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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책이 나왔습니다'는 저자가 된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자 혹은 편집자도 시민기자로 가입만 하면 누구나 출간 후기를 쓸 수 있습니다.[편집자말]
30년 이상을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2019년 9월 1일 중학교 공모 교장이 되었다. 교장이라는 직책은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보다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원활하게 여건을 만들고 그것을 유지하며 구성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주요한 업무다. 

직책은 교장이지만 교사로서 아이들과 수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나마 중학교 교장이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수업은 아이들 정신교육 한두 시간이나 혹은 특강 한두 시간이 전부일 수 있다. 처음부터 교장은 교육과정상 정규 교과를 가르칠 수 없는 구조로 편성되어 있다. 쉽게 말하자면 교장은 정규 교과는 담당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된다.
 
중학교 철학, 김준식(지은이)
 중학교 철학, 김준식(지은이)
ⓒ 교육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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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봄부터는 반드시 수업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고민을 거듭하다 마침내 방법을 찾아냈다. 교육과정에 편성되어 있는 창의적 체험학습 시간을 이용하여 일주일에 단 한 시간이라도 수업을 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선생님들의 반응은 의외로 미지근했다. 교장이 수업을 하려고 하는 의도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 중학생들에게 어떤 과목을 가르칠 것인가? 정규 교과가 아닌 과목을 가르치려면 새로운 과목을 만들어내야 한다. 방법과 방향을 탐색한 끝에 도달한 것은 '중학생 철학 교육'이었다. 중학교에서 철학 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나는 책 <중학교 철학> 서문에 이렇게 썼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괴담 중에 '중2병'이라는 것이 있다. 사춘기의 정점에 있는 중학교 2 학년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대변하는 말이다. 약 10년 전부터 퍼진 이 말은 현재 우리나라의 중학생의 사회적 위치와 사회를 향한 그들의 태도를 잘 나타내고 있는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중학생들이 가진 생각과 태도는 우리 사회의 反影이 분명한데 기성세대들은 그것을 '병'이라고 부른다. 치환해보면 우리 사회의 일부분이 병들었음을 그대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병'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프다'라는 의미다. 치료가 필요하고 더불어 예방까지 동시에 해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 <중학교 철학>, 교육과학사, 2022. 13쪽

그리고 그 방향성을 이렇게 제시하였다.
 
"내가 있는 지수중학교에서 2020년부터 철학 교육을 시작해보려 한다. 내가 직접 교재를 만들고 수업하면서 아이들의 변화를 지켜볼 생각이다. 아무런 효과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투입과 산출의 공식으로 접근할 문제는 분명 아니다. 어쩌면 중학교를 졸업하고, 또 어쩌면 20대가 되어서 철학적 사유와 만날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주 오래 시간이 흐른 뒤일 수도 있다. 농부는 씨앗을 뿌리고 발아의 조건을 제공한다. 하지만 결국 발아와 성장의 결정적 요인은 씨앗 스스로 껍질을 깨고 발아해야만 한다. 교사인 나는 철학의 씨앗을 뿌리고 그 씨앗은 각자에게로 가서 언젠가 조건이 맞으면 분명 싹을 틔울 것이라 믿는다." - <중학교 철학>, 교육과학사, 2022. 16쪽)

2020, 2021 코로나가 온 나라를 흔드는 동안, 작은 학교의 강점을 최대한으로 살려 전체 대면 수업을 통한 55주의 철학 수업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2022년 5월, 마침내 <중학교 철학>이라는 책을 이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책의 전체 구조는 3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나를 찾아서', 2장은 '존재'에 대하여, 그리고 3장은 '자유', '이성', '권력'에 대하여. 중학생들의 호흡에 맞게 짧고 간결하게 설명하려고 했다. 132쪽의 얇은 책이지만 아이들과 교사인 나의 호흡이 행간에 고스란히 스며있다. 

2023년 8월 31일로 교장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도 계속 수업을 통해 두 번째 <중학교 철학>의 시작이 될 4장 '새로운 문제'를 쓸 예정이다.

중학교 철학

김준식 (지은이), 교육과학사(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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