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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세상에서 잠시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재미난 곤충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 맞춘 흥미로운 이야기이므로 얘깃거리로 좋습니다. [기자말]
1996년 개봉한 영화 <캔자스 시티>는 대공황 이후 뉴딜 정책의 시작을 배경으로 한다. 대통령에 당선된 프랭클린 D. 루즈벨트는 금주법을 폐지하고 경기회복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다. 이때 캔자스 주에는 여러 재즈 뮤지션이 등장하여 경기 호황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글쓴이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색소포니스트 찰리 파커(Charlie Parker)의 눈으로 보는 비밥 시대의 인상이다. 허구와 실제 인물을 교묘하게 배치하여 당대의 분위기를 관조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재즈 음악이 많이 나와서 괜찮았던 영화다.

클라이맥스는 후반부에 등장하는 세션맨의 음악 승부다. 도회적인 나른함이 어우러지면서 자연스럽게 몸을 흔들게 만드는 피날레였다. 이 재즈 연주는 콜맨 호킨스(Coleman Hawkins)와 레스터 영(Lester Young)의 색소폰 대결을 재현했다.

캔자스 주를 비롯한 중서부의 옥수수지대(corn belt)는 끝도 없이 펼쳐지는 옥수수밭을 따라 토네이도가 불어닥치고 오즈의 마법사가 차원 이동을 했던 장소다. 슈퍼맨의 고향이기도 하며 디즈니 스튜디오가 시작했던 곳이다.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연을 맡은 김지운 감독의 영화 <라스트 스탠드>에서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옥수수 밭에서 자동차 추격전이 벌어진다.
 
식용은 물론이요 광범위한 가공식품과 사료로 이용한다.
▲ 수수 중의 으뜸가는 옥수수 식용은 물론이요 광범위한 가공식품과 사료로 이용한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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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의 원산지는 안데스 산맥과 멕시코 일대로 추정되며 우리나라에 등장한 때는 16세기 경으로 보인다. 쌀이나 보리를 심기 어려웠던 산간지방에서 식량 대용으로 재배했으므로 자연스럽게 강원도에서 많이 난다.

옥수수는 여러 가공식품에 들어가는데 빵과 더불어 과당, 물엿, 술에도 쓰이며 바이오 디젤이나 동물의 사료로 이용된다.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팝콘이 없으면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아직도 시골 장터에서는 뻥튀기 장수가 있다.

아름답고 귀한 존재에 붙여진 옥

고려청자의 비취색은 은은하면서도 신비로운 컬러, 제주도의 맑디맑은 바닷물 느낌이다. 완벽의 벽은 옥구슬을 말하고 옥색의 파란 눈동자를 벽안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옥'은 아름답고 귀한 존재에 붙였다. 옥소리, 옥황상제, 옥새, 곡옥, 옥동자, 섬섬옥수 등등. 옥수수는 수수 중에서 으뜸가는 곡물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곤충 세상에도 '옥'자가 들어간 아름다운 나방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산누에나방과에 11종이 살고 있는데, 열대지방에서 온 곤충으로 착각할 만큼 외관이 화려한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이 그러하다. 대한민국의 대형 나비류 중에서 자태가 아름답기로 한 손에 꼽는 녀석이다. 날개편 길이는 최대 120mm까지이며 5월에서 8월 사이에 활동한다. 야행성이기에 가로등 주변에서 관찰할 수 있다.
 
휘어진 꼬리가 박쥐의 초음파를 교란시킨다.
▲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과 알. 휘어진 꼬리가 박쥐의 초음파를 교란시킨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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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옥색의 몸에 앞날개 어깨(전연부)를 가로질러 일직선의 적포도주 색깔의 줄이 나 있다. 날개 중앙 부분에는 황금빛 눈알 무늬가 있다. 몸집이 커서 알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모양은 멜론과 수박을 교배한 것처럼 보인다. 성충으로 사는 기간이 일주일 남짓이라 입은 퇴화되어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 애벌레 시절에 비축해 둔 영양분으로 교미와 산란을 마치고 짧은 생을 마감한다.

은은한 달빛을 반사하는 팅커벨 요정

영어권에서는 피터팬에 나오는 요정인 팅커벨에 비유되는 곤충으로서 달빛을 반사하는 날개로 인하여 달여신나방(luna moth) 또는 달나방(moon moth)라고 불리운다. 꼬리가 상당히 긴데 천적인 박쥐가 내는 초음파를 교란하기 위해서다.

꼬리가 비대칭으로 휘어 있으며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기 때문에 박쥐가 내는 초음파를 엉뚱한 방향으로 반향시켜서 사냥의 정확성을 떨어뜨린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몇몇 종의 나방들은 직접 초음파를 내어 박쥐의 공격을 피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화려한 산누에나방이다.
▲ 마다가스카르달나방. 지구상에서 가장 화려한 산누에나방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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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 중 하나인 혜성나방(comet moth) 또는 마다가스카르달나방(Argema mittrei)은 날개폭이 200mm에 미상돌기 길이만 150mm에 달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화려한 산누에나방이다. 성충의 삶이래봤자 5일 정도이므로 자연에서는 날개가 성한 개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서식지는 커다란 바오밥나무가 떠오르는 아프리카의 동쪽 섬, 마다가스카르다. 혜성나방은 환경오염과 남획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었으나 수집가들의 욕구와 상품가치를 알아본 마다가스카르의 합작으로 실내에서 사육되어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마다가스카르의 5000프랑 지폐에는 바오밥과 혜성나방이 인쇄되어 있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한국우취연합의 월간 우표에도 같이 등록됩니다.


태그:#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 #옥수수, #마다가스카르, #캔자스 시티, #혜성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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