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 ⓒ 오은교

 
지금 우리는 소셜 미디어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 주위를 둘러보기만 해도 카페에서 인스타를 보며 친구와 수다를 떨고 있는 사람, 혼자 식사를 하며 밥친구로 유튜브를 보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서히 일상에 스며들어와 자리를 잡은 소셜 미디어의 이용자 수는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우리는 매일 이들과 함께한다. 하지만, 한 다큐멘터리는 이 익숙한 일상을 마치 아포칼립스처럼 표현하고 있다.

2020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셜 딜레마>는 전 소셜 미디어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창조물인 소셜 미디어를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알리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언뜻 들으면 굉장히 뻔하고, 지루할 거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런 건 이미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어"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은 그보다 더 깊숙이 파고들어간, 훨씬 더 소름끼치는 진실이다.

'당신이 곧 상품이다'

친구와 대화만 나눴던 어떤 상품이 몇 시간 뒤 갑자기 SNS 광고로 나오고, 웹에서 찾아봤던 정보와 관련된 배너가 인터넷 창에 뜨는 것을 한번쯤은 경험해봤을 것이다. 그리고 여느 제품과 서비스와는 다르게 우리가 SNS를 이용할 때는 어떤 대가도 지불하지 않는다. 오로지 광고주들만이 소셜 미디어 회사에 돈을 지불한다. 이를 보고 영화 속 실리콘밸리의 전문가들은 모두 입을 모아 말한다. "상품의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당신이 상품이다." 과연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트위터의 핵심 개발자 출신 제프 지버트는 '당신이 수행하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주의 깊게 관찰되고 기록되며 어떤 화면에 오래 머물러 있는지, 정확히 얼마의 시간 동안 멈춰있는지까지도 기록된다'고 말한다. 이는 소셜 미디어 기업이 온라인에서 우리의 행동을 분석해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광고와 상품들을 추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광고주들은 소셜 미디어의 이 능력을 이용해 자사 광고를 최대한 노출시켜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 하고, 소셜 미디어는 광고주를 위해 우리가 더 오래, 확실하게 광고에 노출되도록 피드를 구성한다. 한마디로, 지금 소셜 미디어는 '우리'라는 상품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우리가 보고 있는 휴대폰의 화면 반대편에서 각종 알고리즘들이 우리의 주의력을 더 잘 뽑아내도록 작용하는 모습을 묘사한다. 그리고 유저들은 저항 없이 SNS를 사용하고픈 욕구에 이리저리 휘둘린다. 나를 포함하여 SNS를 사용하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아 섬뜩하기까지 했다. 우리는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셜 미디어에 '지배'당하고 있었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느꼈던 가장 큰 감정은 배신감도, 충격도 아닌 '공포'였다. 헨젤과 그레텔이 과자의 집에 눈이 멀어 마녀에게 붙잡힌 것처럼, 우리는 소셜 미디어가 주는 재미라는 달콤함에 취해 소셜 미디어로 인해 발생하는 스마트폰 중독, 가짜 뉴스, 혐오 표현 등의 어두운 면은 보지 못하고 소셜 미디어에 서서히 잠식되어가고 있었다.

이 영화를 보고 소셜 미디어의 위험성에 주의하며 경각심을 키워야겠다고 결심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마음이 플랫폼에 대한 음모론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싶다. 나쁜 결과가 항상 나쁜 의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소셜 미디어는 우리를 '위한' 의도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개발자들도, 우리 모두도 그 뒤에 숨겨진 이면을 보지 못한 것 뿐이다.

소셜 미디어의 어두운 그림자가 더 이상 드리우지 않도록, 우리 모두는 소셜 미디어의 활용 방향을 조금씩 바꿔나가야 한다. 미디어에 만연한 출처 모를 가짜 뉴스를 무작정 믿지 않고, 혐오 표현을 지양하자는 의식을 가지고 인터넷에 댓글을 달 때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보고 행동하는 우리의 작은 노력으로도 변화는 이뤄질 수 있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태풍을 일으킨다는 말처럼, 지금부터 작은 노력을 실천하여 건강한 소셜 미디어 사용이 이루어지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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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다루는 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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