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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
 아빠와 딸.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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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자녀와 함께 사는 나는 아빠로 불린 지 15년 차다.

육아라는 여정에서 아내 없이 홀로 아이들과 며칠씩 휴가를 보낸 적도 있고, 육아휴직 기간만 3년이 넘으니 부모로서 살아온 시간이 결코 짧지 않으리라. 하루 3시간씩 10년간 투자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을 소환하지 않더라도 이쯤 했으면 자녀와 같이 생존하며 생기는 문제는 척척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육아와 부모 노릇에 대한 책을 읽기도 했고, 육아에 관한 책을 두 권(한 권은 공저)이나 출간하기도 했으니.

하지만 나의 현실은 여전히 '초심자'다.

먹이고 재우고 씻기는 것에 씨름하다가 겨우 익숙해지려는 순간이 오니, 아이는 어느새 종알종알 말하며 부모와 독립되는 자신만의 의견을 쏟아낸다. 신체가 커지면서는 급기야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로 방문을 닫고 잠그는 상황에 이르니... 매일매일 새로운 문제를 풀어야 하는 나를 감히 전문가라 칭할 수 있을까.

'나는 부모로서 전문가인가'라는 물음은 단국대학교 정효정 교수와 자람패밀리 이성아 대표의 KMOOC 강좌 '라이프디자인씽킹3: 부모 다시보기'를 보고서 가졌다. 두 전문가가 세 쌍의 부부와 함께 부모로서의 성장, 가족 간의 관계, 기여 등을 주제로 부모로서의 역할과 행동을 다루는데, 특히 '당신은 부모로서 전문가인가'라는 질문에 가슴에 남았다.

먼저 이성아 대표가 '당신은 부모로서 몇 점인가'라고 물었다. 참여한 세 쌍의 부모 중 누군가는 70점, 누군가는 50점이라 스스로를 평가했다. 부부간의 소통은 물론이고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탁월해 보이는 그들의 자기 평가는 박했다. 그들이 최소한 95점은 받아야 나는 70점이라도 바랄 수 있을 텐데. 이런 기준이라면 나는 바닥도 아닌 지하실로 내려가야 할 신세다. 내가 자괴감에 빠지려 할 때 정효정 교수와 이성아 대표는 구세주처럼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보통 100점을 기준으로 이를 향해 달려가지만, 많은 부모들이 만점의 기준을 120~150점으로 두고 완벽을 추구해요. 오히려 80점을 목표로 하되, 남은 20점에 대해서는 서로 배워가며 채울 수 있는 여지로 남겨두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렇다. 우리에겐 여지가 필요하다.

요즘 속절없이 내리꽂는 증시를 보며 소위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의 예측이 얼마나 공허한가 생각했다. 그들의 매도의견에 내가 손절하면 다시 오르기 시작하고, 매수의견에 반응하면 더 내리는 상황이 반복되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예측과 다른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를 꽤나 그럴싸하게 설명했고 나는 또 쉽게 설득당한다. 변함없이 전문가를 찾는 것은 어쩌면 놓친 부분에 대해서 끊임없이 분석하고 탐구해서 채워가는 것에 대한 인정이 아닐까.

양자역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는 이렇게 말했다. 

"전문가는 제한된 분야에서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실수를 저질러본 사람이다.(An Expert is a man who has made all the mistakes which can be made in a narrow field.)"

비록 전문가가 제안하는 육아법에 통달하지 못하더라도 실수를 통해 한 걸음 더 나만의 방법으로 나아간다면, 나는 이미 '부모 전문가'라 하겠다.

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일상, #부모, #육아, #부모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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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책 : <육아의 온도>(2014, somo), <육아살롱 in 영화, 부모3.0(공저)>(2017, sb), <젊은 공무원에게 묻다>(2020, 남해의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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