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8월 30일 2022 한반도국제평화포럼에서 권영세 통일부장관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2022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 지난 8월 30일 2022 한반도국제평화포럼에서 권영세 통일부장관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통일부

관련사진보기

 
연구자의 입장에서 여름은 학술회의의 계절이다. 다양한 학회와 단체들이 크고 작은 학술회의를 개최하며 연구성과를 공유한다. 이 기사에선 최근 북한·통일연구분야의 학술활동에 참여하며 고민하게 된 과제들을 제안하고 대안을 모색해 보겠다.

비대면 시대, 북한·통일학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코리나19 팬데믹은 학계에도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다. 무엇보다도 비대면 학술회의와 강의가 정착됐고 비대면 모임이 활성화됐다. 그렇다면 비대면 시대에 북한·통일연구 학계는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가?

첫 번째로, 우리 학계는 표면적으로 비대면 시대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 듯하다.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행사와 강의에 양질의 장비가 동원되며 현장을 중계하고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가 생산되고 공유되고 있다.

다만, 비대면 회의나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많지 않다. 최근 통일부가 주최한 <2022 한반도 국제평화포럼>을 둘러보면 접속자 수는 매우 저조했다. 이마저도 행사 주체와 관련된 청자가 많다는 점에서 관객 없는 학술회의의 문제는 심각하다.

두 번째, 언론의 학술 콘텐츠 전달 기능이 사라지고 있다. 과거 북한·통일분야 학술회의가 개최되면 다양한 언론들이 핵심 내용을 정리해 대중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이제 언론은 학술회의의 내용을 전달하지 않는다. 대부분 행사 개최 사실만을 '오늘의 행사'로 간략히 전달할 뿐이다.

학술행사에서 생산된 정책과제나 아이디어에 대한 언론의 무관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되고 있다. 여러모로 행사 참가자간의 토론으로 영향력이 줄어든 것이다.
 
비대면 시대에 학계와 대중의 소통방식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 자료사진 비대면 시대에 학계와 대중의 소통방식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 iStock

관련사진보기

 
청자가 없는 비대면 학술행사에 언론 또한 무관심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학계는 스스로 고립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상황을 학계는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하고 있는가? 그 대안은 무엇인가?

먼저, 학계 스스로 연구자 간, 그리고 학계와 대중간 소통을 확대할 수 있는 플랫폼과 매체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같이 청중이 찾아오고 언론이 콘텐츠를 전달해주는 시대는 저물었다.

특히 학계와 대중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매체의 개발이 시급하다. 과거 언론의 역할을 이제 학계가 스스로 담당해야 한다. 학술적 성과나 정책 아이디어를 스스로 가공해 대중에게 내놓을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의 정형화된 학술회의의 양식을 새롭게 바꾸고 대중 친화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참신한 시도가 요구된다. 이전과 같이 일방향의 발표와 참여자간의 토론으로 대중의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학술회의의 구성원도 신진연구자와 여성연구자, 현장활동가, 그리고 필요하다면 시민과 학생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다양한 세대와 시각이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남북관계의 악화, 신진연구자는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북한·통일학계의 미래는 신진연구자의 안정적인 배출과 연구 활동에 달려있다. 그러나 최근 신진연구자들은 보릿고개를 힘겹게 넘고 있다.

첫 번째, 북한·통일학계는 남북관계의 부침에 영향을 받아왔다. 남북관계가 활성화되는 시기에 관련 연구와 강의가 활성화된 반면, 남북관계의 경색은 학계의 활동영역을 축소시켜 왔다. 그 결과 신진연구자의 연구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2018년 남북대화가 재개되며 학계도 새로운 에너지를 수급받았으나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되고 있다. 표면적으로 북한·통일학계는 평온한 듯 보이나 신진연구자가 줄어들고 그나마 배출되는 연구자들의 연구환경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두 번째, 대학의 위기가 회자 되는 상황에서 신진연구자의 취업 경쟁 또한 심화되고 있다. 대학은 경쟁적으로 강의를 축소하고 있으며 북한·통일분야 강의 또한 대학의 위기와 남북관계의 위기 속에 점차 줄어들고 있다. 취업 시장의 위기는 학연에 기반한 내정문화를 강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공정한 경쟁 또한 위협받고 있다.

10년 전 대학강의는 당연한 사회진출 과정으로 인식됐으나 이제는 해외 박사들도 강의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진연구자들에 대한 인큐베이팅 프로세스에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그 결과 신진연구자들이 자신의 전공을 깊이 있게 연구하며 학계에 진출하기보다는 원하지 않는 정책과제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신진연구자의 어려움은 학계의 미래가 밝지 못하다는 말과 같다. 우리는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

먼저, 신진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학계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학술회의에서 더 많은 신진연구자 세션이 만들어져야 하며 시니어 세션에도 신진연구자들이 참여해 새로운 관점과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여전히 학술회의의 인적 구성은 과도하게 시니어 중심으로 편성되어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예산이 가능한 대학과 기관은 신진연구자 지원 프로그램, 즉 포스트-닥터(Post-Doctor)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신진연구자의 연구활동을 고양하기 위한 우수논문, 우수연구자 선발과 시상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한다.

연구자의 저작권 문제는 특히 신진연구자들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연구자의 연구성과, 특히 학술논문의 저작권은 학회지 등재 과정에서 학회에 이전된다. 연구성과가 필요한 신진연구자들은 본인이 원하던, 원치 않던 저작권을 양도하지 않고 논문을 게재할 수 없다. 저작권 양도서류에 서명하지 않은 논문은 심사에 통과된다하더라도 게재가 불허된다. 이렇게 양도된 저작권은 학술지를 출간하는 학회와 연구콘텐츠를 보급하는 업체(교보, DBpia 등) 간 계약을 통해 저작료를 학회에 일괄 지급하게 된다. 이렇게 지급된 저작료는 저작권을 양도한 연구자가 아닌 학회의 경비로 지출된다.

중장기적으로 연구자의 저작권은 온전히 연구자 개인에게 돌아가야 한다. 다만, 현재와 같이 저작료가 학회의 예산으로 지출되는 관행이 고착된 상황에서 과도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필자는 학회가 연구자의 저작권 양도로 발생한 저작료를 신진연구자 지원에 사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언젠가 저작료는 연구자의 주요한 수입이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이 신진연구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학계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추가적으로, 현재 통일부 예산으로 지원되는 통일교육선도대학에서 개설되는 강의의 경우 일정 비율을 신진연구자에게 배정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비대면 시대, 북한·​​​​통일학계는 안녕한가?

비대면 시대,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북한·통일학계는 안녕한가? 필자의 시각에서 우리 학계는 분명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 학계가 이 위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밝지 않다.

북한·통일연구는 학술연구로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대북정책과 통일을 준비한다는 국가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연구 분야이다. 우리 학계가 새롭게 변화되는 연구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신진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자신의 연구 활동에 전력할 수 있도록 진지한 고민과 대안 모색에 나서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연구자의 저작권문제에 관한 논의는 별도의 글에서 추가로 다루겠습니다.


태그:#북한, #통일, #학계, #신진연구자, #비대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정일영 연구교수입니다. 저의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오디세이],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평양학개론], [한반도 스케치北], [속삭이다, 평화] 등이 있습니다. E-mail: 4025102@hanmail.net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