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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칼럼니스트, 작가, 공무원이라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최보기 작가가 쓴 <내 인생의 무기>는 절대로 버릴 수 없는 반려 책이 되었다. 이 책을 만난 순간 때문이다. 책을 많이 가진 장서가에게 가장 끔찍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 이사 하는 날, 이 책을 만났다.

더운 날 돌덩어리 같은 책을 옮기느라 구슬땀을 흘리는 이사업체 직원이 안쓰러워서 뭐라도 해야겠다 싶은 마음에 이리저리 메뚜기처럼 뛰어다니는데 택배기사님이 이 책을 건네주셨다. 이사를 앞두고 천 권 이상의 책을 버렸는데 어째서 <내 인생의 무기>는 평생을 함께 가야 할 책일까?

내 인생의 마지막 이사를 하는 특별한 순간에 함께 한 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쪽만 훑어보았는데 금방 책 내용에 빠져들 만큼 흥미진진한 책이기 때문이다.

시골 큰형님이 건네는 것 같은 삶의 지혜

최보기 작가가 전하는 88개의 삶의 자세와 가치는 형이상학적이거나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만약 삶을 지혜롭게 살았던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조언을 추린다면 이 책의 내용이 될 것이다. 그런 만큼 구체적이고 생활밀착형 지혜로 가득 차 있다.

가령 '빈정 상한 카톡방 가만히 있기'라는 대목이 그렇다. 단톡방은 편리한 점도 많지만, 민폐로 작동하는 때도 잦다. 나만 해도 그렇다. 휴대폰이 알리는 알림 자체를 번거롭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웬만하면 단톡방을 하지 않는다. 직장에서 업무상 필요해서 초대된 단톡방도 금방 빠져나오기 일쑤다.

이유를 막론하고 단톡방을 박차고 나오면 당장은 시원할지 모르겠지만 결국은 손해를 보기 십상이라고 최보기 선생은 말한다. 과연 그렇다. 직장 단톡방을 나오면 업무상 필요한 전달 사항을 모르고 지날 때도 있고 친구 사이의 단톡방을 빠져나오면 자신을 왕따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본인이 단톡방을 빠져나가면 읍소를 하며 다시 방에 들어와 달라고 애원하는 친구가 나타날 것 같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본인이 나서서 다시 초대해달라고 부탁하지 않는가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좀 번거롭고 맘에 들지 않더라도 단톡방은 묵묵히 지키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이런 지혜를 알려주는 책이 <내 인생의 무기> 말고 또 어디 있을까?

친구 사이로 지내다가 말다툼을 할 때도 있고 자리를 박차고 자리를 떠날 때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집으로 돌아가 이불킥을 하면서 본인의 실언을 반성하고 괴로워하거나 자신의 실수를 생각하면서 잠 못 드는 밤을 보낼 필요도 없다. 그 누구도 당신에 대해서 오래 그리고 깊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멀리 있으나 가까이 있으나 늘 나를 생각하고, 오매불망 걱정하는 이 세상 사람은 딱 두 사람, 어머니와 아버지로 불리는 부모님뿐이다고 최보기 선생은 말한다. 부모님을 모두 여읜 나는 이 대목을 읽다가 눈물을 흘릴 뻔했다. 마치 마음 푸근한 시골의 큰 형님이 건네는 따뜻한 한마디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응원하는 것보다 가족과의 산책이 더 낫다
  
책 '내 인생의 무기' 표지 이미지
 책 "내 인생의 무기" 표지 이미지
ⓒ 도서출판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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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금송아지보다 내 집 쌀 한 톨이 소중했다'라고 최보기 작가는 말한다. 이 말은 요즘 같은 시대에 금싸라기 같은 조언이다. 우리는 지나치게 정치인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큰 선거가 끝나면 어쩌면 당사자보다 더 끔찍한 후유증을 겪는다. 따지고 보면 누가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이 될지라도 우리에게는 당장 쌀 한 톨도 돌아오지 않는다.

선거에서 이긴 자가 모든 열매를 다 가져가는 것이지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진영을 나누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온오프라인에서 심하게 싸우고 있을 때 여당과 야당은 형님 동생 하면서 소주잔을 돌리며 친하게 지낸다. 다른 사람을 추종하면서 분노와 한탄을 키우다 보면 결국 찾아오는 것은 화병뿐이다.

나는 프로야구 원년 팬으로서 40년째 한팀을 응원해왔다. 팀과 생사고락을 같이 해왔다. 어느 순간 내가 너무 '남의 잔치'에 너무 매몰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3시간 넘게 혼자서 텔레비전을 보며 희로애락을 오가는 것이 낭비라는 확신을 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백 번을 우승해도 그들은 나라는 존재 자체를 모르고 내가 죽었다고 해도 문상을 올 리가 만무하다. 그 세 시간 동안 차라리 가족들과 산책을 하고 대화를 하는 것이 훨씬 더 풍요로운 삶이 아닐까는 생각을 해본다. 최보기 선생의 <내 인생의 무기>를 통해서 소소하지만 중요한 삶의 지혜를 배운다.

내 인생의 무기 - 이겨놓고 싸우는 88개 삶의 자세와 가치

최보기 (지은이), 새빛(2022)


태그:#최보기, #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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