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지금, 코로나19의 여파를 살펴봤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지금, 코로나19의 여파를 살펴봤다.
ⓒ 권지성

관련사진보기

 
이번 연재에서는 특정 사건의 여파, 그 예상하지 않은 파문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지금, 코로나19의 여파를 살펴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 기사에서는 코로나19의 영향, 그 중에서도 사회적 약자들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한 연구논문들의 결과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각 연구논문의 뒤에 있는 연구자(연구진)의 패러다임이나 이념 지향, 연구역량 등이 연구과정과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그것까지 알 수는 없으니 숨겨진 채로 덮어두겠습니다. 다만 '전문가 활용법'에서 제안한 것처럼 특정 영역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진짜 전문가를 찾아야 하고,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점을 당부하고자 합니다. 그럼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손병돈과 문혜진(2021)은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신청 가구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가지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누구에게 집중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답했습니다. 연구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등의 특수형태근로자, 1인 가구와 한부모 가구, 비노인인 경제활동 연령집단, 그리고 저소득층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 저소득 가구는 소득 감소의 규모는 적었지만 감소 확률과 주관적, 객관적 어려움이 더 컸습니다. 1인 가구는 가구소득의 감소확률뿐 아니라 감소규모도 커서 경제적 피해가 가장 큰 가구유형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자영업자와 특수형태 고용 근로자들은 주관적, 경제적 어려움과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한 수, 소득감소 확률과 감소 정도가 모두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일 때 어떤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도와줘야 할지 분명히 알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김지우와 김나영, 남재현(2021)은 코로나19가 아동의 인적자본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하기 위해 2019-2020년 가계동향조사 분기 자료를 활용하였습니다. 분석 결과, 코로나19로 인하여 빈곤 아동 가구와 비빈곤 아동 가구 모두 교육지출이 감소하였지만, 디지털 장치와 문화 오락에 대한 지출은 비빈곤 아동 가구에서만 의미 있는 증가수준을 보였습니다. 이는 코로나19가 소득계층에 따른 인적자본투자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특히 빈곤한 아동의 교육수준과 문화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박지현과 이미혜(2021)는 코로나19가 독거노인 삶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습니다. 70-80대 어르신 4명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연구결과가 상당히 길기 때문에 주요 내용을 제 방식으로 '어르신들의 입장에서' 다시 써보겠습니다.

"이런... 어디든 갈 수 있나, 누굴 만날 수가 있나 집이 창살 없는 감옥이 되었네. 허허벌판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느낌이야. 이렇게 갇혀 살다가는 우울증에 걸려 죽을 것 같아 두려워. TV에서 확진자와 사망자 소식을 들을 때마다 겁이 덜컥 나서 TV를 꺼버리곤 한다네. 6.25보다 더한 재앙 같아. 인민군이 내려왔을 때도 이보다 더 무섭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네.

그나마 잘 가던 곳이 복지관인데 코로나19 때문에 휴관을 해버려서 더 난처해졌어. 강제로 혼자 있어야 하니 머릿속에는 잡생각 밖에 안 들고, 나도 모르게 자꾸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울컥 치밀어 오른다네.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고독은 바이러스보다 더 무섭고 막막한 거야. 이제는 온라인 프로그램들을 들어도 사람을 못 만나니 강사의 이야기만 듣는 것도 시간 때우기 밖에 안 되네.

친구? 친구가 있으면 뭘 해, 만나지를 못하는데... 사람들과 얘기를 못하는 게 힘들고 막막하네. 이전에는 스마트폰이 무서웠는데, 지금은 어색하나마 친구처럼 느껴지네. 바뀐 세상 때문에 10년은 더 늙은 것 같아. 마트에 갔더니 핸드폰을 찍으라는데 도대체 QR코드가 뭐 하는 건지 모르겠어. 물건을 살 때도 사람이 없고 기계가 대신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나도 소통하고 싶지. 그런데 자꾸 불통이라고 그러네. 내가 세상에 민폐가 된 것 같아."


이처럼 어르신이 혼자 살면서 코로나19에 대처하는 것도 어려운데, 가난하기까지 하다면 어떨까요? 박정란과 황세인(2021)은 '저소득' 독거노인의 생활경험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70-80대 어르신 6명, 사회복지기관 직원 4명과 면접한 결과를 분석하였습니다. 이 연구의 결과로 제시된 어르신들의 경험을 제 방식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늘 아팠지만 코로나로 더 아프게 되었는데, 당신들이 감염 고위험군이자 주 전파자로 보여질까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어디 나가려고 하면 나가지 말라는 사람들이 많아서,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 더 부담된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이 어르신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낯선 상황에 적응하고 계십니다. 어디에나 '지키는 사람'이 있으니 불편하지만, 지루한 일과 속에서도 몸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능동적으로 일과를 바꿔 왔습니다. 물론 이 어르신들이 '저소득층'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원래 어려웠지만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더 커졌고, 그것은 혼자 해결하기에 무리가 따르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신들의 힘든 삶에 비하면 코로나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코로나19가 '아무 것'도 아니라니 그분들이 경험한 삶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그래도 복지관과 행정적인 지원이 있고 가족이 있어서 그 덕분에 살아가며, 생계비와 차가 있어서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다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국민이 마스크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상대방의 입 모양과 표정 등을 보면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청각장애인, 그 중에서도 농인(聾人)들일 것입니다. '농인'은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농인들끼리는 수어만으로도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할 수 있지만, 청각장애가 없거나 수어를 할 수 없는 사람과 대화할 때는 입 모양과 표정을 보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수어에서는 말을 끝낼 때 입술을 닫았다 여는 동작을 한다고 합니다.

곽정란 등(2021)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농인의 경험을 탐색하였습니다. 5명의 농인과 수어를 통해 면접을 하고 그 결과를 분석했는데요. 결론에 적힌 내용을 쉽게 풀어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농인은 청인과 의사소통에서 이전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마스크 때문에 농인들은 청인을 대할 때 입모양을 볼 수 없었고 그래서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입 모양이 보이는 투명마스크를 사용해 보았지만 입김 때문에 불편했습니다. 음성을 문자로 변환해 주는 어플을 사용해 보았지만 방역 가림막 때문에 더 오류가 심해졌습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코로나19 방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인데, 문자로는 코로나19 검사 예약을 할 수 없었고, 자가격리 기간에는 보건소에서 음성전화만 걸려 왔습니다.

농인과 청인을 잇는 수어통역에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수어통역 방송은 수어통역사에 따라 질적 차이가 나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한 수어통역센터의 인력 부족, 인터넷 환경, 조명 등도 수어통역의 질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급박하게 돌아가고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되어야 하는 의료현장에서 비대면 수어통역은 그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선별진료소에서는 수어통역 등 의사소통지원도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농인들 사이의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처하여 영상 전화나 화상대화 프로그램을 이용하였지만, 의사소통을 위해 계속 화면을 주시해야 하기 때문에 피로감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면서 농인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축적되는 정보의 양도 제한되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 속에서, 우리나라는 국제 비교를 통해서도 제법 잘 대처하고 극복해 온 국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도 큰 충격을 주었고 그 여파는 계속 되고 있으며, 공백과 한계도 발견되었습니다. 오히려 잘 된 것도 있습니다. '탄력성'이라는 측면에서 국가와 지역사회, 조직, 개인들의 대처능력이 강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회적 약자들은 '취약성'이 두드러졌습니다. 특정한 사회 전체가 공동의 위기를 만났을 때 그 사회는 약자들부터 보호해야 할 것입니다. 어르신, 어린이, 몸과 마음이 불편한 사람, 여성, 가난한 사람, 외국인 등이 그들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교훈이 잊히지 않고, 다음 위기 때에는 더 적극적인 대처능력으로 빛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용한 논문들>

곽정란·조정환·정점희·이기상·이준우. 2021. "코로나19 상황 속에서의 농인의 경험". 한국장애인복지학, 51: 265-297.
김지우·김나영·남재현. 2021. "코로나19와 불평등-코로나19가 아동의 인적자본투자에 미치는 영향". 한국아동복지학, 70(2): 167-195.
박정란·황세인. 2021. "코로나19 상황하 저소득 독거노인의 생활경험 연구". 생애학회지, 11(2): 101-118.
박지현·이미혜. 2021. "코로나19가 독거노인 삶의 변화에 미치는 경험에 관한 연구". 한국거버넌스학회보, 28(3): 221-243.
손병돈·문혜진. 2021.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은 누구에게 집중되었는가?". 한국사회복지학, 73(3): 9-31.

태그:#은밀한 맥락을 찾아서, #코로나19, #사회적 약자, #사건의 여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회복지 현상의 은밀한 맥락과 패턴을 탐구하는 질적 연구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