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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쌍용차 가족대책위와 인권단체 회원들이 파업 노조원들에게 물과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공장 집입을 시도하다가 사측 용역직원들과 충돌하고 있다.
 2009년 8월 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쌍용차 가족대책위와 인권단체 회원들이 파업 노조원들에게 물과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공장 집입을 시도하다가 사측 용역직원들과 충돌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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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나는 쌍용차 투쟁 영상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변변한 가림막 하나 없는 공장 옥상에 경찰헬기에서 폭포처럼 떨어진 최루액 봉지, 용역깡패들의 새총에서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주먹만한 볼트와 너트, 경찰특공대의 곤봉과 발길질에 쓰러진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2009년 그 여름날을 통째로 다시 맞닥뜨리는 것과 다름없어, 공포와 울분의 감정이 솟았기 때문입니다.

공포와 울분은 그 후로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해고자들은 계속 죽어나갔고 죽음의 화살표가 점점 나를 향해 다가온다고 느꼈습니다. 2012년, 죽음만은 막아보자고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만들고 살려 달라 울부짖을 때, 국가가 보여준 것은 화단을 만들고 집회시위를 방해하고 불법폭력집단으로 낙인찍는 것이었습니다. 해고자들과 시민들이 밝혀낸 쌍용차 정리해고의 진실과 정의는 대법원이 내린 판결로 도둑질을 당했고 해고자들은 벼랑 끝에 서서 목숨을 건 투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목숨 값으로 쌍용차 복직 합의를 이끌어냈고 그렇게 쌍용차 투쟁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출근했다가 퇴근해서는 된장찌개 바글바글 끓여놓고 가족들과 저녁을 나누는 일상, 월요일이 없던 거리의 삶에서 일요일 오후만 되어도 다음날 출근이 걱정되는 삶으로의 전환이 가끔 목 메이게 기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공포와 울분은 아직 지척에 있었습니다. 2018년 경찰청 인권조사위원회가 쌍용차 강제진압이 공권력 과잉행사라고 판단해 손해배상을 취하하라 권고하고, 2021년 8월 142명의 국회의원들이 손해배상 취하를 요지로 한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지만 아직 국가에 의한 손해배상의 공포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살려 달라며 분향소를 차리고 시민들과 손을 잡았던 거리의 삶들은 몇 개월 전 대법원에 의해서 '범법자'가 되었습니다. 바로 '대한문 집회방해 국가배상청구 소송'이 그것입니다.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심어둔 화단 위에서 불법이 아니라고 외쳤던 일들을 대법원은 공무집행방해, 특수손괴 등이라 판결했습니다. 
  
다시 이어진 죽음의 도미노
 
각계 시민사회노동단체들로 구성된 '국가손배대응모임'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 관계자들이 2019년 4월 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쌍용차 노동자에 대한 국가손배소송 관련 국가인권위원회의 대법원 의견제출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손배소송 관련 국가인권위원회의 대법원 의견 제출을 요청하고 있다.
 각계 시민사회노동단체들로 구성된 "국가손배대응모임"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 관계자들이 2019년 4월 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쌍용차 노동자에 대한 국가손배소송 관련 국가인권위원회의 대법원 의견제출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손배소송 관련 국가인권위원회의 대법원 의견 제출을 요청하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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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해고자에서 쌍용차 복직자로 호명이 바뀐 이들이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작년부터 현재까지 갑작스런 질환과 질병으로 도미노처럼 암에 걸려 죽고, 심정지가 오고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벌써 10여명의 복직노동자들이 죽거나 중환자실에 있거나 투병 중에 있습니다.

500여명의 무급휴직자·복직자 중 10명은 그냥 넘기기엔 너무 많은 숫자입니다. 복직자뿐만 아니라 쌍용차 전체 구성원들의 사망 질병 상황도 평균 이상의 징후를 보이고 있습니다. 나이가 불혹과 지천명이 넘어가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죽음과 투병은 그 나이 또래의 평균에서 벌어지는 죽음의 확률을 상회하는 것입니다.

죽음의 도미노가 다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 쓰러진 최성국 동지가 있습니다.
  
국가 폭력의 피해자, 손을 잡아주세요

쌍용차 해고자 최성국 동지는 지난 5월 21일 심정지가 와서 평택 굿모닝병원 응급실로 후송, 중환자실에 17일 정도 있었고 이후 평택 근교에 있는 요양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심정지와 인공심장 설치에 따른 뇌손상으로 인해 현재는 3세 정도의 인지능력으로 가족들만을 간신히 알아보는 중입니다. 뿐만 아니라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잠을 자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져 현재 요양병원에서는 다른 병원을 알아보라고 이야기 중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의료진들이 환자에게 생의 의지가 있고 치료를 계속해나가면 점차 경과가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점입니다.

최성국 동지는 2009년 쌍용차 공장점거투쟁 당시 온 가족이 점거투쟁에 함께 할 만큼 열성적으로 해고반대투쟁에 앞장섰습니다. 그러다 8월 경찰특공대 진압에 하반신을 사용하지 못할 정도의 부상을 입고 짧은 치료를 받다 구속되었습니다. 쌍용차 평택공장옥상에서 경찰특공대가 투쟁에 나선 이들을 곤봉으로 내려치고 군홧발로 밟는 장면, 기억하실 텐데요. 그 국가 폭력의 대표적 피해자가 최성국 동지입니다. 그는 그 후로 치료에 쓰인 건강보험 지급금 반환소송에 시달렸고, 경찰청에 의한 국가손배 대상자이기도 했습니다.(현재는 대상자에서 빠졌음)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2021년 9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쌍용차 국가손해배상 소송 취하 촉구 결의안 국회 통과 축하 행사에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에게 결의안을 전달하고 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2021년 9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쌍용차 국가손해배상 소송 취하 촉구 결의안 국회 통과 축하 행사에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에게 결의안을 전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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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15년 당시 쌍용차와 쌍용차지부, 기업노조와의 노노사 합의로 이뤄진 복직을 거부했습니다. 복직보다 진실규명을 하겠다는 입장이었던 그는 쌍용차 정리해고 소송의 마지막 원고였습니다. 소송은 이기지 못했지만 그는 쌍용차지부 조합비를 2021년까지 납부했습니다. 복직과는 무관하게 쌍용차 노동자로의 삶을 포기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심정지가 오기 한 달 전, 그는 전조증상을 보였습니다. 그날 다행히 고등학교를 다니는 딸이 발견해서 심폐소생술로 간신히 살려냈습니다. 그러나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야 하는 살림살이로, 검사를 하게 되면 일을 못하게 되면서 입게 되는 손해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했습니다. 

처음 심정지로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 6000여 만 원의 비용이 청구되었으나 건강보험 적용으로 인해 500여 만 원 정도 납부했습니다. 아직 치료중이라 장애등급이나 요양등급 판정을 못 받은 상태입니다. 현재 입원한 요양병원에서는 월 220여 만 원의 치료비가 소요되고 있습니다.

최성국 동지에게는 공장에서 일하는 부인과 대학,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딸이 있습니다. 태권도 사범이 되는 것이 꿈이었던 아들은 다음 학기에 휴학을 하고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되겠다고 합니다. 20살의 꿈은 누구나 수정될 수 있지만 대출금처럼 매달 내야하는 아빠의 병원비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현실이 서글퍼집니다.

우리는 꾸준히 살아가고 싶습니다

얼마 전 최성국 동지의 집을 찾았습니다. 평택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그의 집 주변은 낡은 울타리를 수리하기 위해 공사 준비 중이었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그가 다시 일어나서 스스로 집을 고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현재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은 최성국 동지의 병원비를 모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른 중환자실에 있는 동지들도 도움이 필요하지만 어느 하나 기댈 곳 없는 최성국 동지의 손을 잡기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얼마나 모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가 딛고 선 곳에서 열심히 살아갈 것입니다. 최성국 동지의 자녀들이 아빠의 병원비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그가 다시 자신의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또 재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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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복직자. 현재 쌍용차지부 조합원. 훌륭한 옆지기와 살고 있는 세아이의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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