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8.10 14:05최종 업데이트 22.08.1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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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달 전인 7월 13일 대구시의회 임시회에서 주요 시정현황이 보고됐다. 내용은 대구의 면적, 인구, 지역경제, 도시지표, 대구시청 기구·조직, 재정 등 개괄적인 현황이었다.

4년 전 첫 시정현황보고와 비교해 보면 몇 가지 흥미 있는 숫자를 발견할 수 있다. 2018년 보고 때 대구시 인구는 전국의 4.8%인 247만 명이었는데 2022년 보고에선 전국의 4.6%인 241만2천 명이다. 공무원은 4년 전 1만2698명이었는데 현재 1만4123명이다. 인구가 5만8천 명 줄 때, 공무원은 1425명이 늘었다. 


재정자립도는 같은 기간 기준 47.6%에서 43.6%로 급감했다.

이밖에 올해 지방채는 2조3704억 원, 채무비율은 19.4%로 증가세를 보고하면서, 대구시는 재정혁신을 시정과제로 밝혔다. 재정점검단을 신설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원점 재검토하고 선심성·낭비성 예산을 제거하겠다는 구상이다. 획기적 채무감축을 통한 재정 건전성 강화, 정책 실명제, 정책 감사 강화를 통환 재정의 책임성 강화 등도 계획에 포함됐다.

대구시의 채무비율이 다른 도시(광역시 평균 18.6%)보다 높기 때문에 여러 가지 노력으로 채무비율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지방재정365'에 공개된 전국채무비율 TOP10에서 대구는 4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 공개된 채무비율은 14.98%다. 대구시가 최근 발표한 19.4%보다 낮다. 무려 5%p나 차이 난다. 어떻게 된 일일까.

대구시 예산담당관실에 물어봤다. 지방재정365는 2020년 기준이고 시정현황보고는 2021년 기준일 뿐 다른 내용은 없다고 한다.

재정건전성 좋다던 대구, 갑자기 왜
 

대구시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채무비율 ⓒ 대구시

 
위는 대구시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채무비율이다. 2017년도부터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시의 채무비율은 계속 줄어들고 있고 재정건전성이 적정한 도시'라던 전임 집행부의 설명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표를 자세히 살펴보자. 분자가 되는 채무액은 계속 늘어난 반면 분모가 되는 예산액이 채무액이 늘어나는 것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0년 13조9402억원으로 2017년 8조278억 원에 비해 약 6조원 늘었다. 국비가 상당수 증가했기 때문이다. 공무원 수를 제외하고 인구, 경제활동인구, GRDP의 전국비율, 재정자립도 어느 하나 늘어난 게 없는데 예산액은 증가해 채무비율을 낮춰준 셈이다.

다른 도시의 채무비율 추세도 마찬가지다. 광주 채무액은 2017년 9400억 원에서 2021년 1조2300억 원으로 늘어난 반면 채무비율은 20%대에서 15%대로 줄었다. 부산 역시 2017년 2조5천억 원에서 2021년 3조2200억 원으로 채무액이 증가했지만, 채무비율은 20%대에서 18%대로 감소했다.

그러나 대구는 2021년 장기미집행 공원 조성 등에 의해 부채가 2조3천억 원으로 늘고, 코로나19 등으로 늘어난 1조7천억 원 정도가 사라져(2021년 예산액 12조2336억 원) 이른바 '국비 마법 효과'가 줄어들어 채무비율이 다시 높아진 것이다.

대구시는 홍준표 시장 취임 이후 연내 5000억 원, 임기 내 1조5천억 원 채무를 상환해 2026년까지 채무비율 한 자릿수로 낮춰 특·광역시 중 최저 수준을 달성하겠다고 지난 7월 14일 보도자료를 냈다. 앞으로 고금리가 이어질 것이고 매년 400억 원 이상의 상환부담이 예상됨에 따라 이른바 채무비율의 '분자'(채무액)를 대대적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 내용은 이렇다. 기금·특별회계를 폐지해 연내 2500억 원 이상 재원을 확보하고, 유휴·미활용 공유재산을 매각해 연내 2천억 원, 지출구조 조정으로 연내 500억 원(임기내 6천억 원 이상 재원 확보), 순세계이용금의 채무상환 비율을 확대해 임기 내 4천억 원 이상 재원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발표 후 대구시청 이전 예정지인 달서구시청사유치 범구민추진위원회가 같은 달 19일 산격동 청사를 항의 방문했다. 22일에는 윤권근 대구시의원(경제환경위원회, 달서구)이 청사건립기금 존치 및 2026년 준공을 촉구하는 5분발언을 했다. 대구시청 이전 예정지인 달서구 신청사 건립기금이 대구시가 발표한 '기금·특별회계 폐지'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또한 대구시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비법정 보조사업 전체 예산규모의 10% 감축'은 교육복지축소 우려를 낳고 있다.

적정한 채무비율보다 더 중요한 것
 

홍준표 대구시장이 7월 5일 동인동 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비 확보가 아닌 채무 자체를 줄여버리는 재정 전략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건전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다만 빚은 아예 없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채무의 적정한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지방재정법 제55조 3항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장관은 재정위험 수준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초과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재정진단을 실시할 수 있는데, 대상은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25%를 초과하는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적정 규모의 채무비율은 모르겠지만 25% 이상이면 위험하다는 뜻 아닐까.

적정 규모의 채무비율을 고민하는 것보다 최우선으로 대비할 내용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귀한 글이 있다.

7월 4일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의 개원사 일부 내용이다.

"기후, 에너지와 식량, 유행병의 위기까지 다수의 요인이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위기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성장은 낮은데 물가가 치솟는 경제적 후퇴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원유가격, 먹거리와 원자재 가격에 이어 각종 공공요금의 인상까지 예정돼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원가 상승과 대출금리 인상으로 재기를 준비하는 자영업자들에게도 힘든 시간입니다.

빈부의 격차가 학습의 격차가 되고 학습의 격차는 미래의 임금격차로 이어져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아동 한 명, 한 명이 귀중한 시대임에도 학대로 고통 받는 아동이 여전히 많습니다.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지금 당면한 시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일만큼 중차대한 일은 없습니다."


지자체 재정을 건전하게 하기 위해 국비에 기대지 않고 채무 자체를 줄이는 대구시의 재정혁신은 그 성공 여부에 따라 많은 지자체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당면한 시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일을 등한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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