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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나의 비건 분투기>
 도서 <나의 비건 분투기>
ⓒ 손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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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비건이 되었다. 고기와 생선, 계란, 우유, 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다. 혁명은 독서로부터 인다. 인간이 질병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광고에서 떠드는 것처럼 단백질 부족이 원인이 아니라 육식 과섭취로 인한 단백질 과잉 때문이라는 걸 책으로 접했다. 그것도 모르고 닭가슴살을 쟁여 먹던 나였다. 아아. 나는 무엇을 먹어 온 것인가.

소나 돼지를 기르고 도살하는 축산 현장은 또 어떠하고. 모자이크 처리가 필요할 만큼 처참 그 자체다. 대체 무엇을 위한 희생인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던 찰나였다. 마침 팬데믹으로 지구환경을 우려하던 때였다. 축산을 위한 환경파괴는 결코 전염병과 무관하지 않다. 이렇듯 우리를 해치면서까지 먹어왔던 게 고기였음을 알게 되자 더는 먹을 수 없었다.

허나 비건에게도 고기 끊기가 쉬운 것만은 아니다. 비건은 태어날 때부터 비건이 아니라, 일생을 고기에 노출된 채 살다 어제를 끝으로 오늘 혁명한 자에 불과하다. 혀에 새겨진 어제는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다.

고기 한 점, 술 한 잔은 어려서부터 특별한 의식 같았다. 아빠 월급날이면 그의 퇴근 시간에 맞춰 엄마, 동생 손 잡고 시내에 가던 어렸던 나를 기억한다. 우리에겐 고기 먹는 즐거운 시간이었고, 아빠에겐 노동의 고됨을 두꺼비가 그려진 소주 한 잔에 털어 넣는 위문 같은 시간이었다.

비건인 우리 부부의 소울 푸드가 양꼬치에 칭따오라는 것도 아이러니하지 않다. 텅 빈 주중을 보낸 뒤 퇴근하는 금요일이면 어려서부터 박힌 몹쓸 위로, '고기에 술이나 한잔' 때문일 테다. 고기와 술은 감정과 몹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먹지 않으려는 사투, 가령 채식과 건강 도서를 마치 주술 외우듯 달달 달래가며 반복해 읽는달지, 고픈 배로 구운 감자나 옥수수 따위를 중간중간 먹어준달지 하는 행동은 유의미했다. 그럭저럭 잘해나간 날과 견딘 날이 쌓이니 보상이 찾아왔다. 보상은 몸의 반응으로 나타났다. 변비였던 내가 1일 1똥을 하고 안색이 맑아진 것도 모자라 속이 편하다.

더부룩할 때가 잦아 남편에게 등 두드려 달라는 주문을 했다. 그때마다 트림을 달고 살던 고기 먹은 날의 하루는 이제 내게 없다. 비건의 기쁨쯤으로 해두자. 기꺼움은 마음에까지 나타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조화로움을 취득하기도 했다. 이제는 안다. 동물과 자연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대상이 아니라 그들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는 개체라는 것을.

책이 나왔다. 제목은 <나의 비건 분투기>다. 몸에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세 치 혀가 기억하는 고기 맛 때문에 '분투'가 되었다. 다시 말하건대 마음이 허할 땐 양꼬치에 칭다오로, 삼겹살에 소주로 위로하던 날이 내게도 있었다. 그러니까 비건이라고 고기 끊기가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어렵사리 고기와 절교하기로 한 나의 결심은 긍지로 남았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일은 나아가 동물과 지구에까지 선한 영향을 미친다. 쉽지 않아서 '나의 비건 분투기'이지만 포기하지 않을 수 있던 건 관계 안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나와 동물과 지구, 그러니까 우리를 위한 일에 가담된 비건에겐 마르지 않는 지지가 필요하다.

나의 비건 분투기 - 비건이 되고 싶지만 고기 끊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

손은경 (지은이), 소금나무(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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