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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 대표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 대표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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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겁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변도, 반전도 없었다. 28일 오후 6시 17분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이재명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기를 흔들며 당선을 자축했다. 모두가 예견했던, 예정되다시피 했던 승리였다. 

'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이 아니라 '확고히 대표는 이재명'에 가까운 결과였다. 이날 이 대표는 대의원 투표 72.0%, 권리당원 투표 78.22%, 국민여론조사 82.26%, 일반당원 여론조사 86.25%를 기록, 총 77.77%의 득표율로 당대표 자리를 거머쥐었다. 2015년의 문재인 대표(45.30%), 2020년의 이낙연 대표(60.77%)보다도 훨씬 압도적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셈이다.

[민주당 대표 이재명] 낮은 투표율이 드러낸 현실과 과제

그러나 이 대표로선 마냥 웃을 수만도 없는 투표 결과다. 대세론이 너무나 강렬했던 이번 선거는 결국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해 전당대회와 비교해 1년 사이에 권리당원 선거인단 숫자가 48만 5374명 늘어났고, 총 투표참여인원 수 또한 14만여 명 증가했다지만 총 투표율은 겨우 37.09%로 저조했다. '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견고한 현실이 선거 연패 후 민주당의 혁신과 변화를 기대하는 많은 당원들을 관망하게만 만든 셈이다.

비이재명계 민주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그 원인을 "결과가 너무 뻔하니까 관심이 떨어진 것도 있지만, 이재명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굳이 투표하고 싶지 않다는 두 가지가 결합했다"는 데에서 찾았다. 그는 "득표율이 75%라도 당원 전체의 75%지, 민심의 75%가 지지한 것은 전혀 아니지 않냐"며 이 대표가 앞으로 당을 운영할 때 '낮은 투표율'을 기준점으로 삼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 대표가 지지자들 목소리만 듣지는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민주당 구성원 누구든 2024년 총선을 이끌어야 하는 차기 당대표의 기본 과제가 '통합'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우상호 비대위원장도 지난 26일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어느 당이든, 어느 시기든 당권을 잡은 주류와 비주류 그룹은 늘 존재했다"며 "당대표가 어느 분이 되든, 주류가 되면 비주류와의 소통이 최우선돼야 한다. 작은 이견으로 큰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결국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게 많다"고 당부했다. 

[야당 대표 이재명] 잘 싸우고 유능한 정당으로... "성과 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 대표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최고위원 당선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 대표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최고위원 당선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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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로서 내부 갈등을 조정하고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일 못지 않게 '야당 대표'로서 당의 노선과 역할을 제대로 정립하는 것 또한 이재명 대표의 주요 과제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28일 오전 페이스북 글로 "윤석열 정부에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반대할 것은 확실히 반대해 대안정당의 모습을 국민이 실감하도록 해야 한다"며 "협력도 아낌없이 해야 하지만, 싸우지 않는 야당은 야당이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친이재명계에서도 '유능함'을 과제로 꼽는다. 한 의원은 "이재명다운 성과를 보여주는 게 제일 좋다"며 "우리가 제1당으로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으로서 한계가 있긴 하다"면서도 "국민들이 민주당을 '무능하다'고 보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라고 했다. 또 이재명 대표가 줄곧 비호감 이미지를 안고 있으면서도 그 여파를 '어쨌든 이재명은 일을 잘하지 않나'라는 방식으로 극복해온 것처럼 '야당 대표'로서도 그 부분에서 인상을 남겨야 한다고 봤다.

[대선주자 이재명] '재집권' 플랜 시동... "9월 6일 연설 중요"

이 과제들의 수행 결과는 '대선주자 이재명'의 운명과 직결된다. 이 대표의 최종 목표는 결국 대권이다. 그가 한 번 더 당원과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 민주당의 대표선수로 뛰려면 '이재명의 리더십'을 증명해내고, '이재명의 노선'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기는 민주당"을 약속하면서도 그 세부 계획이나 방향은 제시하지 않았다. 소위 '치고 나가는' 의제도 없었다. 당대표 출마문제, 당헌 개정 등 논란의 중심에만 섰을 뿐이었다.

이미 한 달 전부터 민주당 안에선 '전당대회가 다가온다'는 설렘이 느껴지지 않았다. 당시 한 재선 의원은 그 이유를 "새롭지 않아서"라고 짚었다. 그는 "이재명표 정치개혁, 국가경영전략 이런 것들은 대선과정에서 다 나왔다"며 "이 의원으로선 그때 발표했던 것을 또 꺼낼 수는 없지 않나. 그러니까 내용은 고갈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용이 아예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그때 얘기한 정치개혁안 등을 당대표가 되면 실천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 대표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 대표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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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재명계 의원은 그 일을 '이재명의 민주당은 이렇다'고 표현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추석 전까지, 앞으로 2주가 매우 중요하다"며 "광폭 행보로 땅을 넓히고, 사람을 넓히는 모습을 보이면서 9월 6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그걸 담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가야할 방향이 하나의 문구로 나와야 한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이런 것'이라고 명확히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재명 대표 역시 알고 있다. 그는 28일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재집권을 위한 토대 구축'이라는 이 막중한 임무에 실패하면 저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난다는 '사즉생'의 각오로 임하겠다"며 "살을 깎고 뼈를 갈아 넣는 심정으로, 완전히 새로운 민주당을 만드는 데 저 자신을 온전히 던지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선 당내 갈등을 수습하고 통합을 도모하기 위해 '첫 행보'로 29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방문, 문재인 전 대통령의 조언을 구할 예정이다.

태그:#이재명,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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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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