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 신호로 일주일 간 병원 신세를 지고 퇴원을 했습니다. 그동안 가게 운영을 못한 것은 물론이고 아마도 앞으로 보름 정도는 더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창업하고 코로나 직격탄으로 긴장하고 달려온 것이 일 년이 넘었고 그동안 단 하루 휴일 없이 일을 해 왔으니 아플 만도요. 다행스럽게도 병원에서 잘 치료받은 덕에 이제 퇴원해서 직접 식사도 차려 먹습니다.  

병원에서 먹은 환자식

병원에 입원을 한 처음 며칠은 통증이 고통스러운 데다가 입맛도 없어 고생을 했습니다. 차츰 기력을 회복하면서는 먹는 것에서 낙을 찾게 되더군요. 입원 환자에게 솔직히 무슨 낙이 있겠어요. 매 끼니 나오는 환자식 식단을 보면서 '오늘은 무엇이 나오려나? 오! 오늘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특식이 나오네?' 하며 일희일비하곤 했습니다. 

사실 제공받은 환자식이 외부 음식처럼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은 아니라서 주변에서는 불평을 하는 분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곳에서 만든 음식보다 위생과 영양 면에서는 신경을 써서 만든 식사이기에 저는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제 몸 상태에 맞춰 짜인 식단이기에 앞으로도 퇴원하게 되면 이 식단을 참고할 생각에서 어떤 식으로 구성이 되었는지를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병원에서 제공 받은 흰죽 환자식입니다.
▲ 죽 환자식 병원에서 제공 받은 흰죽 환자식입니다.
ⓒ 이효연

관련사진보기

 
제가 받은 식사의 구성은 잡곡밥, 국, 고기나 생선 등 동물성 단백질 1종 , 두부 등 식물성 단백질 1종, 나물이나 무침 1종류, 김치, 과일 정도였습니다. 생선도 마우스 크기의 작은 토막 하나 정도만 제공이 된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평소 집에서는 생선도 1인당 반 마리 정도는 먹었고, 나물도 두 가지 정도 놓고, 과일도 좀 더 많이, 김치에 장아찌 같은 반찬도 곁들여 먹었으니 그에 비해 비교적 단출한 양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만 해도 열량이 꽤 높은 편인 800Kcal에 속하는 식단이라고 나중에 영양사님의 조언을 통해 알게 되어 많이 놀랐지요.
 
고등어 구이에 소시지까지 더한 평소의 식단
▲ 평소 식단 고등어 구이에 소시지까지 더한 평소의 식단
ⓒ 이효연

관련사진보기

 
물론 저는 지금 열량이 손실되면 안 되니 당분간은 고열량을 유지하라고 조언해주시긴 했습니다(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조언이었습니다). 그래서 퇴원을 한 이후 병원에서 제공받던 환자식 구성에 맞춰 나름대로 건강식으로 차려 먹어봤어요. 

평소에도 '어떤 반찬을 할까' 고민이 될 때면 가끔 관공서나 회사 급식실에서 인터넷에 게재하는 식단을 참고했던 생각이 났거든요. 영양가나 칼로리 면에서 전문가들이 만든 식단이라서 비슷하게만 차려내도 건강한 식단을 꾸리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직은 한식을 차릴 힘이 없어 간단히 양식 식단 구성을 흉내내 보았습니다. 저는 나이프와 포크에 익숙하지 않아서 양식이지만 수저를 사용했습니다. 젓가락은 늘 그렇듯 한짝을 분실해서 짝짝이구요.
 
병원의 식단표를 참고해서 만들어 본 건강한 아침 식단
▲ 병원식을 따라 만들어 본 아침 식사 병원의 식단표를 참고해서 만들어 본 건강한 아침 식단
ⓒ 이효연

관련사진보기

 
통밀빵이랑 버섯 수프, 소시지 구이, 토마토 바질 샐러드, 무설탕 잼을 준비했어요. 소시지가 커서 양심상 병원식에서 먹은 달걀과 감자튀김은 제외했습니다. 여기에 옅게 우린 잎녹차를 가볍게 한 잔 곁들였구요. 이렇게 먹고 나니 속도 편하고 소화도 편하게 되네요. 저녁에는 가벼운 한식으로 차려 먹어 볼 계획입니다.

건강한 식단을 만들어 잘 먹기

식당을 하다 보니 남들이 먹을 때 제대로 먹지 못하고 때를 놓쳐 배를 곯는 일이 허다합니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나면 '하루 종일 식당에 갇혀 지내듯 하는 내가 먹지도 못하면서 무슨 낙에 사냐? 먹는 거나 제대로 먹어보자' 하는 보상 심리가 발동해서 시켜 먹고, 나가 먹는 일이 잦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만하려고요.
 
필요한 영양소와 칼로리를 계산해 정확하게 짜여진 병원 식단
▲ 병원 환자식단 필요한 영양소와 칼로리를 계산해 정확하게 짜여진 병원 식단
ⓒ 이효연

관련사진보기

 
먹긴 먹되 건강한 병원 식단을 참고해서 건강한 식단을 만들어 잘 먹는 것으로 낙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아프고 나서 철들었지요? 병원에 가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면서 나와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바뀌게 되더군요. 매출은 팍 줄고, 한 달 정도 공백을 가진 후에도 단골손님들이 또 찾아와 주실지 걱정도 크지만 일단은 가장 중요한 것부터 챙기고 숨을 좀 돌릴 생각입니다.

아프기 전에는 '맹물'도 맛있는 입맛이 원망스러워서 '입맛 없애주는 방법 뭐 없을까' 하고 기웃거리곤 했는데 이제는 무엇보다 돌아온 입맛에 감사합니다. 입맛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입맛을 건강한 식단으로 채우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으니 말입니다. 건강을 돌보며 착하게 순하게 살렵니다. 세상엔 감사할 일이 정말 많으니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s://brunch.co.kr/@winestory 에도 비슷한 내용이 게재될 예정입니다.
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평생 꿈꾸었던 피아노가 있는 와인 바 주인이 되어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태그:#건강식, #아침식사, #브런치, #병원식, #식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