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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니터에 이날 거래된 원/달러 환율 마감가가 표시돼 있다.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니터에 이날 거래된 원/달러 환율 마감가가 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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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텝, 가파른 금리 인상을 뜻하는 이 단어가 익숙해질 즈음 뉴스에는 자이언트 스텝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울트라 스텝이란 단어까지 등장했다. 이 단어들이 뜻하는 바는 현재 은행 금리 인상이 시쳇말로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코로나 대출' 말고 이전에 있던 대출이요? 당연히 있죠. 주택 구매와 가게 운영 자금 등 이런저런 필요로 받았던 기존 대출이 있죠. 그 원리금만으로도 현재 월 이백여만 원을 갚고 있어요."

빚을 권했던 국가

현재 서울 모 대학가에서 브랜드 제과·제빵점을 운영하는 A씨는 자신이 받은 대출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그의 대출 상황은 먼저 인터뷰했던 B씨(서울에서 대형 카페 운영)와 판박이처럼 닮아 있었다. 사실 이들의 대출 문제는 따지고 보면 특별할 것이 없었다. 코로나 재난 속 자영업자라는 특수성을 떠나, 요즘 우리 사회에서 '서울, 내 집, 자녀교육' 이 세 가지 조건을 가진 사람이 빚이 없는 경우는 '로또 아니면 상속'이라는 자조적 농담이, 농담이 아닌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고금리는 자영업자를 떠나 일반 근로자에게도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이미 관련 기사가 여러 매체를 통해 수없이 쏟아진 것처럼, 저금리에 따른 부동산 광풍은 묻지마 대출로 이어져 결국 '영끌'이란 신조어까지 탄생시켰고, 이 광풍은 주식시장과 코인 시장까지 넘나들며 수많은 사람에게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면 이 대열에 끼어야 한다'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만 올라도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24조원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만 올라도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24조원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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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광풍이 촉발한 가계부채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다. 필자가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는 것 하나는 박근혜 정부 시절, 미국발 금융위기 후 떨어진 국가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국민에게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라며 빚을 권하는 정책을 펼쳤다는 사실이다. 당시 저금리 기조에 사람들은 부동산에 관심을 돌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을 구입하라는 정부 정책은 2015년 언론에 의해 '미친 전셋값'이란 표현될 정도로 전셋값 폭등으로 번졌다.

당시 어느 관련 전문가가 보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정책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사용하니까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그렇게 2016년, 가계부채는 '무서운 속도, 폭탄'이라는 자극적 표현으로 다수의 언론에서 심각하게 다루어졌었다.

엎친 데 덮친 소상공인

이렇게 국가는 빚을 권했고 소상공인을 포함한 국민은 착실하게(?) 그 정책을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19라는 세기적인 재앙이 발생하면서 소상공인의 가계부채 상황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인 상황이 됐다. 그러니까 지금 이들의 심각한 부채 상황은 그들이 살림살이가 헤프거나 일확천금을 꿈꾸며 '영끌' 대열에 합류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그저 가족을 위해 보금자리를 마련했을 뿐이고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 엄청난 빚더미 위에 앉아 있는 거였다.

"저도 빚이 있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때문에 받았던 빚이고 가게 때문에 발생한 빚은 없어요. 거기다 고정금리라서 딱히 걱정도 없어요. 이번에 소상공인들에게 초저금리에 심지어 1년 무이자 거치 기간 등, 정말 좋은 조건의 대출이 나왔을 때 '혹'하긴 했어요. 제 이웃 가게 사장도 받았거든요. 그때 나도 저거 받아 아파트 대출이라도 갚을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잠깐 했으니까요."

서울에서 제법 소문난 국수 가게를 하는 사장 C씨는 이번 소상공인 대출 관련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대출을 받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서 그는 피해 소상공인들 대부분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기존 대출이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정부가 그들에게 피해를 보상해줄 정책이 아닌 대출로 때울 생각을 했는지 기막히다며 혀를 찼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방역은 해제되었지만, 장사가 코로나 재난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은 데다, 지금 고금리 기조라면 자영업자 상당수는 상환을 포기할 것이라는 의견을 더했다.

'많이 아프십니까?'라는 우문
 
한국은행 금통위는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만 올라도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24조원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만 올라도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24조원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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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받은 돈으로 가게 리모델링에 사용했어요. 덕분에 매출은 오르긴 했는데 아직 대학 수업이 정상화되지 않은 데다, 지금 하계 방학이 시작되었거든요. 그래서 그나마 오르던 매출이 다시 떨어지고 있죠. 거기다 금리는 계속 오르고 더욱이 요즘 코로나19가 재유행한다고 하니 정말 근심입니다."

제과·제빵점 사장 A씨는 전화 인터뷰 내내 손님을 응대하며 내 질문에 답을 하고 있었다. 목소리는 힘이 없었고 중간중간 한숨도 들렸다.

필자는 전문 기자가 아닌 시민기자다. 그러다 보니 취재 대상에 객관적 감정을 유지하기 힘들다. 특히 지난 십 수년간 자영업계에 직간접으로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현재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힘든지 정말 잘 알고 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이번 인터뷰는 사실 쉽지 않았다. 인터뷰 직전, 휴대전화를 수차례 들었다 놨다 하며 고민을 해야 할 정도로 부담스러웠다. 그 이유는 필자가 어떤 질문을 해도 사실 그건 '우문'일 수밖에 없고 내 질문이 상대방의 상처만 건드리는 꼴 아닐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솔직히 지금 인터뷰가 네 번째예요. 좋은 이야기도 아니고 앓는 소리를 하고 또 하려니 마음이 힘드네요. 그냥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어요. 지금 전 피를 흘리고 있어요. 그것도 많이,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알겠다고 해요. 그런데 다시 물어요. 많이 아프세요? 얼마나 아프세요? 라고 말이죠. 휴..."

태그:#소상공인, #빚, #대출, #고금리, #빅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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