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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줄타기는 삼현육각의 연주에 맞추어 줄꾼(줄광대)이 공중에 만들어 놓은 줄 위에서 벌이는 놀음이다. 삼현육각은 조선시대의 악기 편성법 중 하나로서 향피리 2, 대금, 해금, 장구, 북을 말한다. 김홍도의 '춤추는 아이'와 신윤복의 '쌍검대무'와 같은 풍속화에 잘 드러나 있다.

서양의 서커스가 기술에 중점을 두었다면 우리의 줄타기는 가무와 함께 줄광대의 입담과 잔노릇(기예)를 보며 구경꾼 모두가 어울려 노는 재미가 있다. 줄놀음을 하는 본줄 높이는 2.5~3미터 정도인데 줄타기의 탄력을 최대로 이용할 수 있는 높이란다.

부채를 손에 쥐고 입심을 과시하며 본줄 위에서 겅중겅줄 뛰어놀려면 너무 높거나 낮아도 문제다. 관객은 즐기면 될 뿐이지만 곡예 중에 실수를 하면 크게 다치게 되므로 줄꾼의 입장에서는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공연을 보고 있으면 줄타기를 익히기 위해 그 얼마나 고된 시간이 있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언제부터 줄놀음이 행해졌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대체로 그 연원은 신라말 고려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광대줄타기와 어름줄타기 두 갈래로 발전해왔다. 전자는 관청에 소속되어 팔관회와 같은 나라의 큰 축제 때 재주를 펼쳐보였다. 실학자 이익의 <성호사설>에 따르면 청나라 사신들도 경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줄놀음 연습을 위한 수련장.
▲ 줄타기. 줄놀음 연습을 위한 수련장.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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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자는 남사당패의 주도로 서민층에서 유행했다. 대보름과 추석, 단오 같은 명절에 장터나 저잣거리와 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재담과 함께 공연을 펼쳤다. 어릿광대가 먼저 등장하여 흥을 돋우며 판소리와 풍물놀이가 이어지고 드디어 줄광대가 본줄 위를 오른다.

사당패 줄타기의 줄노릇은 40여 가지나 되는데 그 중에 '거미줄 내리기'가 있다. 줄광대가 무릎 걸음으로 줄 위를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거미사람이 떠오르기도 한다.

줄날기로 수백Km를 이동하는 거미

거미는 서식 환경에 따라 정주성과 배회성으로 구분한다. 전자는 거미줄을 치고 곤충을 잡아먹는 종으로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무당거미 같은 녀석들이다. 후자는 돌아다니면서 사냥을 하는 깡충거미류가 대표적이다. 비늘갈거미는 나뭇잎 뒷면에 엉성하고 불규칙한 거미줄을 치고 생활한다.
 
뜯어먹은 솜사탕처럼 생겼다.
▲ 비늘갈거미와 알집. 뜯어먹은 솜사탕처럼 생겼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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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사탕을 닮은 알주머니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보니 거미줄로 밑둥을 두 세 바퀴 돌려서 끌고 간다. 어미는 도달하고자 하는 곳으로 가서 거미줄을 부착시킨 뒤에, 그 실을 연장시켜 알집으로 다시 돌아와 몇 가닥을 돌려 감싼다. 이후에 줄을 먹어 당기면서 다리로 알주머니를 잡아 끈다.

알집은 전체적으로 삼각뿔 모양에 군데군데 솜털처럼 보이는 돌기가 솟아 나 있다. 이 구조는 바닥에서 떠 있게 하여 통풍을 원활하게 할 뿐만 아니라 알집 이동시 거미줄을 걸치기 좋게 하기 위함이다. 비늘갈거미는 이렇게 이동시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알주머니 위에서 새끼들을 보호한다.
 
자기 몸 보다 큰 알집을 안고 다닌다.
▲ 넉점꼬마거미. 자기 몸 보다 큰 알집을 안고 다닌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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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의 크기가 5mm도 되지 않는 넉점꼬마거미는 나뭇잎 뒷면에 엉성한 거미줄을 치고 생활한다. 수컷은 이보다 더 작아서 기껏해야 3mm를 넘지 않는다. 흰색의 솜털 같은 알집을 만드는데 모양과 습성이 비슷하면 행동양식도 닮기 마련이다. 알집을 이동시키는 방식이 비늘갈거미와 같았다.

거미 새끼는 줄타기 뿐만 아니라 줄날기(유사비행, ballooning)도 한다. 애거미 시절에 꽁무니에서 거미줄을 몇 가닥 내어 부는 바람을 타고 원거리를 날라간다. 형제자매와의 먹이 경쟁을 피해 멀리 퍼져나가기 위한 목적이다. 상승 기류를 잘 타면 수백 km까지도 날아갈 수 있다. 거미줄이 사냥 도구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었으니 알면 알수록 신기한 벌레들 세상이다.
  
흥미롭게도 전 세계의 거미가 1년에 잡아먹는 곤충의 추정치가 발표되었다. 스위스 바젤대학(Martin Nyffeler)과 스웨덴 룬드대학(Klaus Birkhofer)의 연구팀에 의하면 4~8억톤의 곤충을 먹어치운다. 이는 인간이 소비하는 전체 육류량(어류 포함하여 4억톤)을 넘는 수치다. 더 놀라운 사실은 거미가 근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곤충은 겁을 먹는다고 한다. 거미와 곤충은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비늘갈거미, #줄날기, #줄놀음, #넉점꼬마거미,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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