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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목포는 어떤 도시인가.

목포는 전라남도의 항구도시다. 매년 인구가 줄어들고 있지만 전국적 유명세를 가진 유서 깊은 도시다. 인구수로는 순천, 여수에 이어 전남 세 번째고, 서해 수많은 섬들을 잇는 요지이기도 하다.

그뿐이 아니다. 삼면이 바다인 한국에서 항구라는 말과 가장 어울리는 도시가 목포다. 수도권 어느 곳에서든 행인을 붙잡고 'OO는 항구다'라는 문장을 완성시켜 달라고 하면 태반이 목포를 이야기할 것이다. 낭만의 항구도시가 바로 목포다.

한국인의 머릿속에 '목포는 항구다'란 문장을 새겨 넣은 건 문화다. 옛 가수 이난영이 부른 노래 '목포는 항구다'와 그 노래가 만든 이미지를 다시금 확산시킨 동명 영화가 목포를 항구의 대명사로 승격시켰다. 대가수 남진의 고향이자 전설적인 드라마 <야인시대> 촬영지이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전시물
▲ 목포 해양유물전시관 전시물
ⓒ 목포 해양유물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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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것 없는 소도시? 목포가 간직한 것

그러나 목포의 오늘은 초라하다. 목포에 도착해 만나는 사람마다 일할 곳이 없고 젊은이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목포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어느 택시 기사는 이틀간 머무는 여행객에게 짧은 도시소개에 이어 한참이나 목포의 생기 없음을 한탄하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목포는 단 하루면 다 돌아볼 수 있을 만큼 볼거리가 없는 도시가 되었고, 그건 옛것만 남고 새것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 명 이상의 젊은이가 모여 일할 곳이 없고 크게 추진한 일은 줄줄이 실패하여 유출을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 목포 하나의 탓이겠는가.

택시 기사의 말은 대체로 옳았지만 한 가지는 잘못되었다. 목포를 제대로 돌아보기엔 하루로는 턱도 없다. 목포엔 역사가 있다. 전라남도의 쌀을 반출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했던 일제강점기와 독립 후 맞이한 짧지만 찬란했던 전성기의 기억이 있다.

조선시대엔 조운선이 통하는 주 해로에 위치했고, 정유재란 당시 명량해전 뒤 수군을 재건한 이순신의 땅이기도 했다. 현대 정치사에 빼놓을 수 없는 대정치인 김대중을 배출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모든 역사가 51㎢에 지나지 않은 작은 면적에 담겼으니 살뜰히 돌아볼 곳이 적지 않은 것이다.

목포에서 돌아봐야 할 여러 곳 중 오늘 소개할 곳은 목포 해양유물전시관이다.
 
전시물
▲ 목포 해양유물전시관 전시물
ⓒ 목포 해양유물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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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문화재의 보고, 해양유물전시관

천연기념물 갓바위로 유명한 입암산 남측에 위치한 전시관은 국립 해양문화재연구소가 운영하는 국립 기관이다. 이 일대엔 목포문화예술회관, 남농기념관, 목포자연사박물관, 문예역사관, 목포생활도자박물관, 목포문학관, 옥공예전시관 등이 줄지어 들어서 관광객이 찾을 만한 곳이다.

해양유물전시관은 이들 중에서도 전시의 질과 쾌적함에 있어 좋은 평가를 받아온 곳으로, 육상 유물에 비해 소외돼 온 해양유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전시가 준비돼 있다.

풍랑 등 여러 이유로 침몰한 과거의 배는 옛 역사를 이해하는 데 주요한 단서가 돼 왔다. 더욱이 재물이나 도자기 같은 유물이 많이 실린 교역선은 문화적 가치를 넘어 자본의 관점에서도 흥미를 자아내곤 한다. 한국 언론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던 돈스코이호 사기사건처럼 사기행각의 중심에 침몰된 배가 서기도 하는 것이다.

해양유물전시관은 침몰한 배로부터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알리려는 목적에서 설립된 시설이다. 삼면이 바다이며 위로는 중국, 아래로는 일본, 멀리 서편에서 서아시아와 인도 등과도 교역해온 한반도의 해양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흥미로운 전시다.
 
전시물
▲ 목포 해양유물전시관 전시물
ⓒ 목포 해양유물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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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면이 바다인 한반도, 무시할 수 없는 역사

특히 조선시대 대부분의 기간 동안 해양교역이 금지돼 온 불운한 역사를 알지 못하는 다수 시민들에게 그 이전 찬란했던 교역의 역사를 알게 할 만큼 충분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해전의 승리를 교육하면서도 과거 활성화 됐던 해상교역을 걸어잠근 조선의 선택에 대해선 충실히 교육받지 못한 대다수 시민들에게 이 같은 사실은 충분히 새롭게 다가올 만한 것이다. 특히 조운선과 과거 교역선의 형태, 운송의 특성, 난파선에 실렸던 화물 등에 대한 전시는 당대의 사회상과 경제를 미루어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것이어서 적잖이 인상적이다.

다만 해양유물에 비해 해양운송에 나섰던 항해인력들의 모습은 충실히 비춰지지 않아 아쉽다. 사적을 뒤진다면 충분히 배 운송 인력의 구성이나 그들의 삶에 대해서도 조명하는 것이 가능했을 텐데, 전시는 대체로 유물에 집중하는 인상이다. 오늘날 해운의 구성과 비교해 과거 해운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짚어줬다면 더욱 흥미를 끌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 김성호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태그:#목포 해양유물전시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목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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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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