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후반 이후 KIA 타이거즈 대표 스타로 거듭났던 외야수 나지완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KIA는 1일 오후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서 "나지완은 구단과의 면담을 통해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구단은 나지완의 뜻을 받아 들였다"고 밝혔다.

나지완은 "무럭무럭 성장하는 후배들과 팀의 미래를 위해 깊은 고민 끝에 현역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결심했다. 선수로 뛰는 15년 동안 팬 여러분의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팀의 고참으로서 역할을 해야 할 때 부상과 부진으로 팬들의 응원과 사랑에 보답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최고의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마음 속 깊이 새기며 살겠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올해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결심한 나지완

올해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결심한 나지완 ⓒ KIA 타이거즈

 
오직 한 팀에서만 뛴 '원클럽맨' 나지완

2008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5순위)서 KIA의 부름을 받은 나지완은 KBO리그 통산 15시즌 동안 1472경기에 출전해 4560타수 1265안타(221홈런) 862타점 668득점 OPS 0.857를 올렸다. 김성한(207개)을 뛰어넘은 그는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최다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데뷔 2년차였던 2009년은 선수 본인, 팀, 팬 모두에게 최고의 해로 남았다. 그해 정규시즌에서 23개의 홈런을 기록한 데 이어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우완투수 채병용을 상대로 우승을 확정하는 끝내기 홈런을 쳤다. 12년을 기다린 KIA 팬들은 지금도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2010년대에도 타선의 한 축을 책임진 나지완은 팀이 잘할 때나 못할 때나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이러한 공헌도를 인정해 KIA는 2016시즌 종료 이후 나지완과 4년 총액 40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이듬해 팀은 8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고 나지완은 한국시리즈 3차전서 결정적인 홈런포를 쏘아올려 팀의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2009년의 영광을 재현하면서 나지완에게 '한국시리즈의 영웅'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KIA가 정규시즌 5위를 차지한 2018년에도 나지완은 26개의 홈런으로 3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했다. FA 계약을 하고 나서도 변함없는 활약을 펼친 팬들은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치고 기뻐하는 나지완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치고 기뻐하는 나지완 ⓒ KIA 타이거즈

 
주전 경쟁서 밀린 나지완, 마지막은 아쉬웠다

그랬던 나지완이 위기를 맞이한 것은 2019년이었다. 1할대 타율, 10개도 채 되지 않는 홈런으로 부진에 빠졌다. 2020년(타율 0.291 17홈런 OPS 0.836) 조금이나마 아쉬움을 덜어내는 듯했지만 점점 상황은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갔다.

지난해에는 1군에서 31경기에 출전한 게 전부다. 이창진을 비롯해 새로운 얼굴이 외야진을 채우기 시작했고 올핸 FA로 합류한 나성범,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활약하면서 사실상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공식적으로 나지완의 올 시즌 출전 경기 수는 1경기였다. 개막 2연전이 진행되던 4월 3일 LG 트윈스와 홈 경기서 8회말 대타로 나설 기회를 잡았다. 1점 차로 앞서던 LG 벤치가 좌완 함덕주에서 우완 사이드암 정우영으로 투수교체를 단행했다. 이에 KIA는 곧바로 고종욱을 대타 카드로 꺼내들었다. 나지완은 한 타석도 소화하지 못한 채 물러났다. 그게 나지완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아직 나지완의 진로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선수의 은퇴식과 향후 진로에 대해서는 양 측이 추후 협의를 통해 결정할 계획이라는 것이 KIA 구단의 입장이다.

남부럽지 않은 커리어를 쌓으면서 KIA 팬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선수였기에 그의 마지막이 더 아쉽게 느껴진다. 그라운드 밖에서 야구인생 2막을 열 나지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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