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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침 수업에 참여 중인 경로당 어르신들
 수지침 수업에 참여 중인 경로당 어르신들
ⓒ 백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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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한 경로당에서 노래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군가 마이크에 대고 열심히 열창을 하는 소리 같았다. 경로당 출입문과 가까워질수록 그 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들렸고, 문을 열어보니 노인들이 마스크를 쓴 채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날은 때이른 무더위로 기온이 30도 이상 올라가 땀이 주르륵 흐를 정도의 날씨였는데, 경로당 안은 에어컨이 작동하고 있어 시원하고 쾌적했다. 노래를 부르지 않는 일부 노인들은 오순도순 모여 고스톱을 치거나 편한 자세로 누워서 TV를 보고 있었다.

TV를 보고 있던 박아무개(78)씨는 "오늘 날씨가 너무 더운데 집에서는 전기세 때문에 에어컨 켜기가 무섭다"며 "얼마 전부터 경로당이 완전히 개방해서 매일 경로당에 나온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 곳곳에 매섭게 흔적을 남겼다. 대부분의 노인복지시설은 문을 닫아야 했다. 사람들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했고 모이지 못하게 했다.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딱 두 가지였다. 출입문을 잠그고, 사람을 제한하는 것. 그렇게 많은 노인복지시설은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웠다. 경로당도 노인복지시설 중에 하나로 노인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동시에 무더운 여름철과 추운 겨울에는 '쉼터'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코로나19가 노인에게 치명적이라는 이유로 경로당과 같은 노인복지시설은 바이러스가 확산되자마자 가장 처음으로 문을 닫아야만 했다. 2020년과 2021년 여름에 몇몇 경로당을 무더위 쉼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방했지만, 철저한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노인들의 이용률이 적었다. 그러다 지난 4월 25일부터 경로당 등 노인복지시설이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경로당도 활기를 띠고 있다. 

경로당 개방 시기에 맞춰 노인복지관들도 경로당과 협력하여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여가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했던 노인을 위해 노래교실이나 체조, 마사지 강사 등을 파견하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인천 지역 대부분 노인복지관에서 '경로당여가문화보급사업'의 일환으로 이를 진행하고 있으며, 노인복지관뿐만 아니라 건강보험공단, 생활체육회 등 많은 공공기관들도 이러한 프로그램을 경로당에 제공하고 있다.

발마사지 수업을 듣고 있던 최아무개(71)씨도 "우리 경로당은 코로나19 전에 이런 프로그램을 많이 들었었는데, 2년여를 쉬었다. 그러다 경로당이 개방하면서 지금 많은 수업들을 듣고 있는데 즐겁다"며 "코로나19 이전과 완전히 똑같이 즐길 수는 없겠지만, 일단 이렇게 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고 말했다.

다른 경로당에서 만난 조아무개(73) 경로당 회장 역시 "오늘 수지침 프로그램을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강사가 전문적으로 가르쳐주고 직접 해볼 수 있으니 유익하다"며 "지자체나 복지관 등에서 건강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제공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같은날 오후 다른 경로당을 찾았더니 많은 노인들이 경로당에 모여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점심 식사 전에 바깥 공원에서 운동을 다같이 하다가 들어와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김영남(79)씨는 "지금 나는 혼자 살고 있는데, 여기 경로당 회원 중에도 혼자 사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경로당 문이 닫혀 있을 때 집에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는지 모른다"며 "밥은 역시 함께 먹어야 더 맛있다"고 말하며 숟가락을 들었다.

함께 밥을 먹고 있던 서기훈(77)씨도 "코로나19 때문에 못본 사이에 경로당 회원 중에 돌아가신 사람도 많다. 매일 보던 사이였는데 안타깝다"며 "경로당이 교류의 공간으로서 우리같은 노인에게는 중요하다.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이 신경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추홀구 노인복지시설팀 관계자는 지역사회 내에서 경로당의 역할을 강조했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정부의 방역 지침으로 경로당의 문을 닫고, 다시 여는 과정에서 민원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우리도 정부의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면이 있었다"며 "경로당은 어르신들의 거주지와 가깝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역사회 안에 다양한 공공, 민간 기관과 협력하여 경로당에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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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을 '괴물'로 착각하곤 합니다. 깊게 알지 못하면 편견과 착각에 사로잡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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