할 수 없다.

일본이 저지른 범죄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 피해자에게 공식 사죄하고 국제법에 따라 배상해야 하며, 일본 교과서에 실어 일본 학생들도 올바른 역사를 배워야 한다. 저는 유튜브나 SNS에 이와 관련해 잘못된 내용이 나오면 영어로 댓글을 달아서 정정해 달라고 정중히 요구할 것이다."

이는 최은호 학생(창원 반송중)이 일본군 '위안부' 관련해 학교에서 교육을 받거나 수행평가를 한 뒤 '실천 약속하기'를 통해 밝힌 것이다.

3일 경남도교육청 교육연수원 세종홀에서 열린 "'2022년 일본군 위안부 역사교육 활성화를 위한 국제포럼'에서는 최 학생의 사례처럼, 교육현장의 다양한 활동과 함께 앞으로 과제 등이 거론됐다.

이번 국제포럼은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대표 이경희)이 대면-비대면 동시 행사로 진행해 열렸다. 이날부터 5일까지 열리는 이번 포럼에는 미국 등 해외 관계자들도 참여한다.

첫날에는 안병갑 교사(창원명곡고)를 좌장으로 '일본군 위안부 역사교육의 현황과 과제' 발제‧토론이 진행됐다. 오도화 교사(태봉고)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서술된 내용을 설명했다.

오 교사는 "모든 학생들이 배우는 공통과목인 고등학교 <국사>에는 '위안부'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개정된 <한국사> 교과서에는 인적 수탈의 한 부분으로 언급돼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업 시간에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학교에서 이 문제는 간단히 언급되는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고, 교사들의 개인적인 관심도와 역량에 따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다"고 우려했다.

'역사교육 과제'와 관련해서는 "이 문제를 단순시 민족 말살 정책의 일부분으로만 인식하고 가르치게 된다면 한국과 일본의 민족적 감정만 자극하는 한계를 가지게 된다"며 "위안부 피해자는 우리나라만 있었던 게 아니라 중국, 대만, 필리핀에서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한일 간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이자 전시 성폭력의 문제로 인식하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수업 시수와 중학교 역사 교육에서 근현대사 축소 등으로 인해 일본군 위안부를 깊이 있게 다루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동아리 활동이 가장 효과적이고, '작은 소녀상 세우기'와 수요시위 참여, 모금운동 등 다양한 교내외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금자 교사(반송중)는 여러 '학생 자치 활동'을 소개했다. 동진중, 안남중 등 학생들은 영화 <귀향>, <아이 캔 스피크>를 보고 감상문을 쓰기도 했고, 초청특강과 사진전, '작은 소녀상 세우기', '위안부 바로 알기 교육' 등 활동을 벌였다.

강 교사는 "학생들이 여러 활동을 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교직원까지 관심이 커졌고, 시민들에게 이 문제의 중요성을 알리면서 스스로 더욱 자세히 알게 됐다"며 "의미 있는 활동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꼈다"고 했다.

변혜라 교사(호암중)는 영어과 '위안부'를 위한 사회정의 프로젝트 수업을 소개했다.

학교 영어실 앞에 '작은 소녀상'을 세웠다고 한 그는 "아무 설명 없이 문 앞에 두었기에 가끔 학생들이 '이게 뭐예요'라 물었고, 그때마다 이야기를 해줬다"며 "학생들이 이 문제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었기에 서두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친숙한 일상생활 주제에 관해 영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방식으로 영어수업을 한다고 한 변 교사는 "영어 교사는 우리 문화와 역사를 정확하게 알고 왜곡된 역사와 문화를 근거로 제시하며 올바르게 주장하는 학생을 기를 의무가 있다"면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진정한 일본의 사과'를 받아 할머니들의 넋과 한이 조금이나마 풀리고 위로가 되는 그 날까지 이런 수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포럼 둘째 날에는 '사례를 통해 본 일본군 위안부 역사교육의 촉진 활동의 성과와 의미'에 대해 미국 캘리포니아 학교의 교육 사례가 소개되고, 이경훈 교사(경기 보라고)가 '일본군 위안부 역사 부정과 수업 사례'를 주제강연한다. 마지막으로 '일본군 위안부 역사교육 촉진을 위한 입법화 가능성'을 주제로 토론한다.

마지막날에는 참가자들이 진주 평화기림비와 형평운동기념탑, 산청 평화비, 하동 정서운 할머니 추모비와 남해 숙이공원을 탐방한다.

이경희 대표는 "이 참혹한 역사의 가해국인 일본정부는 계속 진실을 부정하고 왜곡하기에 바쁘며, 한국에서는 이 역사를 성의있게 가르치려는 공교육체계나 계획을 찾을 수 없다"며 "멀리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이와 관련돼 교육을 공교육에서 의미있게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희망과 기대를 갖게 한다"고 했다.

태그:#일본군 위안부, #역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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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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