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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아이들의 사진과 일상을 기록해 육아일기로 활용했다.
 페이스북에 아이들의 사진과 일상을 기록해 육아일기로 활용했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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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가진 여느 부모들이 그러하듯 기자 또한 SNS에 아이들의 사진을 자주 올렸다. 제주 시골 마을에 살면서 세상과의 소통을 SNS로 했기에 거의 매일 올렸다.

사진을 SNS에 올리면 장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로는 촬영 후 메모리 카드에 넣어둔 사진을 언제라도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육지에 사는 가족과 친지들에게 아이들의 사진을 거의 동시에 보여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육아일기'처럼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기록으로 남길 수 있고 쉽게 꺼내 볼 수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SNS에 아이들 사진을 올리면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메시지를 몇 번 받은 적이 있다. 그런 문제 때문에 고민을 한 적도 있지만, 어차피 기자 생활을 하면서 정보가 모두 공개된 상태이기에 넘어갔다. 

어릴 때는 천방지축 뛰어다니느라 카메라 앵글로 잡기 힘들었던 아이가 이제는 아예 사진 찍기를 거부한다. 사진을 찍을라고 하면 꼭 얼굴을 가려 자체 모자이크 처리를 한다. 설사 자기 마음에 드는 사진이라도 SNS에 올리려면 반드시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SNS에서 요새 왜 아이들 사진을 올리지 않느냐고 댓글도 달리지만, 아이들이 원하지 않으니 사진을 찍을 수도 게시할 수도 없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딸은 한 술 더 떠서 페이스북에 게시된 사진을 "창피하다"며 보여주지도 말고 보지도 말라고 강요한다. 아빠 눈에는 사랑스럽고 귀엽기만 하지만 딸은 '흑역사'라고 주장한다. 페이스북의 '과거의 오늘'처럼 옛날에 찍었던 사진을 보려면 딸의 눈을 피해 몰래 봐야 한다. 

'잊힐 권리' 법안에 찬성한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부터 아동과 청소년이 원하면 본인이나 부모, 타인 과거에 올린 SNS 게시물을 삭제해주는 '잊힐 권리'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아동과 청소년이 원하면 본인이나 부모, 타인 과거에 올린 SNS 게시물을 삭제해주는 "잊힐 권리"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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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술 더 떠서 딸은 아빠가 올린 SNS 속 자신의 사진을 지워달라고 할지도 모른다. 11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아동이나 청소년이 신청하면 본인이 SNS에 올렸던 사진을 삭제해주는 '잊힐 권리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 더 나아가 부모나 친구, 타인이 올린 게시물도 삭제나 비공개 처리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성인의 경우, 어릴 적 온라인 개인정보에 대해 삭제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검토한 후 2024년까지 법제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상 보호 대상 연령을 현행 만14세 미만에서 만18세까지 확대하고 연령별로 보호 내용 등도 달리할 예정이다. 

아이가 아빠가 올린 SNS 속 본인 사진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법안에 찬성한다. 부모와 별개로 아이의 권리이자 보호받아야 할 정보라는 사실에도 동의한다. 

다만 아빠 혼자만 볼 수 있도록 비공개 또는 '나만 보기' 정도는 가능하도록 타협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컸다고 대화도 하지 않는 사춘기 딸에게 느끼는 서운함에 대한 유일한 위로가 아이의 어릴 적 사진이기 때문이다. 

태그:#SNS, #사진, #잊힐 권리,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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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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