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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재미난 곤충기를 얕은 지식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 맞춘 흥미로운 이야기이므로 얘깃거리로 좋습니다.[기자말]
15세기까지만 하더라도 황하 문명은 동북아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한족의 자부심은 대대손손 중화사상으로 발현되어 왔으며 지금까지도 대국이라는 관념 속에 주변 나라들을 대하고 있다. 학명에는 이러한 이데올로기가 녹아들어 과거의 찬란했던 유산을 기념한다.

공자, 시진핑... 벌레의 학명으로 다시 살다

장기집권을 위한 플랜을 빈틈없이 진행하여 1인 독재의 길을 가고 있는 시진핑(Xi Jinping) 주석의 이름을 딴 학명이 있다. 2016년 체코 생명과학대의 왕첸빙(Cheng-Bin Wang)이 하이난 섬에서 채집한 딱정벌레의 이름을 리조디아스테스 시이(Rhyzodiastes xii)라고 명명했다.

왕첸빙의 국가주석에 대한 찬사가 낯뜨겁다 못해 화상을 입을 지경인데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1]
 
"시진핑 주석의 지도력으로 우리 조국을 더욱더 강하게 만들었다... 매우 희귀한 종으로서 10번의 현장 수집에서 단 한마리도 만나지 못할 수 있다... 이것은 한 세기에 한 번 밖에 만날 수 없는 희귀한 인물인 시진핑에 대한 은유다... 썩은 나무를 먹는 딱정벌레이므로 차이나의 부패를 점차 사라지게 할 것이다."
 
저작권자의 허락을 얻어 기재합니다(Reproduced with permission from the copyright holder).
▲ 리조디아스테스 시이. 저작권자의 허락을 얻어 기재합니다(Reproduced with permission from the copyright holder).
ⓒ Magnolia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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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공의 검열관은 벌레에 붙인 이름이 시진핑 주석에 대한 경멸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 신종에 대한 온라인 언급을 단속하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왕첸빙은 모욕으로 받아들여진 것이 개탄스럽다며 "과학이 존재하는 한 그 이름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문화혁명으로 과거의 유수한 전통을 소멸시킨 마오쩌둥도 막지 못한 한족의 철학자 공자는 속명(Confucius)으로 기억되고 있다. 차이나 인민 뿐만 아니라 외국의 여러 학자들도 콩지(Kongzi)를 기념한다. 현재 공자 속에는 8종의 매미충이 기록되어 있다. 본 연재 14화에서 알아본 말매미충(leafhopper)이 속한 무리다.

쥐라기에 살았던 시조새 화석 하나에도 공자(Confuciusornis sanctus)의 명함이 붙어있다. 1995년에 허우 리안하이(Hou Lianhai)와 3명의 동료들이 붙인 이름이다. 속명은 공자와 새를 합성한 것이며 종명은 '거룩한 공자의 새'라는 뜻이다. 이 외에 나비목 곤충 2종(Mirina, Potanthus)과 공룡 1종(Tianyulong)이 공자의 명찰을 얻게 되었다. [2]
 
학명은 Potanthus confucius이며 동남아에서 차이나까지 분포함.
▲ 공자 종소명을 가진 팔랑나비. 학명은 Potanthus confucius이며 동남아에서 차이나까지 분포함.
ⓒ Albert from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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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정헤이(Cheng He , 鄭和)는 유럽인보다 한 세기나 앞서서 대항해 시대를 열었던 인물이다. 명태조 주원장이 운남성을 점령하면서 포로로 잡힌 정헤이(본명은 마화)는 환관으로 발탁되어 군인으로 활약을 한다. 이후 영락제가 건문제의 황위를 찬탈할 때 공을 세워 정화라는 이름을 하사받으며, 1405년 남해 원정단의 선봉장이 되어 바닷길을 개척한다. 후대 분류학자가 이를 기려서 2005년에 절지동물 한 종에 이름표(Shankouia zhenghei)를 달아주었다. [3]

메이지유신으로 천황이 살아있는 신으로

일본인의 의식 깊은 곳에 자리한 천황에 대한 믿음은 종교와 같다. 일본국 헌법 제1장 '천황' 제1조는 아래와 같이 명시하고 있다.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고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이며, 이 지위는 주권이 있는 일본 국민의 총의(總意)에 기초한다."

본 연재 17화(관련 기사 : 곤충 세상의 도예가, 큰호리병벌의 집짓기 http://omn.kr/1v1kq)에서 막부의 형성 과정과 메이지 유신이 발생하게 되는 역사적 배경을 살펴봤다. 메이지유신 이전까지는 쇼군(막부의 최고 실권자)에 의해서 정치가 이루어졌기에 천황은 상징적인 의미로서만 존재했다. 그러나 막부체제가 무너지고 일본에 군국주의가 발호하면서 '살아있는 현신'이라는 천황의 이미지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현재 아키히토(akihito) 천황이 들어간 학명이 8개인데, 어류 4종과 기생으로 증식하는 점액포자충(Myxozoan) 두 종이 있다. 여기에 부인 미치코 황후의 이름표(Kudoa empressmichikoae)가 붙어있다. 아예 속명에 천황의 이름을 넣은 예가 2건(Akihito futuna, Akihito vanuatu) 있다. [4]
 
학명은 Exyrias akihito이며 서태평양에 광범위하게 분포함.
▲ 아키히토 종소명을 가진 어류. 학명은 Exyrias akihito이며 서태평양에 광범위하게 분포함.
ⓒ Rickard Zerpe from Wi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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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을 일으켜 수천만 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히로히토 천황을 기린 해양생물 5종도 있다. 바다 달팽이 한 종(Rotaovula)과 해파리(Zanclea)에는 hirohitoi를 썼고 해삼(Showajidaia Korshunova) 하나와 갯지렁이 두 종은 쇼와(Showa, 히로히토 천황의 연호) 속명이 들어갔다. [5]

분류학에 대한 높은 관심과 수집에 열의를 보인 그는 특히 갯지렁이 표본을 모았다. 자신이 채집한 여러 종의 생물을 국립과학박물관에 기탁하면서 쇼와라는 연호가 사용되었다. 이처럼 따분해 보이는 학명에는 인간의 심리, 인류가 이룩한 문명, 정치적인 신념, 반복되는 역사의 흐름이 함께 한다.

[1] Rhyzodiastes xii(doi:10.11646/zootzsz.4126.2.0).
[2] Confuciusornis sanctus(Chinese Science Bulletin. 40(18): 1545-1551), Mirina confucius(Entomofauna (Supplement). 11: 13-24.), Potanthus confucius(Wiener entomologische Monatschrift (in Latin). 6: 22-40.), Tianyulong confuciusi(doi:10.1038/nature07856.).
[3] Shankouia zhenghei, doi:10.1016/j.asd.2005.01.005.(Shankouia zhenghei).
[4] Akihito vanuatu(Cybium. 31 (3): 342.), Akihito futuna(Cybium 31(4):471-476.). Kudoa empressmichikoae, Kudoa akihitoi(doi:10.1007/s00436-016-5329-2.) Platygobiopsis akihito(Japanese Journal of Ichthyology. 38 (4): 349-355.), Priolepis akihitoi(Ichthyol. Res. 57(3):367-372.), Exyrias akihito(Raffles Bull. Zool. 53(2): 231-235.), Oniketia akihotio(doi:10.541023/2039-4942/16601.)
[5] Rotaovula hirohitoi(doi:10.3897/zookeys.513.9873.), Zanclea hirohitoi(doi:10.1080/11250000009356301.), Showajidaia Korshunova(doi:10.1093/zoolinnean/zlz126)

태그:#시진핑, #히로히토, #아키히토, #공자, #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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