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8.01 10:19최종 업데이트 22.08.0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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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도서관을 내세우는 서울도서관 전경 ⓒ 최준화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서울도서관은 2012년에 옛 서울시 청사를 고쳐 만든 도서관으로 최근 책읽는 광장 행사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근무하는 사무실 근처이기도 해서 가끔 들르는 곳으로 언어 사용을 살피기 위해 7월 27일, 29일 두 차례 집중해서 살펴봤다.

시원스러운 계단식 열람실에 가보니 "시민이 책과 문화를 즐기는 도서관", "시민의 힘으로 움직이는 도서관", "함께 읽고 함께 즐거워지는 도서관" 등을 내세우고 있는데, 시민들과 함께하는 도서관으로서의 노력이 돋보인다.


읽기 쉽고 소통하기 쉬운 언어들이 도서관 곳곳을 채우고 있다. 입구의 "마음의 양식장"을 비롯하여 "책읽는 서울광장" 등과 "책이음, 책바다, 책나래 서비스"등과 같은 명품 제목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여전히 영어가 많이 쓰여
 

시민의 적극적 참여를 강조하는 표어가 돋보이는 계단형 열람실 ⓒ 최준화


그러나 서울도서관도 국어기본법을 어긴 예들이 꽤 있었다. 책읽는 서울광장 일부 알림글은 요일을 아예 로마자로 표기했고 '참신한 open library' 또는 '오픈라이브러리'처럼 영어를 그대로 썼다. '열린 도서관' 등의 우리말 용어가 있음에도 영어를 남용하는 것은 전체 시민을 고려하는 태도는 아니다.

누리집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제안한 새로운 도서관! 도서관은 이러면 안돼? 안될 리 없지!!!! Why not Library! Go! The Next Library!!!"와 같이 아예 문장 자체를 영어로 쓴 것도 있었다.
 

‘북큐레이션’이란 용어가 낯설게 느껴지는 전시 공간 ⓒ 최준화


'북큐레이션'이란 특별 코너가 있어 담당 사서에게 왜 이런 용어를 썼느냐고 문의해 보니 다양한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용어라서 썼다고 한다. 원어 'curation service'는 원래 개인 취향을 분석해 적절한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이르는 말로 국립국어원은 2015년 32차 말다듬기위원회 회의에서 '추천 서비스, 정보 추천 서비스'등으로 다듬어를 제시한 바 있다.
 

신간도서를 소개하는 의도와 어울리지 않는 한자 사용 제목 ⓒ 최준화


박연식 맞춤형 독서와 독서치유 전문가에게 문의해 보니 "이 용어가 의외로 다양한 의미로 쓰이고 있어 일반인들이 잘 모를 수 있으므로 '맞춤형 책 추천'과 같이 구체적인 의미를 담은 용어로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주요 열람실에서는 "서울도서관 애서(愛書)"라고 한자까지 병기하고 있어 굳이 이렇게 표현한 까닭을 알 수 없었다.

맞춤법 어긴 표현이나 과도한 한자어 사용까지 

어린이를 주 대상으로 한 온라인 만화 등도 맞춤법을 어긴 표현들이 있었다. 이를 테면 "마음의 양식을 채운만큼, 멋진 이용자의 모습, 보여주실꺼죠?"라는 표현은 "마음의 양식을 채운 만큼, 멋진 이용자의 모습, 보여주실 거죠?"라고 해야 한다.

누리집에는 '그다음날'을 뜻하는 '익일(翌日)'과 같은 표현을 그대로 쓰고 있어 아쉬웠다.

대출 방법 안내문에서는 "도서 대출 시 대출 버튼 누른 후 회원증 인식 시킵니다"와 같이 과도하게 조사가 생략됐고 어색한 문장을 사용하고 있었다. "책 대출할 때 대출 단추(버튼)를 누른 뒤에 회원증이 인식되도록 합니다" 또는 "도서 대출할 때 대출 단추(버튼)을 누른 뒤에, 회원증을 해당 화면에 갖다 댑니다"라고 구체적인 동작을 쉽게 표현해야 한다.

도서관은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곳이므로 다른 공공 기관보다 좀 더 섬세하고 정확한 공공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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