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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된 땅에서 태어나 살아 온 청소년들은 통일을 꼭 해야 하냐고 묻습니다. 충남도교육청은 이 같은 물음에 답하고자 학교마다 평화통일 수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2 충남통일교실, 오마이뉴스-충남도교육청 공동캠페인>을 통해 교실 안 평화통일 풍경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편집자말]
23일 충남교육청에서 남북 공감토크 진행
 23일 충남교육청에서 남북 공감토크 진행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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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의 드라마와 영화는 이미 북한에 들어가 널리 퍼진 지 오래다. 남한의 드라마를 본 세대들은 탈북을 해 남한으로 오고 있다. 비록 분단국가지만 남북은 같은 언어와 문자를 사용해 동질성이 높다는 강점이 있다.

지난 23일 충남도교육청 대강당에서는 충남민주시민학교 평화통일 특강이 진행됐다. 특강은 충남교육청 민주시민 교육과에서 주최했다.

특강에는 뽀로로(10회)를 제작한 웹툰 작가 최성국, 이진호(국방부 특수전 사령부 전임강사), 정유나(남북통일코리아 악단 이사), 한수애(경기대 재학) 네 명의 북한이탈주민이 공감토크를 진행했다.

이들 4명의 공통점은 북한에서도 남한의 드라마와 영화 심지어 텔레비전을 시청했다는 점이다.

최성국 작가는 북한에서 한국 영화를 복제해 판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제일 놀라운 것은 말이 통한다는 것이었다"며 "한국에 오는 비행기에 대한항공이라고 쓰여 있는데, 너무 흥분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최 작가는 "갈등보다는 문화적 공감이 더 중요하다. 갈등은 주로 남북 정부 간에 있다"며 "북한 주민들은 상당한 지능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세뇌교육을 한다고 하더라도 진실을 가릴 순 없다. 남한의 문화를 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진실이 퍼즐 같이 맞춰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사람들이 장사를 시작하면서 배급을 하던 시절보다 훨씬 더 잘살기 시작했다. 자신들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다가 스스로 깜짝 놀란 사람들이 많다"며 "어쨌든 남북이 통일이 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다. 북한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일을 상당히 잘 할 것이다. 뽀로로도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동경했던 남한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을까. 남북은 언어가 같지만 실생활은 확연하게 다르다. 정유나씨는 북한의 자강도에서 태어났다. 교원대학을 다니다가 남조선 드라마에 빠져서 한국으로 왔다. 배우 송승헌이 그렇게 멋져 보였다고 한다.

"북한에서 태어났지만, 태어날 때부터 대한민국 국민"
 

정유나씨는 "남조선으로 간다는 비행기가 대한민국으로 갔다고 했을 때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도대체 어느 나라인가라고 생각했다"며 "비행기를 타면서 태극기도 처음봤다. 처음 도착한 인천공항이 너무 깨끗해서 놀랐다"고 고백했다.

한국에 처음 도착해 낯설어 하는 유나씨에게 가장 큰 위로가 것은 국정원 직원의 한마디 말이었다. 유나씨는 "국정원 직원이 '북한에 태어난 것은 유나씨 잘못이 아니다. 북한에서 태어났지만 유나씨는 태어난 순간부터 대한민국 국민이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이 너무 놀라웠지만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국민인 이유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주제는 성 문제로도 이어졌다. 한수애씨는 "남북한 문화 차이는 성문화에서도 난다. 북한에서는 성교육 자체가 없다"며 "남편이 사람 그 많은데서 뽀뽀를 하는데, 어머나 하고 밀쳤다. 남편이 그것에 대한 마음의 상처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한수애씨는 캄보디아에 있는 북한 평양 냉면집에 파견나갔다가 한국 남성을 만나 입국을 결심한 경우이다.

이진호씨는 "처음에 적응이 안 됐던 것이 스킨십이다. 북한에선 심지어 부부지간에도 손을 안 잡는다"라며 "남한은 마트든 어디든 포옹을 하고 그런다. 여자친구와도 문화적 차이가 심해서 3개월 사귀다가 자연스럽게 헤어졌다"고 말했다. 이진호씨는 지난 2016년 수영으로 서해바다를 건너서 귀순했다. 북한에서는 보위부에서 일했다고 한다.

최성국씨는 "예쁜 여성이 활짝 웃어서 그분이 나를 좋아하나 하고 착각을 했다. 북한에서는 남녀 사이에 친구가 없다. 여성분이 나한테 친구가 되어 달라는데 얼굴이 빨개졌다"며 "그 여성분은 나와 친하게 지내면서 북한 얘기를 듣고 싶었던 것 뿐이었다. 내가 오해를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에는 선물이 없다. 뇌물이 있을 뿐이다"라며 "여성분이 나에게 뭔가를 주는데 선물이 아니라 뇌물로 생각했다"고 말해 토크 관람객들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정유나씨는 "신호 대기 중인데도 택시 미터기의 '말'이 계속 뛰어서 바가지 씌우는 줄 알았다"며 "말을 세우라고 했다. 그러더니 택시 기사가를 나를 갓길에 내려 놓고 돈도 안 받았다. 내가 미친 사람인 줄 알았던 모양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토크는 비교적 가벼운 이야기로 진행이 됐다. 하지만 이들의 경험은 훗날 남북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자양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그:#북한 이탈 주민 공감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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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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