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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가치가 퇴색하는 세상입니다. 뿐만 아니라 급격한 자동화로 인간의 노동 그 자체가 종말을 고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마주했던 노동 현실의 민낯을 보며 현장의 관찰자이자 조율자로서 신입 노무사가 보고 겪고 느낀 것들을 독자와 공유합니다.[기자말]
세상에 있는 수많은 '계약' 중에서 유독 근로계약에서 도드라지는 특징이 있다. 계약상 정해진 시간 동안 사용자가 노동자의 노동력을 사용하는 대가로 금전적 보상인 임금 지급 의무를 갖게 되는 이 계약은, 필연적으로 '갑'과 '을'로 대표되는 위계와 종속성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지휘명령권은 근로계약의 본질을 형성하는 부분이기에, 그 지휘명령이 법에 어긋나거나 사회통념상 재량성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 이상 노동자는 그 지시에 따라야만 한다.

때문에 개별적 근로계약에서는 당사자 간 힘의 우위가 절대적으로 사용자에게 기울게 된다. 최근 아무리 노동관계법령이 강화되었다지만 여전히 소위 "갑질"이라 불리는 사용자 및 상급자의 위계에 의한 부당한 지휘명령의 수준이, 몇몇 보수언론에서 표현하는 "을질"보다는 훨씬 많이 일어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노동3권의 역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되었다.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으로 대표되는 '집단으로서의 노동권'은, 노동자 개개인이 개별적 근로계약에서 가질 수 없는 강대한 힘을 집단의 위력으로 만들어내겠다는 염원이 현실이 된 사례다. 최저생계수준을 영위하기 위한 최저임금법이나 근로계약 수행 중 다치지 않을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등은 집단으로서의 노동자인 노동조합이 없었더라면 아직도 요원한 공상에 불과할 것이다.

최근 대중의 노동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우리나라지만 애석하게도 여전히 노동조합에 대한 '색안경' 때문인지 사업장 내 노동조합 조직률은 14.2%(2020년 고용노동부 발표 기준)에 불과하다. 이는 이념 공세를 배제하고 보더라도 소규모 영세사업장이 많은 경제 구조의 특징이나 산별노조·지역별노조 등 상급단체로서의 노동조합보다 기업별노조를 선호하는 특징 등 우리나라의 구조적 현실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집단으로서의 노동자를 보호하는 다른 형태인 '노사협의회'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하는 현실이다. 노동조합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의 보편적인 노동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소통 통로가 될 수 있는 이 제도가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사업장에서도 관심을 두기 시작함에 따라 아래와 같은 '꿀팁'을 제시하고자 한다.
  
30인 이상 사업장에 의무 설치되는 노사협의회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사업체를 다니다 보면 노사협의회와 비슷한 이름의 조직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원협의체'와 같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조직은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구성·운영의 의무가 부여된다. 상시 사용하는 노동자 수가 30인 이상인 사업장에서는 노사협의회를 구성하여 아래와 같이 최소 분기 1회 이상의 정기회의를 개최하여야만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근거법령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노사협의회를 강제하는 취지는 사업장 내의 의사 결정에 경영진 등 사용자의 의사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근로조건의 변화 등 이해관계의 당사자가 되는 노동자 또한 포함하는 데 있다.

가령 제조업 사업장에서 생산 품목의 변화 등으로 교대제 업무 일정에 변화가 있을 경우 이는 사용자의 필요에 의한 일이면서도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업무와 임금 등 근로조건과 관계되는 일이므로 그 의견을 수렴하여야만 변화된 시스템이 이른 시일 내에 잘 정착할 수 있다. 이를 돕기 위한 '소통의 창구'로서 협의회 조직이 기능할 수 있다.

이 협의회에서 논의하게 되는 내용은 아주 광범위하다. 법에서는 직원의 입사 단계부터 퇴사 단계까지, 즉 인사노무관리상 확보·개발·평가·보상·유지 및 이직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노동자들의 이해관계와 얽힌 사항을 협의사항으로 광범위하게 지정하고 있다(법 제20조). 그 중에서도 교육훈련, 복지시설, 고충처리위원회와 같이 사내 노사의 이익이 상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출석인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정하고도 있다(법 제21조).

실무적으로, 아래와 같은 사항에 대해서는 노사협의회의 협의 내지 의결 절차를 거칠 경우 그 제도의 정당성이 더욱 보장될 수 있다.

⑴ 지난 8월 18일 자로 시행된 산안법상 휴게시설의 설치 관련하여 노사협의회의 협의 절차가 필요하다. 법에서는 면적 6㎡ 이상이나 냉·난방장치의 설치 등 최소한의 조건만을 마련해 두었기에, 실제로 휴게실을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설치할 것인지는 협의회에서 근로자위원을 위시한 전 직원의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⑵ 사업장 내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의 관리 차원에서 운영되는 고충처리시스템 등은 협의회의 주된 안건 중 하나다. 특히 근래에 직장 내 성희롱이나 괴롭힘 등에 대한 신고 및 처리절차 운영에 애를 먹고 있는 사업장이 많은데, 이러한 시스템의 설계 단계부터 전 직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보다 공정한 처리와 2차 가해 방지 등의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⑶ 최근 분쟁이 잦아지고 있는 폐쇄회로촬영장치(CCTV) 등 감시장비와 관련된 내용은 법에서 정하고 있는 주된 협의사항 중 하나다. 회사는 사내 장비의 도난 방지나 안전 등을 이유로 자유롭게 CCTV를 달 수 있지만, 그 목적이 작업능률 향상 등을 위한 사업 내 실시간 감시를 위한 것이라면 촬영되는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야 함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⑷ 복리후생제도만큼 협의회의 취지에 잘 어울리는 안건도 없다. 임금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이야 개별 근로계약에서 정해지고 노조의 협상력에 따라 특정 조합원에게는 더욱 강화될 수도 있다지만, 고용형태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복리후생제도는 사내 전 직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협의회에서 의견을 청취하여 다수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근로자위원 선출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 개정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을 각각 3명 이상, 10명 이하의 같은 수로 구성해야 한다. 사용자위원이야 사업장의 대표자 및 소위 '임원급'에 속하는 관리자들이 포함되지만, 근로자위원은 해당 사업장 내 모든 직원을 대표하여 목소리를 내야 하는 만큼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하여 선출되어야 함이 원칙이다. 당연히 사용자가 근로자위원 선출에 관여하거나, 사실상 특정인을 근로자위원으로 선출하기 위하여 인원을 찍어 두고 형식적인 투표만 진행하는 경우에는 효력이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사업장의 경우에는 근로자위원을 사용자가 사실상 지명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는 일전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와 관련된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데, 아무래도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생계 영위라는 눈앞의 걱정 때문에 회사의 일에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다보니 사용자가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이 법 시행령에서는 근로자위원 입후보자는 10인 이상의 추천을 받도록 정했으나 여전히 선출의 독립성이 보장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관련 가이드북 등에서야 '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조직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특히 최초 노사협의회 구성 단계에서는 사용자가 사실상 선거를 주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회사 말 잘 듣는 직원'이 근로자위원으로 선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였다.
  
상시 사용하는 노동자 수가 30인 이상인 사업장에서는 노사협의회를 구성하여 한다.
 상시 사용하는 노동자 수가 30인 이상인 사업장에서는 노사협의회를 구성하여 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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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실무적으로는 노동자들 스스로도 제도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근로자위원 선출 투표를 하겠다고 회사 게시판에 대문짝만하게 홍보해도 투표율이 저조한 경우가 매우 많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현실에 반쯤은 체념한 듯, 관련 가이드북(노사협의회 운영매뉴얼)에서도 ① 투표율이 매우 저조한 경우라도 최다득표자를 근로자위원으로 인정하도록 하는 한편 ② 위원수와 입후보자의 수가 같은 경우 찬반투표도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렇듯 근로자위원이 전체 직원의 대표성을 가지지 못한 경우가 발생하다보니, 최근 입법권자들에 의하여 법이 개정되면서 원칙적으로 "근로자 과반수가 참여한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해서 근로자위원을 선출하도록 그 요건이 강화되었다(2022.12.11.자 시행). 적어도 이 법 개정을 통해 전체 직원의 극히 일부만이 참여하여 '깜깜이' 식으로 운영되는 노사협의회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협의회 운영과 관련된 실무 문제

다수 위원에 의하여 운영되는 노사협의회의 특성상 근로자참여법 등에 명시되지 않은 실무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자문사들로부터 자주 받게 되는 질문 중 몇 가지를 추려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⑴ 근로자위원의 임기는 법률상 3년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임기가 끝나기 전에 새로운 근로자위원을 선출하기 위한 투표가 진행되어 결과가 완료되어야 한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기존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일종의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을 하여, 자체적으로 위원 공고를 내고 절차를 진행하며 회사는 장소 대여 등의 부수적인 업무를 돕게 된다. 다만, 법상 위원의 연임이 가능한 만큼 기존 위원 중 재입후보한 사람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배제함이 타당하다.

⑵ 만일 위 투표 등이 늦어지면 어떻게 될까? 법은 근로자위원의 임기가 끝난 이후라도 후임자가 선출되기 전까지는 그 직무를 담당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바(제8조 제3항), 투표가 늦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분기별 정기회의를 개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기존 근로자위원을 참석시키더라도 문제되지 않는다.

⑶ 근로자위원인 직원의 퇴사 등으로 궐석이 발생한 경우, 노사협의회 정기회의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이 발생한다. 특히 근로자위원은 직접투표에 의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대리인을 세울 수도 없어 난감한 경우가 많다. 다만, 사용자가 투표를 인위적으로 방해하는 등의 경우가 아니라 단순히 투표절차가 근로자위원 측 절차 등 사정으로 미뤄져 정기회의를 결과적으로 개최하지 못한 경우라면 사용자의 귀책이 아니라서 법에 따른 벌금형이 내려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입장이다(노사68107-193. 2000-03-31 등).

⑷ 노사협의회는 원칙적으로 "근로조건의 결정권이 있는 사업(장)"의 단위로 설치된다. 따라서 사업장이 본사 외 전국 지점으로 분산된 경우라도 본사에만 설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예외적으로 지점에도 근로조건의 결정권이 일부 위임된 경우라면 그 지점 단위로 설치해야 한다(노사협력복지팀0418, 2008-02-16).

⑸ 과거에는 과반수 노조로 조합에서 그 근로자위원 전원을 임명하였으나, 해당 위원의 임기가 만료될 시점에는 조합원이 줄어 반수 이하의 조합이 된 경우 근로자위원의 선출권한은 전체 직원의 투표에 의하여야 한다(노사협력정책과-982, 2008-06-05). 그 반대의 경우에도, 위원을 선출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⑹ 근로자위원 입후보자격을 일정 근속기간 이상의 '선임급 직원'으로만 제한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 경우 내용을 명확히 하기 위해, 정기회의 등에서 근로자위원의 의견을 취합하여 노사협의회규정에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노사협력복지과-950, 2004-05-08). 마찬가지로, 사업장 내 부서/파트별 또는 직급별로 근로자위원의 수를 제한하는 것 또한 사용자의 개입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가능하다(노사협력복지과-1949, 2004-08-17).
  
노사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장치로 활용돼야

상기하였듯 노사협의회는 사업장 내 전 직원의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항의 개폐 또는 변경에 그 당사자인 노동자 전원의 이해관계를 취합하기 위한 제도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없는 대다수 사업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소통 창구'로서 기능하며, 유노조 사업장이라도 개별 조합의 이해관계가 아닌 노동자 전체의 이익을 위한 절차적 기구로서 기능하기에 그 중요성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노무사로서 자문하다 보면 이제 사업장에서도 노사협의회가 중요하다는 인식은 충분히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선거 절차부터 운영 및 그로 인한 애로사항에 대하여 지속적인 문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특히 위 내용은 노동청 근로감독 시 '단골 지적 사항' 중 하나가 되어 적어도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껍데기뿐인 협의회'는 많이 사라져가고 있는 듯하다.

특히 노조법상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로 인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군소 노동조합에도 협의회 조직은 최소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로 활용될 수 있고, '이직률 감소·장기근속 유도'라는 차원에서 회사 또한 직원의 애로사항 청취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현실에서 노사협의회의 가치가 날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음은 바람직하다.

바라건대, 나아가 단순히 형식적인 의사결정 참여뿐만 아닌 실질적인 '노사 파트너십'이라는 차원에서 협의회를 운영하는 회사가 많아지기를 기원해 본다. 소위 ESG 경영 등 단순 이윤 창출만으로 기업이 살아가는 시대가 지난 요즈음, 내부 직원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이지 않는 회사가 바깥의 고객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고 많은 경영인들이 "과연 우리 직원들은 뭘 제일 필요로 할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통로가 되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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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조은노무법인 공인노무사, HR컨설턴트(위장도급/산업안전보건 등) // 前 YTN 보도국 영상취재1부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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