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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무렵 차를 몰고 장화리로 달려갔다. 장화리 해너미마을 전망대 주차장에는 차들이 여러 대 서 있었다. 해가 지려면 아직 좀 더 있어야 되는데도 그런 것쯤이야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는 듯 다들 느긋하게 일몰을 기다린다.

강화군 화도면 장화리는 해넘이로 유명한 동네다. 서해안 어디고 간에 해넘이가 예쁘지 않을까마는 강화도의 서쪽 해안은 일몰이 특히 더 아름답다. 그중에서도 장화리는 특별히 더 아름다워서 강화군에서는 장화리 해안에 일몰전망대를 설치해두고 해지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해넘이가 아름다운 마을
 
강화도 서쪽 바다로 떨어지는 해.
 강화도 서쪽 바다로 떨어지는 해.
ⓒ 김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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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리 해넘이 전망대에서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북일곶돈대'가 있다. 북일곶돈대까지 가는 길은 강화나들길 7코스이기도 하다. 마니산 주차장이 있는 화도면 상방리에서 출발해 여차리 갯벌센터까지 갔다가 마니산자락을 넘어 출발지로 돌아오는 16.3km의 이 길은 '낙조 보러 가는 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 길에서 보는 해넘이가 그만큼 예쁘다는 뜻이리라.
       
6월 초순의 어느 날 북일곶돈대를 찾아 길을 나섰다. 장화리의 해넘이전망대를 지나 산으로 들어선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에 타이어로 층층이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그곳을 다 오르자 조붓한 산길이 기다렸다.

산길을 걷는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막 넘어가는 잎사귀들이 꽃인양 어여쁘다. 살살 쓰다듬어주며 걷노라니 내 마음에도 초록색 물이 들 것 같다.

네모반듯한 북일곶돈대

어디쯤에 돈대가 있는 걸까. 한참을 가도 돈대가 보이지 않는다. '북일곶'이라고, 이름에 '곶'이 들어간 걸로 봐서 바다 쪽으로 툭 튀어나간 쪽에 돈대가 위치해 있을 것 같은데, 보이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할 즈음에 우뚝하니 성채가 하나 나타났다. '북일곶돈대'다.

'북일곶돈대(北一串墩臺)'는 강화군 화도면 장화리 산361에 위치하고 있다. 둘레가 122m에 달하며 한 변의 길이는 대략 30m인 이 돈대는 네모반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둥근 모양의 돈대가 사위를 경계하기에 합리적이라면 네모난 형태의 돈대는 사방을 나눠 경계하기에 좋다. 북일곶돈대는 동서남북 사방을 나눠서 경계하기에 좋은 네모난 형태다.
 
우뚝한 성채, 북일곶돈대
 우뚝한 성채, 북일곶돈대
ⓒ 황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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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곶돈대 위치도
 북일곶돈대 위치도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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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돈대의 평면 형태는 크게 방형(정방형, 장방형), 원형(원형, 타원형), 반월형의 3가지로 분류된다. 방형(네모난 형태)은 모두 26개소이며 원형은 총 11개소, 반월형은 3개소이다.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원형이 훼손된 경우가 총 13개소이며 특이하게 초승달 형태의 돈대도 하나 있다.

방형 돈대 다음에 원형 돈대가 있고 또 그 다음에 방형 돈대가 있다. 어찌 보면 네모난 형태와 둥근 형태의 돈대를 번갈아가며 축성한 것도 같다. 이렇게 교차해서 돈대를 축조한 것은 '천원지방'의 사상을 적용한 것처럼 읽힌다.

천원지방의 사상을 담았을까?

천원지방(天圓地方)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뜻으로, 하늘과 땅의 형상에 대한 동아시아의 기본 세계관을 담고 있다. 하늘은 춘하추동 사계절을 순환하며 둥글게 돌고, 지상의 모든 만물은 동서남북 방위를 갖고 존재한다는 사상을 돈대가 담고 있는 것 같다.

천지의 조화가 양과 음의 도(道)에서 비롯된다고 옛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것은 곧 '천원지방' 사상이기도 하다. 마니산 참성단의 제단도 그러한 사상을 바탕에 두고 설치된 것이라고 하는데, 강화의 돈대들이 모두 그와 같은 생각의 맥락에서 구축된 것은 아닐까? 단순히 땅 모양새만을 본 따서 돈대를 축조했다고 여기기에는 강화도 돈대들의 모양새 배치가 가볍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북일곶돈대를 보면서 들었다.
 
북일곶돈대
 북일곶돈대
ⓒ 황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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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곶돈대 안에 흩어져 있는 기와조각들.
 북일곶돈대 안에 흩어져 있는 기와조각들.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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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곶돈대의 규모는 남북 28.7m, 동서 32.2m, 둘레 122m다. 성벽은 40~60cm 내외의 크기로 잘 다듬은 화강암을 이용해 퇴물림 방식으로 쌓아 올렸다. 성벽의 안쪽과 바깥쪽은 큰 돌로 쌓고 그 사이는 흙과 잡석을 채워 넣는 협축 방식으로 쌓았다. 현재 남아 있는 성벽의 높이는 3.5m 내외이며 그 위에 설치한 40개의 성가퀴(여장)는 허물어지고 없다.

2019년에 북일곶돈대에 대한 발굴조사가 진행되었다. 그때 돈대 내부에서 온돌과 구들을 구비한 건물터가 확인되었다. 돈사(墩舍)로 추정되는 이 건물터는 돈대에서 숙직하는 병사가 있었음을 알려 준다.

돈대 안에 건물 터

처음 돈대를 축성할 때(숙종 5년, 1679년)는 사람이 잠을 잘 수 있는 건물은 만들지 않았다. 숙종 9년(1683)에 돈대 안에 돈사를 만들어 병졸이 수직을 하며 지킬 수 있도록 했다.

강화도의 54개 돈대들은 5개의 진과 7개의 보 그리고 진무영의 관할 아래 있었는데 각각의 진과 보에는 약 4개소 정도의 돈대가 소속되어 있었다. 진과 보에 소속된 돈대는 장수가 간검(看檢. 두루 살피어 검사)하며 별장(別將 조선시대 장교) 2명과 군졸 3명이 돌아가며 수직했고, 군졸 1명이 돈사에서 살면서 돈대를 맡아 지켰다. 
   
돈대 성벽 위에 서면 사방이 훤히 다 보인다.
 돈대 성벽 위에 서면 사방이 훤히 다 보인다.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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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곶돈대 성벽 위에 올라서면 사방이 훤히 다 보인다. 과연 돈대가 들어서기에 최적지다. 새삼 옛 사람들의 노고에 가슴이 뭉클하다. 강화도 해안을 따라 54개의 돈대를 만들었는데 그 모두가 바다를 관측하고 경계하기에 최적지들이다.  

북일곶돈대와 일몰의 시간

돈대 성벽 위에 서서 해 질 때를 기다린다. 거침없이 내달렸던 해가 종점을 향해 가며 마지막 숨을 고른다. 해는 천천히 바다를 향해 내려온다.

강화도 서쪽 바닷가 돈대에서 지는 해를 배웅한다. 일 년 365일 해는 늘 뜨고 지지만 오늘의 해는 오늘 유일하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최고이며 최선임을 지는 해를 보며 배운다.

아무런 방해 없이 오롯이 자연에 일치한다.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 고마운 마음과 기꺼운 마음을 가슴에 담고 북일곶돈대를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

* 돈대(墩臺):  조선시대, 강화도의 해안가 구릉에 쌓은 소규모 성곽 시설. 내부에 포대가 있으며 군사가 숙직을 서며 바다를 경계했다. 

<북일곶돈대 기본 정보>
. 소재지 :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 장화1리 1209 (장화리 산361)
. 별칭 : 뒤꾸지돈대
. 축조 시기 : 1679년(숙종5)
. 규모 : 너비 - 동서 32.2m, 남북 28.7m. 둘레 - 122m. 잔존 성벽 높이 - 3.5m 내외
. 형태 : 방형(네모 모양)
. 지정사항 : 인천광역시 기념물 제41호
. 시설 : 문 1개, 포좌 4개, 건물지 1기

덧붙이는 글 | '강화뉴스'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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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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