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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보 상류 선착장에서 바라본 상주보. 비가 오고 유기물이 유입되서인지 강물이 벌써 탁해 보였다.
 상주보 상류 선착장에서 바라본 상주보. 비가 오고 유기물이 유입되서인지 강물이 벌써 탁해 보였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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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들른 낙동강 상주보에는 물이 많았다. 비 때문에 비점오염원들이 유입이 됐는지 수질 상태가 좋지 않았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수질은 탁해보였다. 

이렇게 유기물들이 강으로 흘러들기 시작하고 날이 무덥기 시작하면 시작되는 게 있다. 바로 녹조 현상이다. 유입된 유기물을 먹이로 남세균(녹조)들이 높은 수온과 함께 보로 인해 정체된 수역에서 맘껏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상태가 되기 때문에 폭발적으로 증식을 한다. 

그러나 녹조는 아직 눈에 띄진 않았다. 그렇지만 수질 상태가 안 좋아 언제든 녹조가 발현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강 바닥에는 녹조 알갱이들이 가라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저것들이 조건만 맞으면 다시 부유하면서 증식하게 되는 것이다.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을 확인해봤다. 마침 5월 30일부터 조류들이 얼마나 있는지를 알려주는 간접지표인 엽록소 수치를 말해주는 클로로필-a 수치가 21.7mg/m3로 높아졌고, 녹조 알갱이도 밀리리터당 128셀(개체)로 녹조 알갱이가 나타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 곧 본격적인 녹조 현상이 발현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녹조의 시작 위험의 시작

남세균(Cyanobacteria)의 대량 증식으로 생겨난 녹조 현상은 단순히 강물 색만 녹색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남세균은 독을 가지고 있고, 그 독을 강물 속으로 풀어놓는다. 그것도 청산가리 100배 수준이라는 맹독의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 뿜어져 나온다. 

녹조가 발생한 물로 수돗물을 만들어 먹고, 농사를 짓고, 이런 물에서 레저활동을 하는 행위는 위험하다고 본다. 특히 상주는 고도정수처리가 안 된 지역이기 때문에 녹조 독이 수돗물에서 검출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수상레저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수상레저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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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녹조가 핀 상태에서 수상레저 활동을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제트스키를 타거나 물기둥을 쏘아올려 사람을 하늘로 솟구치게 하는 쇼나 심지어 배를 타는 행위들까지 모두가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수영과도 같은 수중 활동을 통해 녹조 독이 든 물을 입으로 들이킬 수 있고, 피부 접촉을 통해 녹조 독을 흡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국내 녹조 전문가인 부경대 이승준 교수는 기자로부터 현장 상황 설명을 들은 다음 다음과 같이 첨언했다.

"(녹조가 발생했을 때는) 심지어 녹조 독이 비말과 같은 에어로졸 형태로 날릴 수 있기 때문에 배를 타는 행위뿐 아니라 수변을 산책하는 행위까지 모두가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녹조가 심할 때는 수상레저 활동을 전면 중단하는 것이 옳다. 외국에서는 그렇게 한다."
  
상주시가 예산을 들려 깔아준 수상데크. 이곳을 통해 산택을 하란 것이다. 녹조가 심할 때는 에어로졸 형태로도 녹조 독이 코 점막을 통해 흡수될 수 있기 때문에 수상 산책 역시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상주시가 예산을 들려 깔아준 수상데크. 이곳을 통해 산택을 하란 것이다. 녹조가 심할 때는 에어로졸 형태로도 녹조 독이 코 점막을 통해 흡수될 수 있기 때문에 수상 산책 역시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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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물로 농사를 짓는 행위 또한 위험천만한 행위이다. 녹조 물에 든 녹조 독이 농작물에도 전이되기 때문이다. 올 3월 환경운동연합 등이 발표한 자료를 확인하면, 낙동강 중하류에서 수확한 쌀과 무 그리고 배추를 조사했더니 그 농작물에서 녹조 독이 검출됐다.  각각 3.18μg/kg, 1.85 μg/kg, 1.1 μg/kg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이다. 낙동강 강물로 농사 지은 농산물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실험으로 증명된 것이다.

낙동강의 심각한 변화 원인은 4대강사업

1급수 강물이 흘렀던 상주의 낙동강이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 유충이 채집되는 최악의 강, 그리고 녹조 때문에 위험한 강이 되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4대강 사업 때문이다. 4대강 사업으로 강물이 막혔고 막힌 강은 강 스스로 정화하는 능력인 자정 작용을 잃어버려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그 녹조의 독이, 인간의 삶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주시가 직접 사업을 벌인 수상버스 사업. 상주보 일대를 50분간 돌아다닌다. 수상레저센터를 중심으로 회상나루, 경천섬를 거쳐 경천대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상주시가 직접 사업을 벌인 수상버스 사업. 상주보 일대를 50분간 돌아다닌다. 수상레저센터를 중심으로 회상나루, 경천섬를 거쳐 경천대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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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방문한 상주보 상류에서는 다양한 수상레저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제트스키를 타고, 물기둥 쇼가 벌어지고 심지어 상주시는 작은 유람선인 수상버스란 것까지 운행하고 있었다.

제법 소문이 났는지 이 수상버스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이 꽤 있었다. 필자 또한 수상버스를 타봤다. 정원 20명의 그 배에는 10명의 승객이 탑승했다. 오토캠핑장 안에 마련되어 있는 수상레저센터를 중심으로 해서 회상나루과 경천섬을 거쳐 경천대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코스로 구성돼 있었다. 다 도는데 시간은 50분이 걸린다고 했다.
   
배가 출발했다. 강물을 가르면 배는 시원하게 질주했다. 그런데 배가 상주보 앞에서 곡선을 그리며 도는 그 순간 물방울이 얼굴에 닿았다. 순간 놀랐다. 아직 녹조가 본격화하기 않은 시기라 다행이지만, 본격적인 녹조가 발생한 날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주시는 지난 5월 1일부터 시작한 이 수상버스 운행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3일에 이어 다시 상주시에 전화를 걸었다. 녹조로 인한 위험성을 알리면서, 승객의 안전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상주시 관광과 수상버스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우리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거의 매일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들어가서 녹조 상황을 살펴서 참조하고 있다. 그리고 녹조가 심해져 조류경보가 뜨거나 하면 대구지방환경청으로부터 공문이 날아온다. 그 공문을 보고 그때 가서 내부적으로 검토해보겠다."
 
상주시가 상주보를 관광단지화 하겠다는 기획으로 만든 낙동강 오리알 조형물. 경천섬 바로 옆에 떠 있다.
 상주시가 상주보를 관광단지화 하겠다는 기획으로 만든 낙동강 오리알 조형물. 경천섬 바로 옆에 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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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적인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환경부의 조류경보는 녹조 알갱이 수를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실제 녹조 독소 수치와는 차이가 난다. 실제 녹조의 위험성은 녹조 독으로부터 온다. 그래서 녹조 독이 얼마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부의 녹조 조사 방식과 달리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것은 어찌보면 관광객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문제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수상버스를 가동하고 수상레저 활동을 장려하는 행위는 관광객과 상주시민을 위험으로 내모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국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제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다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것이다. 비로 인해 강으로 녹조의 먹이가 되는 유기물들(질소와 인)도 유입되고, 수온도 올라갈 것이다. 녹조가 창궐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곧 그 시간은 다가온다. 그때 상주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수상레저센터 선착장 입구에 핀 녹조류. 이것들이 이렇게 번성한다는 것은 상주보에 그만큼 유기물이 넘쳐나고 있다는 증거다.
 수상레저센터 선착장 입구에 핀 녹조류. 이것들이 이렇게 번성한다는 것은 상주보에 그만큼 유기물이 넘쳐나고 있다는 증거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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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안전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낙동강에서 상주시와 같은 행위를 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는 지자체 또한 명심해야 한다. 낙동강은 지금 옛날의 강이 아니다. 4대강 사업으로 왜곡된 강이 되어버렸다. 

먹는 물도 생산하기 어렵고, 물놀이를 하기도 어렵고, 이 물로 농사까지 짓기 어렵다면 달리 판단을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무엇보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국민들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안전한 낙동강을 내놓으라고, 되돌려 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 지자체가 움직이고 정부가 움직인다.
 
지난해 5월 5일 촬영한 상주보.
 지난해 5월 5일 촬영한 상주보.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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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4대강 사업은 국가 차원으로 벌인 일이고, 그러면 그 해결에도 국가가 나서야 한다. 정치가 움직여야 한다.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의 과감하고 신속한 결단을 희망해본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14년 동안 4대강사업을 추적해오고 있습니다. 그 심각한 폐해에 대하서 고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4대강사업은 재앙입니다. 하루빨리 4대강 재자연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태그:#상주시, #수상버스, #녹조, #상주보, #수상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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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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