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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세상에서 잠시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재미난 곤충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 맞춘 흥미로운 이야기이므로 얘깃거리로 좋습니다. [기자말]
개미는 날개를 버리고 지상에 사는 벌목 곤충으로서 꿀벌과 더불어 고도의 사회성을 이룬다. 세계적으로는 1만 5천종을 넘고 우리나라에는 약 130종의 개미가 있다. 극지방을 제외한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발견되는 막강한 집단이기에 사는 방식이 참으로 다양하다. 

진딧물에 기생하는 것은 익히 알려져있으며 나뭇잎을 이용해 버섯을 키워 먹는 잎꾼개미. 자신의 몸뚱이에 꿀을 저장하는 꿀단지 개미, 군대개미는 땅 속 집을 짓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냥을 한다. 베짜기개미는 나무 위에 살면서 진딧물이나 깍지벌레를 키워 단물을 먹는다. 

이와 같은 강력한 생태적 지위는 개미를 이용하는 곤충을 불러들였다. 알려진 것만 1만 종에 달하는 절지동물이 공생 또는 기생으로 개미를 이용한다. 그 중에서 부전나비류는 개미와 관련이 깊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나비 이름은 석주명이 지었으며, 부전이란 '액자의 모서리에 있는 하트 모양의 장식'을 뜻한다.
 
유충 시절에 개미의 보호를 받으며 개미굴에서 자란다.
▲ 부전나비 애벌레. 유충 시절에 개미의 보호를 받으며 개미굴에서 자란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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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전나비 종류는 애벌레 시절에 개미의 보호를 받는다. 유충이 꽁무니에서 내놓는 단물을 얻어 먹기 위해 개미들이 수호자를 자처하기 때문이다. 알려진 것만 80퍼센트에 가까운 부전나비가 개미와 끈끈한 정을 맺고 살아간다. 그러나 2퍼센트 정도는 개미를 등쳐먹고 살아간다. 

옥스포드대의 제레미 토머스(Jeremy Thomas) 교수는 점박이푸른부전나비속(Phengaris) 나비의 배은망덕한 기생사를 밝혀냈다. 우리나라에서는 멸종 위기종에 속한 고운점박이푸른부전나비 애벌레는 뿔개미속 여왕개미가 내는 소리를 흉내내어 개미굴로 침입한다. 개미가 발산하는 페로몬도 똑같이 복제해서 풍기므로 발각되지 않는다.
 
개미굴에 침입하여 개미 알과 애벌레를 먹고 자란다.
▲ 큰점박이푸른부전나비. 개미굴에 침입하여 개미 알과 애벌레를 먹고 자란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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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안전한 굴에 자리를 틀고 개미 알과 유충을 먹으면서 성충으로 자라난다. 크기가 20mm 정도로서 가장 큰 몸집을 가진 큰점박이푸른부전나비도 비슷한 생태를 갖고 있다. 때때로 이들 부전나비류는 개미 집단을 전멸에 이르게 만들기도 한다.

한편, 민무늬귤빛부전나비는 개미의 경보 페로몬을 풍겨서 검은풀개미 등을 끌어모은다. 호위병을 모이게 하여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함이다. 애벌레는 참나무잎을 먹으면서 간식으로 진딧물을 잡아먹는다. 호의가 계속되니 염치없게도 남의 가축을 훔쳐먹는 셈이다. 주는 것 없이 기생하는 부전나비로는 산푸른부전나비, 중점박이푸른부전나비, 잔점박이푸른부전나비등이 있다.

설탕물로 최면을 걸어 자식을 바치게 만든다.

담흑부전나비는 일본왕개미 또는 한국홍가슴개미에 기생하며 마쓰무라꼬치치레개미는 쌍꼬리부전나비를 돌본다. 꼬리를 쳐드는 습성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며 몸 길이가 5mm 정도 한다. 일개미는 부전나비 애벌레를 개미집으로 운반하여 보호를 해주며 댓가로 배 끝에 있는 한 쌍의 돌기에서 감로수를 얻어 마신다. 
 
한국홍가슴개미와 일본왕개미에 기생하는 담흑부전나비 표본.
▲ 담흑부전나비. 한국홍가슴개미와 일본왕개미에 기생하는 담흑부전나비 표본.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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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탕물은 중독성이 있으며 개미 집단의 알을 부전나비 애벌레의 먹이로 바치도록 최면을 건다. 아울러 이 단물에는 개미의 도파민 발생을 억제하는 호르몬이 들어있다.

약물에 중독된 일개미는 활동성이 떨어지는 반면에 공격성은 증대하여 오로지 눈앞의 부전나비 애벌레만 돌보는데 집중하게 된다. 암고운부전나비, 남방남색부전나비 애벌레도 개미의 엄호를 받는다. 역시 배 끝에서 단물을 내어 일개미를 유혹한다. 

한편, 통잎벌레아과에 속한 녀석들은 개미집 부근에 살며 구걸을 한다. 애벌레는 개미의 알과 먹이 찌꺼기, 번데기 허물, 개미 사체, 심지어 배설물도 먹는다. 특정한 개미에게만 기생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40여 종의 개미와 산다.
 
개미굴 입구에서 구걸하며 살아간다.
▲ 육점박이통잎벌레. 개미굴 입구에서 구걸하며 살아간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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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 후 암컷은 씨앗과 비슷하게 생긴 알을 낳는데 개미가 좋아하는 달착지근한 분비물을 묻혀 놓는다. 개미는 설탕발림한 씨앗을 핥아먹고 개미굴로 운반해가서 집 짓는 재료로 쓴다. 부화한 애벌레는 자신이 깨고 나온 알껍질을 텐트처럼 뒤집어 쓰고 개미굴을 돌아다니며 먹이활동을 하고 번데기가 된다.

날개돋이 한 뒤에도 허물을 뒤집어 쓰고 들키지 않도록 은밀하게 움직이며 위험을 느끼면 반사출혈로 독성물질을 내뿜는다. 개미굴 입구에 도착하면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날아간다.

태그:#점박이푸른부전나비, #통잎벌레, #담흑부전나비, #개미, #기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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