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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육아에 힘을 써야 할까. 옛날에는 자식 농사를 잘 지어야 부모의 노후가 보장되었으니 자식을 낳고 제대로 기르는 것은 미래를 위한 보험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를 위해서 이 힘든 노동과 감정싸움을 해야 하는 걸까, 가끔 생각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부모 말 듣지 않고 멋대로 행동하는 아이가 너무 보기 싫어서 어서 독립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부모들을 만난다. 아이가 나가서 살면 마치 모든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다.

하지만 세상 이치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자명하다. '호적에서 파낸다'는 식으로 인연을 끊어도 아이들은 부모와 끊기지 않고 그들의 영광, 또 좌절도 부모들에게 그대로 돌아온다. 당장 10대 자녀의 양육이 힘들어도 지금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내가 평범한 중노년을 보내기 위해서 규율 부재, 낮은 감정 지능, 애정결핍으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아이를 좇아다니며 뒷수습할 필요가 없는 편안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 자녀와 나의 관계를 오늘 돌아보자. 지금 나의 노력이 나중에 늙어서 우리가 요양원에 누워 있을 때 자식들이 찾아올지 않을지 예측하는 기준이 된다. 

"하지만 너무 늦지 않았을까요."

우리 세미나에 오시는 분들, 자녀가 하이스쿨을 졸업해 성인이 되어가는 부모님들이 하시는 말이다. 6주의 세미나를 통해 자신이 아이에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걸, 저렇게 하지 말걸 하는 후회를 많이 하시는 분이 보통 말씀하신다. 우리 아이는 이제 어른인데, 우린 아직 사이가 좋지 않은데 '너무 늦지 않았을까요.'
 
관계에 늦은 때라는 것은 없다


뇌에는 가소성이 있어서 유연하기 때문에 새로 어떤 것을 배우는 것은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도 가능하다. 단지 학습 속도는 떨어지기 때문에 반복 또 반복만이 살 길이다. 나이가 들어도 운전이나 수영을 배울 수 있듯이 우리는 우리의 습관적인 행동을 교정할 수 있다. 어른들은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능력과 지식 또한 갖추고 있기 때문에 옳은 것, 내가 배워야 하는 것을 깨달아 반복하고 또 반복하면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이들에게 하는 말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지금 하시라. 밥은 절대 굶기지 않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은 어렵지 않게 내뱉는 것이 한국 가정의 부모들이다. 아이들을 향한 나의 말, 나의 행동을 항상 점검하고 조심하자. 하다 보면 습관이 된다.
  
마지막으로 10대 자녀의 부모님들에게 몇 가지 요점을 상기시켜 드리고 싶다.
 
- 감정과 행동을 분리하여 아이들의 모든 감정은 수용한다. 하지만 모든 행동이 용납 가능한 것은 아니다.

- 아이의 감정을 수용하고 공감하면 아이가 부모에게 연결감을 느낀다. 이것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관건. 사춘기를 지날 동안 연결된 채로 있다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 화가 나는 등의 감정적인 일이 발생할 때 자신에게 묻자. 나는 지금 어떻게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고 있지? 이것은 아이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나?

- 아이가 자라서 이렇게 되었으면 하는 어른의 모습이 있는가. 당신이 지금 그 어른이 되시라. 

한인 동포 가정에서 자라는 10대 자녀들과 부모들에게 행운을 빈다. 모두 격랑을 무사히 지나 성인이라는 언덕에 안착할 수 있기를.

덧붙이는 글 | 김지현 Mina Kim
호주 부모교육 라이선스 프로그램 Tuning into Teens, 미국 라이선스 Circle of Security 교육 이수. 현재 NSW릴레이션쉽스오스트레일리아 www.relationshipsnsw.org.au에서 10대 자녀 양육 세미나 진행. 
*이 칼럼의 내용은 멜번 대학 University of Melbourne에서 개발한 Tuning into Teens의 교육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질문이나 의견은 nodvforkorean@gmail.com 트위터@nodvforkorean  

이 칼럼은 호주의 한국어 매체 한호일보에도 같이 게재됩니다.


태그:#10대, #부모교육, #사춘기, #자녀양육, #호주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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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24년째 거주중인 한인동포입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여러 호주의 커뮤니티 서비스 기관에서 일해왔고 있고 현재는 한인 부모를 상대로 육아 세미나를 진행 중입니다. 호주에서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를 주로 기사로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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